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 이탈, 이재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8-05-21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의 창의성을 담당할 예정이었던 권창훈이 부상을 이탈했다. 온전한 대체 멤버가 없는 선수다.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가장 상식적인 대안은 이재성의 역할을 늘리는 것이다.

권창훈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열린 프랑스리그앙 시즌 최종전 후반 31분 경합 과정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월드컵 1차 엔트리에 포함돼 있었으나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무산됐다. 한국은 원래 28명 규모로 예비 엔트리를 구성했으나 권창훈이 빠진 뒤 21일 소집한 멤버는 총 27명으로 축소됐다.

권창훈은 원래 한국의 핵심 선수다. 신태용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권창훈의 능력을 높이 샀다. 권창훈은 창의적인 선수다. 4-4-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아 수세일 때 수비 조직에 가담하고, 공격할 때는 프리롤처럼 움직이며 상대를 교란할 수 있었다. 여기에 유럽에서 보낸 본격적인 첫 시즌에 11골을 터뜨린 공격력까지 겸비했다. 권창훈의 완벽한 대체자는 없다.

신 감독은 이미 기존 체제인 4-4-2에서 권창훈이 빠졌을 때 이재성을 대안으로 시험한 바 있다. 이재성은 권창훈과 공존할 때 경기를 주도하려는 의식을 버리고 철저한 팀의 부품으로 돌아가 압박, 패스 연결, 수비 조직력 유지 등 팀 플레이에 주력해 왔다. 반면 권창훈이 없을 때는 이재성이 직접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하며 상대를 허물었다. 이재성이 주도한 A매치가 주로 동아시아팀을 상대한 E-1챔피언십이었기 때문에 월드컵 수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대표팀이 ‘플랜 B’를 가동할 경우에도 이재성은 권창훈의 가장 자연스런 대체자다. 대표팀이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쓰는 전술로 돌아갔을 경우에도 이 자리의 원래 주인은 권창훈이었고, 지금은 이재성이 가장 유력하다. 이재성은 전북에서 4-3-3에 가까운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 역할과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모두 능숙하게 소화해 왔다.

이재성이 처음 데뷔했을 때에 비해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선수 기용이다. 이재성은 수비 가담과 팀 플레이는 데뷔할 때부터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점에서는 권창훈보다 앞서 있었다. 프로에서 4년 동안 활약하면서 점점 공을 잡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젠 전북의 공격 줄기를 좌지우지하는 플레이메이커로 발전했다.

기본적으로 권창훈과 이재성은 경기를 푸는 방식이 비슷하다. 오른쪽에 치우친 위치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진입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당기고 왼발 패스를 중앙으로 찔러 넣는다. 틈이 벌어지면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노린다. 슛의 위력은 권창훈이 전반적으로 강하지만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다 감아 차는 중거리 슛만큼은 이재성에게도 확실한 무기다.

다만 이재성에게 권창훈만큼 모험적이고 번뜩이는 플레이를 기대하긴 힘들다. 권창훈은 발상이 과감한 선수다.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있더라도 파격적인 플레이를 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다. 반면 이재성은 더 안전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이재성이 권창훈의 대역을 맡을 경우 주위 선수들의 공격 가담이 중요해진다. 라이트백 이용, 함께 뛸 윙어 파트너 등 동료 선수들이 한층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재성이 동료들을 지원하고 배후를 커버해줄 수 있다. 혹은 한국의 스타일을 더 수비적으로 바꾸는데 이재성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