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이겨야 한다” 우승 한껏 즐긴 송민규, 이젠 코리아컵 위해 ‘진지 모드’ 전환 [케터뷰]

2025-11-09     김진혁 기자
송민규(전북현대). 김진혁 기자

[풋볼리스트=전주] 김진혁 기자= 대관식 날을 한껏 즐긴 송민규는 이제 코리아컵 우승을 위해 다시금 진지함을 갖추고자 한다.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대전하나시티즌에 3-1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후반 12분 송민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45분 이동준, 후반 추가시간 4분 이승우의 득점까지 터지며 시상식을 앞두고 화끈한 골 축제를 벌였다.

전북의 혈을 뚫은 주인공은 송민규였다.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송민규는 후반 12분 박진섭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득점 후 송민규는 전북 선수들을 응원석 앞으로 모았고 미리 준비한 핸드폰을 받아 팬들과 ‘단체 셀카 세레머니’를 즐겼다. 이후 송민규는 후반 29분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에르난데스의 페널티킥 동점 골 빌미를 제공했으나 자신을 대신해 투입된 이동준과 이승우가 후반 막판 연속 골을 집어넣으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송민규는 “오늘 시상식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저희 선수들이 파이널 라운드에 와서 아직 승리가 없었고 그 승리가 간절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의 간절함이 오늘 승리로 이어진 것 같아 정말 기쁘다. 경기 끝나고 시상식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하루인 것 같다”라며 승리 소감을 말했다.

송민규(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이날 경기 후 전북의 10번째 대관식이 진행됐다. K리그1 10회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만큼 시상식은 화려하고 성대하게 진행됐다. 시상식 중 눈길을 끈 장면은 바로 녹색 머리로 염색한 송민규였다. 송민규를 비롯해 송범근, 이승우, 전진우는 녹색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염색한 뒤 선글라스를 쓰고 시상식에 등장해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송민규는 해당 세레머니가 송범근의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송)범근이 형이 초록색 헤어스프레이를 갖고 왔다. 그냥 뿌렸는데 색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몰랐다”라며 “범근이 형의 아이디어였다. 형이 저희 4명 다 같이 하자고 해서 했다. 선글라스도 저희 4명 같이 하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민규(전북현대). 김진혁 기자

한술 더 떠 송민규은 경기 전날 옆머리에 의미 있는 스크래치를 새겼다. 한 쪽에는 10회 우승을 의미하는 커다란 별을, 다른 한쪽에는 곧 결혼식을 올릴 애인의 이니셜을 새겼다. 송민규는 “(이)승우 형이 같이 우승도 했고 별 10개를 달았으니까 큰 별 하나를 달자 해서 표현했다. 또 여기는 여자친구 이니셜을 달았다. 이렇게 스크래치를 한번 해 봤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또다시 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데 다시는 안 할 것 같다”라며 “오늘 기분 좋은 날이고 축제의 날이니 한번 그냥 스타일을 해봤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선제골 후 셀카 세레머니는 송민규가 구단 직원에게 부탁해 사전에 준비된 세레머니였다. “선수들끼리 항상 오늘은 골 넣으면 어떤 세레머니를 할까 얘기를 많이 한다. 아무나 골 넣으면 이 세레머니를 하자라고 했던 영상이 셀카를 찍는 영상이었다”라며 “구단에서도 경기 전에 골을 넣으면 특정 위치에 직원들이 위치할 거다라고 미리 말씀해 주셨다”라며 숨겨진 에피소드도 풀었다.

송민규(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우승을 한껏 즐긴 송민규는 이제 다시 진지함을 갖추고 코리아컵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12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승부를 펼친다. 송민규는 “경기 전 감독님께서 미팅하시는데 오늘 경기 목표는 첫째 팀으로 싸우는 것, 둘째 (박)재용이와 (전)진우가 한 골씩 넣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가 ‘저는 골 안 넣어도 됩니까’라고 물으니 감독님이 ‘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골 많이 넣으니까 코리아컵 때 넣으면 돼’라고 하셨다. 그래서 ‘최대한 오늘 골 안 넣도록 해보겠다’라고 장난식으로 농담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코리아컵 우승은 저희의 올해 마지막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 큰 경기에서 골을 넣는 게 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거스 포옛 감독의 농담처럼 송민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한 모습이다. 올 시즌 FC서울 원정 두 경기에서도 모두 득점을 터트린 바 있다. 송민규는 “오늘 골로 기운을 뺏겼다기 보다는 이 기운을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하고 골을 넣어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이 계기로 열심히 득점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코리아컵 우승 세레머니를 따로 준비한 게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승리를 안 했기 때문에 세레머니 계획은 정말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코리아컵 결승전을 준비 할 때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이후 생각은 안하고 있다”라며 진지한 각오를 남겼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