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스타] 승리를 부르는 이승우의 능력과 집념
[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이승우의 기술과 집념은 두 차례의 행운과 한 차례의 불운을 만나 두 골이 됐다. 한국이 기니를 꺾어 37,500명 홈 팬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20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은 기니를 3-0으로 꺾었다. 대승을 거둘만큼 좋은 경기 내용은 아니었지만, 한국은 강력한 집중력으로 찬스를 살려 나갔다. 그 중심에 이승우가 있었다.
한국이 견디기에도 급급할 정도로 격렬한 전반전이었다. 기니는 압도적인 체격에서 나오는 힘, 운동능력에서 나오는 스피드로 맹렬하게 공수를 교환했다. 한국이 준비한 전술을 구현하기엔 기니의 압박과 공격전개가 너무 빨랐다. 전반 30분경부터 기니의 페이스가 한결 떨어지고 나서 한국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잘 버틴 뒤엔 한국에서도 맹렬한 공격으로 갚아 줄 선수가 필요했다. 이승우였다. 전반 36분 한국 속공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살리프 실라가 몸으로 밀어붙일 때 뛰어난 밸런스로 버텨낸 이승우는 기니 선수 네 명 사이에서 한 박자 빠른 슛을 날렸다. 그리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슛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묘하게 무사 카마라 골키퍼의 키를 넘겼다. 실력으로 바탕을 마련하고 행운으로 마무리한 골이었다.
이승우는 관중들 앞으로 가 골 세리머니를 한 뒤 손가락으로 귀와 등을 번갈아 가리켰다. 내 이름을 더 크게 불러달라는 제스처였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을 때, 이승우의 의욕과 욕심이 한국에 리드를 가져다줬다.
전반 막판 이승우는 폭발적인 플레이를 한 번 더 펼쳐 조영욱의 골을 어시스트할 뻔했다. 조영욱과 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승우의 과감한 돌파가 기니 수비를 와해시켰다. 골라인 판독 결과 어시스트 직전 공이 골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판독됐다. 김 빠지는 판정이긴 했지만 이승우가 전반에만 두 차례 큰 균열을 낸 건 사실이었다. 전반에 한국은 슈팅 횟수에서 3대 8로 뒤쳐질 정도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승우의 폭발력은 후반전에 약간 감소한 상태였다. 특히 후반 1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걷어내려다 백승호와 충돌한 뒤 한동안 다리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대신 백승호와 조영욱이 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기니를 압박했다.
후반 31분, 이번엔 이승우의 패스가 골을 만들었다. 임민혁이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따낸 뒤 바로 문전을 향해 돌진했다. 백승호를 거쳐 이승우의 스루 패스가 수비수 발을 맞고 휘었지만 임민혁은 집중력을 갖고 끝까지 공에 달려들었고, 골키퍼가 다가오기 전에 공을 툭 밀어넣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기술, 행운, 집념이 결합된 득점이었다.
5분 뒤 우찬양이 찍어찬 패스, 정태욱의 헤딩 연결, 백승호의 절묘한 마무리로 이어지는 쐐기골을 통해 한국은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그 뒤에도 경기 속도는 그리 떨어지지 않았고, 한국은 끝까지 질주하며 경기를 마쳐야 했다. 이승우는 실력뿐 아니라 승리에 대한 갈망을 온 몸으로 뿜어냈다는 점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