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랑하는 ‘아시아 최강 골키퍼’ 손가락 밟혀 복합골절! A매치 합류 좌절, 회복기간에 촉각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동아시아 골키퍼 중 빅 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스즈키 자이온이 부상 악재를 만났다. 이번 일본 대표팀 합류가 무산됐음은 물론, 회복기간과 회복 후 기량 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지난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파르마의 스타디오 엔니오 타르디니에서 2025-2026 이탈리아 세리에A 11라운드를 치른 파르마와 AC밀란이 2-2 무승부를 거뒀다. 파르마는 선두권 밀란의 발목을 잡으며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겨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를 지켰다. 밀란은 이날 이겼다면 공동 1위 승점으로 올라설 수도 있었지만 무승부에 그치며 3위에 머물렀다.
부상은 후반 37분 발생했다. 밀란 윙어 알렉시스 살레마키어스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 상황에서 스즈키를 제치며 슛을 날리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스즈키의 손을 밟고 말았다. 골키퍼 장갑에 최소한의 보호 기능이 있지만 스터드에 강하게 밟혔을 때는 부상을 피하기 힘들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보도에 따르면 스즈키는 왼손 중지에 복합골절을 입었다. 그 상태로 경기를 마저 소화했는데, 추가로 내준 유효슛이 없어 부상이 티나지 않았다. 이탈리아 현지 보도는 수술 여부에 대해 확실히 거론하지 않았으나 복합골절이라면 꼭 수술이 아니더라도 깁스 등의 방식으로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11월 A매치 명단에서 주전 골키퍼 스즈키를 제외했고, 대체선수는 선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의 후보에 머물러 있던 하야카와 도모키, 고쿠보 레오에게 출전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는 미국에서 가나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를 두고 태어난 혼혈 선수다. 어린 시절 일본으로 이주해 축구선수로 성장한 스즈키는 우라와레즈에서 프로 데뷔했고,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에서 유럽 무대 적응기를 가진 뒤 지난해 파르마 유니폼을 입었다.
유럽진출 및 국가대표 초기에는 플레이가 너무 불안했다. 특히 2023년 아시안컵에서 황당할 정도로 많은 실수를 저질러 일본의 조기 탈락을 야기하는 원흉이 됐다. 그럼에도 일본 축구계는 스즈키를 차기 대표 골키퍼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원래 선방과 빌드업 능력을 겸비해 유럽 빅 리그 구단도 주목하던 스즈키는 세리에A에서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쳐 보였다. 22세 나이에 빅 리그로 진출해 주전 자리를 차지한 만큼, 이대로 경력을 쌓아가면 아시아 역사상 최고 골키퍼까지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곤 했다. 아시아 국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골키퍼로는 오만 대표로 볼턴원더러스 등에서 뒨 알리 알합시가 꼽힌다.
한창 성장 중일 때 경기를 쭉 쉬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고, 스즈키는 특히나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성장이 단절된다면 일본의 내년 월드컵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회복이 어느 선수보다 중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파르마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