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원정 홈경기’ 전북 ACLT 홈구장 변경, 추춘제에도 경각심

2025-02-27     김희준 기자
이승우(왼쪽, 전북현대), 민상기(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전북현대가 잔디 문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TWO(ACLT) 8강 1차전 홈 경기장을 변경했다.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3월 6일 목요일 19시로 예정된 ACLT 8강 1차전 시드니FC와 맞대결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른다"라고 밝혔다.

전북은 올 시즌 홈 경기만 세 차례를 치렀다. K리그 경기 2번에 ACLT 16강 2차전 1번이었다.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일정으로 K리그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잔디가 충분히 자리잡을 시간이 부족했고, 추위로 땅까지 얼면서 선수들이 제 컨디션으로 경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관련해 전북 이승우는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AFC에서도 잔디 문제로 다가오는 6일 전북과 시드니의 8강 1차전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홈 경기 개최를 위해 전주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잔디 보수 및 교체 작업을 실시하고 향후 개선 계획까지 전달하며 의지를 드러냈으나 최종적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하게 됐다.

용인미르스타디움 전경. 서형권 기자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AFC는 지난해 ACL 엘리트(ACLE) 리그 페이즈에 참가했던 울산HD와 광주FC에 잔디 문제와 관련한 홈 경기장 대체 요청을 받았다. 울산은 다행히 가까운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광주는 주변에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올라가야 했다. 전북도 광주와 똑같은 일을 겪는 셈으로, 전북 클럽하우스 기준 이동거리는 160km가 넘는다.

이번 사태는 향후 추춘제 전환을 목표로 하는 K리그가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전북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시기 8일 새 3경기를 치르다가 잔디가 망가져 중요한 ACLT 경기를 전주성에서 열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전북은 지난 시즌 비교적 잔디 관리가 괜찮은 축에 속했음에도 여의찮은 환경에서 몇 경기를 하자 곧바로 잔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많은 축구인들도 추춘제 전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잔디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걸 전제로 깔았다. 대표적으로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준비가 확실히 된다고 그러면 우리도 추춘제를 따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따라가기 위해 준비할 건 딱 한 가지다. 잔디 스팀을 깔면 끝난다”라며 잔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춘제로 전환해도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하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점을 짚었다

추춘제는 시대적 흐름이다. AFC는 추춘제를 기준삼아 대회를 운영 중이다. 일본 J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각 대륙에서 춘추제를 운영하던 리그들도 세계 추세에 발맞춰 몇 년 내로 추춘제 전환을 한다. K리그도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추춘제로 가야 한다. 다만 성급하게 추춘제로 전환해 또 다른 피해가 나오지 않게 각 구장의 잔디를 겨울에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잔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추춘제 전환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게 될 수도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