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용on리버풀] ‘중고 신인’ 필립스, 붕괴된 수비진의 새로운 옵션 등장

2020-11-01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롭 감독과 너대니얼 필립스(이상 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중고 신인’ 너대니얼 필립스가 리버풀의 붕괴된 중앙 수비를 지탱해 줄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1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를 가진 리버풀이 웨스트햄에 2-1로 승리했다.

리버풀은 최근 수비 공백이 심각하다. 붙박이 주전 수비수였던 버질 판다이크가 오른쪽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이번 시즌 복귀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센터백 조엘 마티프도 부상을 당했고, 대체 센터백이었던 미드필더 파비뉴까지 이탈했다. 남은 1군 수비수가 조 고메스 한 명뿐이었다.

필립스가 고메스와 짝을 이루며 EPL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 전 출장이 유력했던 센터백은 리스 윌리엄스였다. 윌리엄스는 앞선 카라바오컵 경기를 책임졌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회 교체 출장을 기록하는 등 유망주 센터백 중에서는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필립스를 선택한 건 뜻밖이었다.

그러나 즉시전력감이라는 기준에서는 23세 ‘중고 신인’ 필립스가 더 나았다. 필립스는 리버풀 소속으로 임대를 전전하며 이미 어리다고 보기 힘든 23세까지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시즌 전 방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신 지난 시즌 독일 2.분데스리가(2부) 구단 슈투트가르트에 임대돼 주전급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었다. 2.분데스리가에서 선발로 16경기, DFB포칼에서도 선발로 1경기를 소화했다.

상대 웨스트햄이 매우 수비적으로 경기했기 때문에 필립스가 돋보일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웨스트햄은 190cm 장신 공격수 세바스티앙 알레르를 향해 계속 롱 패스를 투입했는데, 역시 190cm인 필립스가 여러 번 막아야 했다. 필립스는 이 경기에서 공중볼 획득 5회를 기록해 알레르와 함께 최다기록을 남겼다. 가로채기도 2회 기록했다.

눈에 띄는 실수는 필립스가 아니라 선배 고메스가 했다. 고메스는 헤딩을 어설프게 해서 선제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필립스 쪽에서는 큰 실수가 없었다.

다만 필립스는 빌드업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버풀의 점유율이 72.4%나 되는 경기라면 센터백의 패스 성공률은 매우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메스보다 빌드업 관여도가 낮았고, 패스 성공률은 81%에 불과했다.

필립스가 리버풀 수비 문제의 완벽한 해답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EPL에서 뛰기 힘들어보였던 유망주에게도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다. 필립스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첫 기회를 잡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