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85%’ 정몽규 4연임, 압도적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2025-02-27     김희준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85% 압도적인 득표율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을 확정지었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정 회장이 156표를 얻어 당선됐다. 신문선 후보는 11표, 허정무 후보는 15표를 획득했고 무효표는 1표였다.

선거 전부터 축구계에는 정 회장이 다른 두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정 회장이 12년 동안 축구협회를 이끌어온 만큼 축구계에 너른 인맥을 구축하고 있고,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도 기존 회장에게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불안요소가 없는 게 아니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를 통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았다. 현재는 축구협회가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문체부 특정감사 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청구한 것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인용돼 당장 자격이 사라질 걱정은 덜었지만, 향후 문체부가 움직임을 예고한 만큼 ‘문체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선거인들을 불안하게 할 만했다.

또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논란도 있었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이었던 박주호의 폭로를 시작으로 박지성, 이영표 등 여러 축구인들이 축구협회의 폐단에 목소리를 냈다. 실제 정 회장의 부정 여부와는 별개로 잇단 남자 A대표팀 감독 선임에 잡음이 끊임없이 새어나온다는 건 그 능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통해 기업인 출신 축구협회장에 대한 피로가 쌓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축구인들은 정 회장이 신 후보, 허 후보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3파전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득표율 85%로 결선 투표 없이 당선됐다는 건 정 회장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드러낸다. 다른 두 후보는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렀다.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정 회장의 과오나 실력에 대한 의구심에도 신 후보나 허 후보에게 축구협회를 믿고 맡길 수 없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신문선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김희준 기자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윤효용 기자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는 전 세계 정치 흐름과 닮은 면이 있었다. 최근 각국 수장을 뽑는 선거는 최선보다 차악을 뽑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축구협회장 선거도 그랬다. 정 회장에게 신 후보와 허 후보가 맞서는 형국이었다. 신 후보와 허 후보가 ‘최선’ 포지션을 가져갈 기회가 있었지만, 과거 경력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선거 초기 정책 설정보다 정 회장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그 기회를 놓치며 이번 선거는 차악을 뽑는 선거가 됐다.

그렇다고 두 후보가 ‘차악’ 포지션을 공고히 하지도 못했다. 정 회장은 어찌 됐든 자서전 ‘축구의 시대’ 등을 통해 비전을 제시했고, 이를 실현할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 후보와 허 후보는 이러한 비전을 넘어설 만한 공약이나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두 후보는 선거 캠프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구체적이지 못한 공약들을 제안했고, 행정력 부재 등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도리어 정 회장에게 ‘차악’ 포지션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정 회장은 다른 두 후보를 압도하며 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결선투표에 가지 않는 ‘득표율 50%+1표’를 목표로 했다고 밝히며 많은 축구인들의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정 회장의 승리보다 다른 두 후보의 실패가 두드러진 이번 선거는 축구협회는 물론 축구계에 산적한 숙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상징적인 선거로 남을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