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수적 우위 강조’ 벤투호 전술적 장치 "점유를 위한 점유는 없다"
[풋볼리스트=파주] 허인회 기자= 벤투호의 전술 철학은 빌드업과 전방압박이다.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선 수적 우위를 기본으로 가져가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오후 파주 NFC(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KFA 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파울루 벤투 남자대표팀 감독과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 등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 전임지도자 약 35명이 참석해 대표팀 운영 철학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날 벤투 감독은 대표팀이 추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구상하는 전술에 대해 발표했다. 벤투 감독은 “철학과 콘셉트를 확립해야 훈련 방향, 경기 전술을 정할 수 있다. 모든 코칭스태프와 함께 한 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논의한 결과”라며 “큰 틀에서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며 시작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벤투호는 볼소유와 빌드업을 통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기본이다. 공을 잡으면 수비 지역에서부터 패스를 주고받으며 빈틈을 노린다. 상대 공격수의 압박을 이끌어내고 침투할 공간을 찾는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뒤로 공을 돌린다. 미드필더도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패스를 받아주며 빌드업에 가담한다. 공 주변엔 항상 아군이 더 많아야 한다.
“점유를 통해 플레이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나 오로지 점유를 위한 점유를 해선 안 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사이사이에 있으면 6~8번씩 패스를 주고받는 건 불필요하다. 2~3번의 패스로 상대 문전에 도달할 수 있다면 이러한 효율적인 패턴이 더 좋다. 수비 배후에 틈이 보이면 롱패스를 통한 선 굵은 플레이도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점유는 '수단'일뿐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벤투호는 득점까지 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짧은 패스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단순하더라도 효율적인 공격 방식을 취해야 한다.
공격 진영까지 전진하면 선수들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문전쇄도를 노린다. 페널티박스 안에선 선수별로 어느 위치에 설 것인지도 미리 맞춰 놓는다. 약속된 크로스를 올리기 위함이다. 이때 반대쪽 풀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 수비진이 이미 박스 안으로 들어온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사이 풀백이 쇄도해 허를 찌르는 슈팅을 때릴 수 있다. 이때 센터백은 역습 방지를 위해 포지션을 지킨다.
역습 시에는 상대 문전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최대로 줄이기 위한 전략을 짰다. 상대 공을 빼앗는 순간 양 측면과 중앙 포지션 상관없이 빠르게 쇄도해 페널티박스 안을 채운다. 숫자 싸움의 우위를 점해 득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우리가 공을 빼앗기고 상대가 빌드업을 시작할 때 완전히 내려서지 않는다. 수비 위치와 대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압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 주변으로 선수들이 다가가 수적 우위를 두고 빠르게 공을 되찾아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수비로 전환할 땐 전방압박이 기본이다. 수비 전환 시 전방압박에 성공하면 상대가 공격하는 대로 대형 전체가 움직일 필요가 없고 그만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상대가 역습에 나서지 못하도록 1차 수비는 공격수가 한다. 단순히 지연하는 정도로 끝내지 않는다.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를 줄이기 위해 빼앗기자마자 주변 공격수들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전방압박을 가한다. 전방압박, 빌드업 모두 성공하기 위해선 숫자싸움의 우위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반면 실패할 경우엔 체력 피해가 배로 늘어난다. 단점도 있다. 전방압박을 가하기도 전에 상대가 롱패스를 차놓고 일대일로 승부하는 경우다. 수비력이 좋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뚫릴 경우 커버할 동료가 없다. 이때는 실점과 직면할 수도 있다.
벤투호의 철학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공수 양면에서 세밀한 조직력을 구축하는 게 필수다. 벤투 감독은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작은 실험과 점검을 전개하면서도 큰 틀은 유지하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면서 결과를 내겠다는 뜻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