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야 미드필더야?’ 포지션 파괴자 박진섭·토마스, 나란히 ‘중앙 미드필더’로 베스트일레븐 입후보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시즌 내내 수비수인지 미드필더인지 헷갈렸던 두 선수가 베스트일레븐 후보에는 나란히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9일 K리그 개인상 후보선정위원회를 열어 올 시즌 K리그1, K리그2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일레븐 부문의 3배수 후보를 선정했다.
이중 K리그1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후보에 인상적인 두 선수가 포함됐다. 바로 전북현대 박진섭과 FC안양 토마스다. 올 시즌 전북은 10번째 K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승격팀 안양은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해 ‘하스왕’을 바라보고 있다. 두 구단이 파이널A·B에서 동상이몽을 꾼 가운데 양 구단 전력의 핵심인 두 선수만큼은 독특하면서도 비슷한 행보로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바로 포지션 논쟁이다. 박진섭과 토마스는 기본적으로 수비수, 그중에서도 센터백으로 분류된 자원이다. 박진섭이야 프로 생활 내내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번갈아 서긴 했으나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센터백에서 107경기로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올 시즌 안양에 합류한 토마스도 왼발잡이 센터백으로 전력에 구성됐다. 그런데 두 선수는 시즌이 점차 진행될수록 슬금슬금 플레이 위치를 높이더니 이제는 수비수인지 미드필더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먼저 박진섭은 K리그 내에서도 정평 난 다용도 수비 자원이다. 탄탄한 체격과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유명한 박진섭은 이미 센터백과 미드필더 두 포지션에서 각각 K리그 베스트일레븐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특히 올 시즌 박진섭의 멀티 능력이 더욱 빛났다. 시즌 초 전북은 홍정호의 부상으로 센터백 조합을 김영빈과 박진섭으로 최후방을 단단히 지켰다. 홍정호 복귀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꿔 안정감 있는 활약을 이어갔다. 박진섭이 일관성 있게 수비 라인을 지키며 전북은 3월 16일 포항스틸러스전부터 8월 16일 대구FC전까지 5개월 동안 리그 22경기 무패(17승 5무)로 압도적인 질주를 했고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개인상 후보 발표 전부터 박진섭은 이미 강력한 올 시즌 MVP 후보였다. 그런데 베스트일레븐 부문에서 어느 포지션으로 배정될지가 확실하지 않았다. 박진섭은 올 시즌 리그 34경기 중 센터백 11경기, 수비형 미드필더 23경기를 소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많은 경기를 뛴 건 맞지만 센터백으로 등록되도 이상할 건 없었다. 관련해 박진섭은 우승 세레머니 뒤풀이 후 “나도 모르겠다. 올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 자체에 공을 많이 들인 건 맞다. 구단이나 감독님이 판단하시기에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분으로 내보내지 않을까 싶다”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토마스의 변화무쌍한 포지션도 올 시즌 큰 볼거리였다. 앞서 말했듯 토마스는 왼발잡이 센터백 자원으로 평가됐다. 울산HD와 개막전에서도 토마스는 스리백 중 왼쪽 스토퍼로 출전해 안양의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토마스가 여름을 기점으로 포지션이 모호해졌다. 종전에도 왼쪽 풀백과 센터백을 오갔는데 지난여름 전문 왼발 센터백 권경원이 안양에 합류하자 본격적으로 토마스의 미드필더 배치가 이뤄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센터백으로 뛸 때도 이따금 준수한 스피드와 과감한 전진으로 공격 본능을 발휘했는데 아예 전진 배치가 되니 토마스의 영향력이 경기장 전체로 확대됐다. 유병훈 감독은 토마스를 주로 김정현, 한가람 등과 조합했고 토마스는 엄청난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안양 중원을 이끌었다. 또 본래 수비수임이 의심될 정도로 예리한 침투 능력까지 선보이며 35경기 3골 2도움로 공격포인트도 쏠쏠하게 올렸다.
올 시즌 토마스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센터백 17경기, 왼쪽 풀백 8경기, 미드필더 총 6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킥오프 전 공개되는 포메이션과 다르게 유 감독은 시트지상 센터백에 배치된 토마스를 정작 본 경기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경우가 다분했다. 사실상 토마스는 올 시즌 전반기는 센터백, 후반기는 미드필더로 뛰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 시즌 변화무쌍한 포지션 변화를 보인 박진섭과 토마스는 여러 궁금증 끝에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분으로 입후보했다. K리그 베스트일레븐은 4-4-2 전형을 기준으로 하기에 두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2자리를 두고 경쟁할 예정이다. 미드필더 12명 후보 중 중앙 미드필더로 분류할 수 있는 후보는 두 선수를 비롯해 세징야, 김봉수, 김진규, 오베르단 등으로 좁힐 수 있다. 만일 두 선수가 함께 선정된다면 미드필더 탈을 쓴 수비수들이 결국 최고의 미드필더로 뽑히는 재미난 광경을 연출할 수도 있다.
■ K리그1
○ MVP: 박진섭(전북), 싸박(수원FC), 이동경(울산)
○ 영플레이어: 이승원(강원), 채현우(안양), 황도윤(서울)
○ 감독상: 거스 포옛(전북), 유병훈(안양), 황선홍(대전)
○ 베스트11:
- GK: 김경민(광주), 송범근(전북), 황인재(포항)
- DF 좌: 김진수(서울), 김태현(전북), 이명재(대전)
- DF 중앙: 변준수(광주), 안톤(대전), 야잔(서울), 이창용(안양), 전민광(포항), 홍정호(전북)
- DF 우: 김문환(대전), 김태환(전북), 조성권(광주)
- MF 좌: 김승섭(제주), 송민규(전북), 윌리안(수원FC)
- MF 중앙: 김봉수(대전), 김진규(전북), 박진섭(전북), 세징야(대구), 오베르단(포항), 토마스(안양)
- MF 우: 강상윤(전북), 모재현(강원), 문선민(서울)
- FW: 모따(안양), 싸박(수원FC), 이동경(울산), 이호재(포항), 전진우(전북), 주민규(대전)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