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1st] 오현규에게 큰 상처 남긴 슈투트가르트…메디컬 탈락 아닌 ‘130억 이적료 격차’가 결정적 문제

2025-09-02     김희준 기자
오현규(헹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번 이적시장 막바지를 뜨겁게 달궜던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무산된 데에는 메디컬 테스트 결과보다 이적료 등 조건에 대한 의견차가 더 결정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오현규는 이적시장 마감일이 가까워오던 지난 1일(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와 가까워졌다. 벨기에와 독일 양국 매체에서 모두 오현규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적료는 최소 2,000만 유로(약 325억 원)에서 최대 2,800만 유로(약 455억 원)로 예상됐으며, 계약기간은 최대 5년이었다.

1일 대표팀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온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도 오현규에 대해 “움직임이 좀 있는 것 같다. 아직 결정은 안 됐지만 현지시간이 남아 있으니 하루 정도는 비행기 타는 시간을 늦췄다”라며 이적설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오현규(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하지만 최종적으로 오현규는 독일로 가지 못하고 벨기에에 남았다. 이적시장 마감시간을 1시간 이내로 남겨둔 2일 새벽, 독일 ‘빌트’는 “오현규는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하지 않을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했다”라고 전했다. 정확한 사유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현규가 2017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십자인대가 없는 채로 뛰고 있는 점이 문제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이후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행 무산이 단순히 메디컬 테스트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암시가 나온다. 일례로 ‘빌트’에 이어 오현규의 이적 불발을 보도한 벨기에 매체 ‘HLN’은 “슈투트가르트는 메디컬 테스트 후 오현규의 이적료를 낮추길 원했지만 헹크는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즉 오현규가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하지 않았고, 슈투트가르트가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근거로 이적 협상을 추가로 진행하다가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당초 독일과 벨기에 매체 사이 기류도 미묘하게 달랐다. 독일에서는 오현규의 이적료가 2,000만 유로에 보너스 조항이 삽입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벨기에에서는 2,700만 유로에 100만 유로 보너스 조항이 있는 계약 조건이라고 나왔다. 벨기에에서는 이적료에 대한 관측 차이가 곧 슈투트가르트와 헹크 사이의 간극이라고 분석하며 오현규 이적이 이적료 문제로 불발됐을 거라 내다봤다.

헹크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양 구단의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이적 조건에 대한 분쟁으로 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라며 “게약 취소는 곧 오현규가 헹크로 돌아와 토르스텐 핑크 감독의 핵심으로 합류함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오현규(헹크). 게티이미지코리아

헹크 입장에서는 슈투트가르트의 이적료 삭감 요구 혹은 임대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애당초 헹크는 이번 시즌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톨루 아로코다레가 떠나는 걸 상정하고 오현규를 중심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 말인 즉 오현규가 애초에 판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동시에 아로코다레를 2,700만 유로(약 439억 원)에 판매해 재정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였다. 지난 시즌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오현규에게 큰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슈투트가르트가 최초에 제안한 금액보다 낮은 이적료로 오현규를 내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독일 ‘키커’도 이번 문제는 이적료 이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슈투트가르트 의료진은 오현규에게 남은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지만,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이적을 꺼리던 건 아니었다. 헹크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슈투트가르트는 2,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헹크는 2,800만 유로를 원했다”라며 이적료에 관한 문제가 오현규 이적 무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오현규의 이적 실패는 최초 독일 매체의 보도처럼 단순히 메디컬 테스트 탈락이 아니라 메디컬 테스트에서 발견된 문제에 따른 이적료 조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보도가 이미 이뤄진 만큼 오현규는 유럽 빅리그에 대한 꿈을 잠시 뒤로 미루고 큰 상처를 안은 채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