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만 ‘509경기’ 뛴 최철순, 본인이 생각한 ‘제2의 최철순’ 후보는? [케터뷰]

2025-11-09     김진혁 기자
최철순(전북현대). 김진혁 기자

[풋볼리스트=전주] 김진혁 기자= 전북의 사나이, 최투지, 원클럽맨.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최철순을 칭하는 수식어다. 전북현대에서만 10번의 우승 세레머니를 즐긴 최철순은 ‘제2의 최철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대전하나시티즌에 3-1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후반 12분 송민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45분 이동준, 후반 추가시간 4분 이승우의 득점까지 터지며 시상식을 앞두고 화끈한 골 축제를 벌였다.

최철순이 이날 선발 출장하며 전북 소속 출전 기록을 509경기로 늘렸다. 최철순은 2006년 전북 입단 후 상주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올 시즌까지 쭉 전북에서만 뛰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경기 전 거스 포옛 감독은 “최철순 선수가 2주 후 은퇴해 K리그 경기에 더 이상 못 뛰기 때문에 홈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며 선발 배경을 밝혔다.

트레이드 마크인 투지와 여전히 왕성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최철순은 후반 37분 최우진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감했다. 최철순이 교체되자 전북 서포터즈는 우레 같은 목소리로 응원가 ‘우리의 철순’을 외쳤다.

최철순(가운데, 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경기 후 최철순은 전북에서의 마지막 우승 세레머니를 즐겼다. 최철순은 전북의 K리그1 10회 우승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유일한 선수다. 전북의 살아 있는 역사인 최철순은 우승 시상식 때도 팬들의 끝없는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장내 카메라에 비친 최철순은 울컥하며 눈물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성대한 대관식이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최철순은 “10번째 우승을 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 구단까지 다 함께 한 팀으로 돼가지고 우승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이 퍼포먼스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라며 “엄청 화려하게 했던 것 같다. 구단에서도 신경 많이 쓰신 티가 많이 나서 선수들도 즐겁고 선수단 가족들도 즐겁고 팬들까지 오늘 다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던 것 같다”라며 시상식 소감을 말했다.

선발 출전한 소감에 대해선 “팀에 도움이 많이 되려고 항상 노력한다. 경기장에 넣어주신 만큼 제가 보여드리지 못하면 다음에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는 거기 때문에 운동장에 나가는 만큼은 진짜 제 모습은 다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포옛 감독님이 이렇게 기회를 주셔 가지고 정말 감사하다. 전북에는 진짜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경기장에 나갔다는 자체가 저로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철순(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근 ‘제2의 최철순’이라는 단어가 전북 선수단 내에서 돌았다. 이승우는 지난 33라운드 전북의 우승 확정 후 전북에 오래 남아 ‘제2의 최철순’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관련해 이승우는 지난 5일 전북 우승 미디어데이 때 “현실적으로 제2의 최철순이 되려면 20년은 뛰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최철순의 위대한 업적을 유쾌한 농담으로 다시금 조명했다.

당사자 최철순은 자신의 후계자가 전북에 꼭 나오길 소망했다. “(제2의 최철순이) 당연히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승 10개와 제 출전 기록도 깰 수 있는 그리고 저보다 더 오래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지 계속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 같다. 한국 축구가 그런 드라마적인 면을 좀 많이 가져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철순은 본인이 생각하는 ‘제2의 최철순’ 유력 후보도 몇명 꼽았다. “기록으로 생각하기에는 송범근 선수가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다. 근데 아직 (홍)정호도 힘이 남아 있고 충분히 저한테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선수고, 또 어린 선수로는 강상윤 선수가 이제 해외 이적만 잘 안 된다면(웃음), 전북에서 돈을 많이 줘서 잡는다면 해외 욕심이 없다면 남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전북은 이재성 선수가 길을 잘 닦아 놨기 때문에 어떤 걸 선택 하든 좋은 선수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최철순에게 남은 경기는 2경기다.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최철순은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각오했다. “내 퍼포먼스를 못 보여드리면 많은 팬분들이 실망하실 거고 코리아컵 결승에서 지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항상 이긴다는 마음 가짐으로 준비하겠다”라며 “미친 듯이 뛰어다닐 거고 아직도 축구하는 게 좋기 때문에 기회를 주신다면 더 달리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