[인터뷰] ‘대표팀 복귀’ 이근호, “몸으로 보여주겠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한참 대표팀이 어려운 때다. 기쁘기 보단 책임감을 느낀다.”
절체절명의 위기.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부상 중인 이정협과 장신 공격 옵션 김신욱, 국내 선수 중 K리그클래식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피니셔’ 양동현 대신 전투적인 공격수 이근호(32, 강원FC)를 선발했다.
이근호는 2017시즌 강원FC의 공격을 이끌며 전성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주상무와 개막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이후 지난 주말 12라운드 FC서울전까지 3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자리를 오가며 공격 포인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설기현 코치가 강원과 수원삼성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체크하기도 했고, 대표팀 스태프가 여러 차례 현장에서 이근호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확인했다. 공격진에 역동성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선수,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이근호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이근호는 그라운드 위에서 최고의 폼을 되찾았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이근호은 담담했다. 주말 경기를 치르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근호는 “예상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귀뜸을 해주셨다.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막상 발표되니 실감이 난다”는 말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마음에 특별한 기분이 드는 것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근호는 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 보다, 카타르 원정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지금 한참 대표팀이 어려울 때라 기쁘기 보다는 책임감 느낀다. 부담감 없지 않아 있다. 그런 것이 더 크다. 확실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큰 상황이다.”
이근호의 최근 플레이를 살펴보면 정말 지칠줄 모르고 뛴다. 사력을 다해 달려들고, 더 치고 나가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도 추진력을 발휘해 차이를 만든다. 힘과 기술, 정신이 조화된 돌파와 슈팅은 이근호의 최대 장점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카타르 무대로 진출했던 이근호는 경기 감각도 떨어졌고,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를 통해 국내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다.
30대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나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근호는 올 시즌 되찾은 경기력에 대해 “아무래도 (지난)2년 동안 준비를 잘 못했다. 올해는 동계 훈련도 했고, 워낙 강원에서 (최윤겸)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신다. 그러다보니까 몸도 정신도 잘 됐던 것 같다”며 강원행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이근호는 승격 후 대대적 투자를 진행한 강원의 1호 영입선수였고, 현재 강원이 영입한 선수 가운데 가장 확실한 활약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강원 부주장인 이근호는 최근 백종환이 23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으로 인해 박요한에게 출전 기회를 내준 가운데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하고 있다. 이근호의 활약 속에 강원은 최근 리그 3연승을 달렸다. 강원은 승점 18점으로 리그 6위에 올라 있다. 지난 주말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3-2로 꺾었다. 서울은 7위로 떨어졌다.
서울전 승리를 앞두고는 FA컵 16강전에서 성남FC에 패하는 아픔이 있었다. 이근호는 성남전 패배와 서울전 승리를 겪으며 정신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FA컵 같은 경우는 우리가 기술적인 것 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성남보다 약했다. 확실히 축구는 큰 실력 차가 아니면 정신적인 면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서울전은 준비가 더 잘됐다.”
지금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강인함이다. 이근호는 대표팀에 가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 점에 대해 “당연히 그런 부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본인이 너무 나서서 과한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근호는 경기장 위에서 몸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들 프로 선수들이다. 모두 능력이 있다. 운동장에서 말로도 하겠지만, 몸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다 잘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근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였다. 어느새 3년의 시간이 지난 이근호는 만 32세. 폭발적인 활동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근호는 이 질문에 자신감을 보였다. “뛰는 양은 전과 크게 차이 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그때보다 폭발적인 모습, 스피드는 덜할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선 염려는 하고 있지 않다.”
이근호는 2년 가까이 대표팀과 떨어져 있었지만 “빠지지 않고 경기를 챙겨봤다”고 했다. 카타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근호는 “지금 한창 더울 때다. 환경적인 부분, 더운 날씨에 대비를 잘 해야 한다. 그런 게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수분 섭취나 경기 플레이에서 좀 더 우리가 볼 소유해야 한다. 영리한 플레이가 필요할 거 같다”는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이근호의 복귀로 대표팀 공격진은 무게감을 회복했다. 건강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사진=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