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격권’ 오른 정정용 서울이랜드 감독 “이제 두려운 팀은 없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서울이랜드FC는 승격으로 가는 첫 계단을 올랐다.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올라가려면 우승을 통해 자동 승격하거나 2~4위에 든 뒤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즌 내내 5위 언저리에 머물렀던 서울이랜드가 23라운드 현재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대 고비로 꼽힌 경기였다. K리그2는 국가대표 차출 기간에도 진행됐다. 서울이랜드의 주전 센터백 듀오 이상민과 김태현이 모두 올림픽대표팀으로 떠났기 때문에 가장 큰 전력누수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부천FC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위기관리를 해냈다.
3위 이상으로 순위를 올리는 것이 1단계, 이 순위를 27라운드까지 지키는 것이 2단계, 플레이오프 통과가 3단계라면 현재 서울이랜드는 1단계를 통과했다. 약체 서울이랜드를 “누굴 만나도 대등한 팀”으로 발전시킨 정정용 감독에게 13일 전화를 걸었다.
- 이상민과 김태현이 없는 경기가 최다 고비였는데, 오히려 다득점 승리를 거둔 비결은
쉽지 않았다. 2주일 전부터 차출될 분위기를 감지하고 미리 대비했다. 김수안, 김동권, 김진환이 그 대체 선수들이었는데 미리 경기에 조금씩 투입하며 준비하도록 했다. 선수들에게는 부담감을 줬다. 이 고비를 이겨내면서 스스로 성장하라고 주문했다. 수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풀백과 미드필더가 지원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선제골이었다. 선제골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야 수비 불안을 감출 수 있었다. 사실 경기 초반에는 수비조직이 흔들렸는데 전반 18분 세트피스 선제골로 자신감을 얻었다.
- 특히 수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 투입된 김진환이 직접 선제골을 넣었다. 김진환과 서재민은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용병술이 적중했다
진환이는 지난 FA컵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세트피스 득점력이 있다. 수비수들이 바뀌며 조직력이 떨어진 대신 제공권은 오히려 좋아졌다. 세트피스 훈련을 많이 했다. 재민이는 스리백 옆에서 윙백을 맡는다. 분명 득점 기회는 올 거고, 그럴 때 윙어 출신인 재민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 서울이랜드에서 올림픽대표가 많이 차출되자, 대한축구협회가 전임지도자로 오래 헌신한 정 감독을 유독 괴롭힌다는 농담도 나왔다.
부천전을 잘 마치고 쉬는날이라 모처럼 대표팀 경기 보러 고양에 갔다. 갔더니 축구협회 사람들이 반겨주시더라. 차출에 내가 아무런 불만 없이 응했다. 그리고 3-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고 만났다. 축구협회 분들은 내심 내가 패배하면 어쩌나 부담스러워 하다가, 이기고 나타나니까 짐을 하나 덜었다는 표정이더라. 작년 U20 월드컵에 같이 갔던 최영일 부회장님 등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밝았다.
- 김진환은 “감독님은 토너먼트에서 성공할 줄 안다는 걸 이미 보여줬다”며 승격 PO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던데
나름대로 토너먼트 경험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부터 분위기를 잘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PO 결승 같은 목표를 꿈꾸는 게 아니라 진출만 생각해야 한다. 바로 다음 경기만 생각하면서, 그 경기에서 조금 더 힘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내 일이다.
- 개막하기 전 서울이랜드는 약체로 분류됐다. 시즌 막판 3위에 오를 걸 예상했나?
솔직히 못 했다. 정말 잘 풀렸을 때의 시나리오는, 막판 스퍼트를 통해 5위에서 4위로 올라가 PO에 진출하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3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사실 지키는 게 더 힘들고 해본 적도 없는데, 이제 방법을 찾아야지. 현재 우리가 2연승 중인데, 리그 3연승은 해 본 적이 없다. 3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통해 동기부여를 해 보려 한다. 다음 경기 상대 FC안양은 이번 시즌 2전 전패를 당한 팀이라 이 점도 주목한다.
- 맞다. 하위권 안양 상대로 약하다. 반대로 상위권 경쟁팀 대전하나시티즌, 경남FC 상대로는 모두 2승 1무로 앞섰다. 상대 전력과 경기 결과가 무관하다는 느낌이다
우리 전술이 그렇다. 카운터가 장점인 팀이다. 상대가 약팀이면 서로 후퇴해서 공간이 없다. 구래서 약팀에 약한 것 같다. 이번처럼 세트피스 등으로 선제득점이 나오면 잘 풀린다. 그런데 모든 팀 상대로 50 대 50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두려워할 팀은 하나도 없다.
- 임대 등의 방식으로 여러 선수를 수급했고, 포지션 변화를 통해 역량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었다
부천전에서 골을 넣어 준 서재민은 인천에서 장기계약을 맺지 못하고 방출된 선수였다. 원래 윙어였는데 동계훈련에서 윙백 역할을 익히도록 많이 노력했다. 처음엔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공격수로 살아왔는데 수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당황하더라.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공격과 수비를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본인 노력을 통해 내 요구를 충분히 수행해 이 자리까지 왔다. 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을 지켜봐줬으면 한다.
- 직접 찾았다는 올림픽대표 경기에 U20 월드컵 시절 제자가 많이 차출됐다. 이광연, 오세훈, 조영욱이 있었다. 특히 엄원상은 일취월장했다
함께 경기를 관전하면서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이야기했다. 이래서 청소년 월드컵 같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어렸을 때 해외로 보내는 것도 좋지만, K리그에서 성장해야 하는 유망주도 많다. 축구협회는 엘리트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줘서 그 세대의 뿌리가 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제 U20 월드컵 멤버들은 K리그2 어느 팀에서도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고, K리그1에서도 경쟁력이 생겼다. 원상이는 비싸져서 영입할 엄두도 안 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