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1st] 평균 추가시간 16분…독일 팬들이 던진 ‘테니스공’과 자본 저항의 역사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분데스리가 클럽 팬들은 테니스공을 경기장에 던져 독일축구리그(DFL)가 외부 투자 자본에 중계권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는 처음이 아니다.
최근 분데스리가의 경기 시간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주말 진행된 22라운드 9경기 평균 추가시간은 15.9분이었다. 분데스리가 개막전 9경기 평균 추가시간이었던 8.7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어마어마함을 실감할 수 있다.
추가시간만 20분 전후로 주어진 경기도 수두룩했다. 19일 열린 보훔과 바이에른뮌헨 경기에서는 추가시간이 22분 주어졌고 프라이부르크와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의 경기, 볼프스부르크와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경기도 각각 18분, 19분 추가됐다. 정점을 찍은 건 다름슈타트와 슈투트가르트 경기로 전반 추가시간만 20분이 주어지는 등 총 28분의 추가시간이 부여됐다.
비디오 판독(VAR)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분데스리가 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테니스공을 경기장에 던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따금 테니스공이 후반전 시작 전에 날아들기 시작했고, 점점 그 빈도가 늘어났다.
팬들은 분데스리가가 상업화되는 걸 우려한다. DFL이 분데스리가 중계권 지분 일부를 판매할 계획을 1부와 2부 전 구단을 모아 투표했고, 그 결과 36개 구단 중 26팀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이 소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구단에 대한 주인 의식이 투철한 분데스리가 팬들을 분노케 했다. 분데스리가는 지역 연고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팀과 지역민들의 관계가 끈끈하다. 독일 2부까지 꽉 들어차는 열렬한 관중들은 이에 기반한다.
또한 재정적으로도 분데스리가 클럽들과 그 팬들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분데스리가는 구단 혹은 구단 팬들이 50%보다 많은 클럽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외국 자본에 팀이 휘둘리거나 지나치게 자본을 중시하는 행보를 걷는 걸 경계한다. 이는 분데스리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게 만드는 요인인 동시에 분데스리가를 세계 최고 리그로 성장시키지 못하게 하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분데스리가 팬들은 이전부터 자신의 구단 혹은 독일축구리그가 자본에 굴복할 때마다 테니스공을 던져 항의해왔다. 대표적으로 2016년 2월에는 슈투트가르트가 가장 값싼 좌석조차 입장권 평균 가격인 30유로(약 4만 3천 원)보다 높은 38.5유로(약 5만 5천 원)로 책정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좌석에 앉지 않는 건 물론 테니스공을 경기장에 투척해 경기를 지연시켰다.
2018년 2월에는 분데스리가가 중계권 등을 이유로 월요일에 경기를 배정하기 시작하자 축구는 지역 팬들을 우선시해야 된다며 경기장에 테니스공을 던져 이러한 움직임을 멈춰달라고 항의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번 테니스공 항의는 올해 2월 들어 정점을 찍고 있다. 사실상 모든 경기장에서 테니스공 시위가 벌어졌다. 테니스공 말고도 동전처럼 금박에 싸인 초콜릿, 사과 등 쓰레기들을 던졌다. 일부 2부리그 경기에서는 연막탄을 단 무선 조종 레이싱카가 등장하는가 하면 자전거 자물쇠를 골대에 걸어놓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데스리가 팬들은 어느 리그보다도 지역 연고 구단과 긴밀한 연대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팬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중계권 지분 일부를 외국 자본에 넘긴다는 판단에 분노했고 경기에서 테니스공을 던져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 DW스포츠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