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1st] 빅 샘이 직접 설명하는 아스널 공략법
[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6/2017 시즌의 EPL은 더욱 그렇다. 절대강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우리 선수들은 전술적으로 아스널을 어떻게 꺾을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명예회복은 실적으로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비리 스캔들’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2016/2017시즌 중반 크리스털팰리스 감독으로 부임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부임 후 5경기에서 1무 4패로 부진했지만, 자신의 방법론이 녹아든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며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크리스털팰리스의 현재 순위는 16위까지 올라왔다.
32라운드 아스널전 승리는, 앨러다이스호의 잠재력이 잔류 그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30라운드 경기에서도 선두 첼시를 2-1로 꺾었다. 앨러다이스 감독 본인도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내겐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첼시와 경기에서도 그렇게 이겼다. 이 결과가 놀라울 수 있지만 우리는 다시 해냈고, 더 잘해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의기양양하게 아스널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설명했다. “먼저 우리는 수비를 통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자 했다. 그들이 측면에서 플레이하도록 하고, 풀백의 뒷공간을 활용했다. 아스널은 수비가 약하다. 그들은 센터백이 노출되도록 내버려뒀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이야기한 방법은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이다. 아스널은 볼을 만지기 좋아하는 팀이며, 풀백의 공격 성향이 높다. 이들이 비슷한 성향의 강팀과 경기할 때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수비력이다. 전방 압박 강도가 부족하고, 2선 지역 미드필더의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진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되는 상황의 밀도가 떨어진다.
크리스털팰리스의 강점은 좌우 측면 공격이다. 윌프리드 자하는 리그 최정상급 윙어다. 앤드로스 타운젠드와 제이슨 펀천 역시 2선과 측면 지역에서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필두로 한 크리스털팰리스의 역습 공격은 전개될 때마다 위협적이었다.
이날 경기 볼 점유율 기록을 살펴보면 아스널이 73% 가까이를 차지했다. 의미 없는 수치다. 실제로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대부분이 크리스털팰리스의 공격 장면이다. 크리스털팰리스는 27%의 점유율만으로 17번의 슈팅을 뿌렸다. 아스널은 11회였다. 크리스털팰리스는 17번의 슈팅에서 3골을 만들었다. 득점 과정 모두 단호하고 날카로웠다.
우측면의 자하는 특히 위협적이었다. 2개의 도움을 기록했는데, 패스 성공률이 84%에 달할 정도로 실수가 없었다. 8번의 드리블 돌파를 했고, 키패스도 4차례나 기록했다. 카바예와 타우젠드는 중앙과 측면으로 영향력을 넓혀 크로스 패스와 침투 패스로 자하를 통한 측면 플레이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크리스털팰리스의 공격 전개는 원칙과 구조가 있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우리는 아스널에게 많은 점유율을 줬지만 대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공을 주고 공간을 지배했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조직 수비로 아스널이 공을 소유했을 때 무력하게 했고, 공을 되찾은 뒤에는 빠르게 뒷공간을 공략했다. “카바예의 골은 대단한 마무리였다. 그 골이 아스널을 압박했다.”
크리스털팰리스는 전반 17분 타운젠드의 골로 앞서갔고, 그 뒤로 아스널 역시 만회를 위한 몇몇 기회를 만들었으나 후반 18분 카바예의 놀라운 중거리슈팅이 성공한 이후로는 기세를 완전히 잃었다. 5분 뒤 밀리보예비치의 페널티킥 득점까지 나오면 넉다운됐다.
아스널이 보유한 월드클래스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은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모하메드 엘네니는 수비 약점까지 드러내며 애런 램지와 후반 14분 만에 교체됐다. 대니 웰백과 시오 월컷이 차례로 올리비에 지루와 옥슬레이드채임벌린으로 교체됐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과 정신의 문제였다.
월컷은 경기 종료 후 “이것은 아스널의 플레이가 아니였다”고 자책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리더십은 표류하고 있다. 아스널은 2월부터 치른 12번의 공식경기에서 무려 7번이나 졌다. 승리는 네 차례 뿐이었는데, 서튼유나이티드와 링컨시티를 상대한 FA컵 경기가 절반이다. 강등권의 헐시티와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 거둔 승리도 의미가 크진 않다.
아스널 공략법은 앨러다이스 감독의 친절한 설명으로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튼유나이티드전 승리를 제외하면 아스널은 최근 6번의 원정 경기에서 5패를 당했다. 리그에서만 원정 4연패다. 다음 일정은 미들즈브러와 원정 경기다. 강등권에 머물러 있는 팀이지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만년 4위팀이라 놀림 받던 아스널은 6위까지 떨어졌고, 다음 시즌 UEFA챔피언리그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