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참가’ 수원의 고3 유망주들 “담임 선생님이 잘하고 오라셨어요”
[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올해 수원삼성과 준프로 계약한 2002년생 정상빈, 손호준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자만하지 않고 출전 기회도 얻겠다”며 입을 모아 각오를 밝혔다.
수원은 17일 새벽 ACL 참가를 위해 카타르로 이동했다. 22일 광저우에버그란데(중국)전을 시작으로 G조 조별리그를 갖는다. 조 2위를 확보해야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한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기 전 이미 2전 전패를 당했다. 부상 선수도 대거 발생했다. 한의권, 임상협, 안토니스 등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주장 염기훈은 대한축구협회 A급 지도자 강습회 참가로 인해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건하 감독은 “2패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첫 경기 광저우전에 초점을 맞췄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됐다. 정상빈, 강현묵, 손호준, 안찬기 등을 선수 명단에 올렸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젊은 선수들을 투입시킬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이 첫 경기부터 패할 경우 16강 진출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이러한 경우 대회를 포기하고 남은 경기를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 감독이 ACL 명단에 ‘깜짝’ 포함한 정상빈과 손호준은 올해 수원과 준프로 계약한 매탄고(수원 U-18) 3학년 선수다. 학교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풋볼리스트'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선수는 “자만하고 싶지 않아서 자랑은 안 했어요. 친구들이 뉴스를 보고 축하해주더라고요. 담임선생님께서도 잘하고 오라며 격려해주셨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18세인 두 선수는 K리그 사상 최초로 고등학생 신분으로 ACL에 참가하게 됐다. 수원은 유소년팀 선수들과 준프로 계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준프로 선수 중 리그 경기를 뛴 선수들은 있어도 ACL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박 감독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상빈은 “수원이 다른 구단보다 유소년 육성에 있어선 확실히 선진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만큼 동기부여도 되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라며 “매탄고에서 뛰는 중에 감독님이 새로 오셨기 때문에 저를 알릴 기회가 적었어요. 기회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드리려고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손호준 역시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니 구단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팀을 위해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요. 좋은 팀에서 좋은 대회에 나가게 돼 영광스럽습니다”고 말했다.
이 둘은 ACL 참가를 위해 20세 이하(U-20) 대표팀 소집 훈련을 조기에 마감했다. 김정수 감독 눈에 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지 않은지 묻자 정상빈은 “감독님께서 소속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오라고 격려해주셨어요”라고 대답했다. 손호준 역시 “감독님께서 ‘ACL 다녀오면 네 자리 없을 거야’라고 농담도 하셨는데 경쟁에서 이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선수는 “대표팀과 ACL 모두 소중한 기회지만 지금은 ACL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라고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격수 정상빈의 목표는 득점이다. “형들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나름 호흡이 잘 맞았어요.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면 데뷔골까지 넣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풀백 손호준은 “대회를 따라가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려고요. 준비 잘 해서 출전 기회를 얻고 싶어요. 준프로 선수들이 중요한 대회에 나가는 것에 의구심이 있는 팬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팬 분들께도 손호준이라는 선수를 알리겠습니다”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