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라이브] ‘따뜻한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 달린 668km
2015-11-15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레전드’ 박지성이 이 시대 최고의 올스타 매치에 활약했다. 데이비드 베컴의 유니세프 자선대사 1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매치포칠드런(Match for Children)’에서 박지성은 풀타임을 달렸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32명의 ‘레전드’ 들이 “전세계 아이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모였고, 박지성도 일원으로 마음을 모았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라포드에서 개최된 경기를 앞두고 주최측이 발행한 매치프로그램에는 박지성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박지성의 출전은 경기 이틀 전에야 공식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경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참가를 결정했다. 뒤늦은 결정과 박지성의 피곤한 기색에는 이유가 있었다.
베컴과 유니세프는 경기를 하루 앞두고 주인공들을 맨체스터로 모았다. 현역 시절의 이야기는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는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머지 31명의 선수들과 달리 경기 당일 이른 새벽 런던에서 맨체스터행 기차를 탔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편도 334km를 달렸다. 박지성도 그라운드에서 희노애략을 누렸던 동료들과의 재회를 원했지만 ‘당일치기’를 택한 이유가 있었다.
박지성의 아내 김민지 전 아나운서의 출산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을 거듭한 이유다. 혹시나 ‘만두공주’가 예정보다 빨리 세상의 빛을 보고 싶어한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 동시에 주최측의 간곡한 부탁도 거듭됐다.
결국 박지성은 하루 만에 왕복 668km 거리의 맨체스터를 달리기로 결정했다. 현역 선수들도 원정 경기가 펼쳐지면 적어도 하루 전에 이동하지만, 현역도 아닌 박지성은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해가 뜨기 무섭게 런던을 출발한 박지성은 경기 네 시간 전인 오전 11시 맨체스터에 도착해 팀 미팅에 참가해 옛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한때 그라운드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던 이들도 이제는 모두 친구가 되었다. 뜻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 선발 출전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익숙한 그라운드를 달린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참가자들을 위해 펼쳐진 축하연을 마다하고 바삐 런던으로 발길을 돌렸다. ‘친구’들은 박지성의 발걸음을 잡았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을 움직인 것은 대회의 깊은 뜻이다. 박지성은 꼭 동참하고 싶었다. 은퇴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그라운드를 달리는 것 만으로 전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만삭의 아내와 만두공주에게도 더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출산을 목전에 둔 ‘예비아빠’ 박지성은 ‘따뜻한 두 개의 심장’을 장착하고 달렸다. 현역 시절만큼이나 힘차게올드 트라포드를 누볐다. 경기 후 만난 박지성은 “좋은 뜻을 가지고 하는 일이잖아요. 당연히 도와야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박지성에게 실천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맨유 시절 유니세프와 함께 많은 일을 했다. 한국에서도 사회공헌을 위해 JS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지원은 물론 사회의 어두운 곳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지성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이날 경기에 출전하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경기 수익은 전액 유니세프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전해진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박지성도 작지만 큰 힘을 보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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