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싸움구경 | ① 쿵푸킥에서 하이킥으로, ‘킥의 역사’

2017-11-05     류청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파트리스 에브라가 멋진 하이킥을 꽂았다. 문제는 대상이 관중이었다는 것이다. 선수가 관중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뉴스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그러나 선수도 인간인지라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관중들의 언어폭력에 늘 노출돼 있다 보니 종종 발끈하는 게 이해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선수가 팬에게 덤벼들었던 사례를 모아 봤다. 1편에서는 거침없이에서 지붕뚫고로 이어지는, 아니 에릭 칸토나에서 에브라로 이어지는 하이킥의 역사를 다뤘다. 2편은 선수가 팬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던 사례들이다. 3편은 난입한 팬에게 선수가 물리력을 행사했던 경우다.

 

제대로 들어간 쿵푸킥과 하이킥은 박수가 아니라 탄식을 불렀다. 장소가 케이지나 링이 아닌 축구 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1995년 1월 25일,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유난히 껌을 빨리 씹었다. 에릭 칸토나가 상대 선수인 리차드 쇼를 가격한 뒤 퇴장 당하다가 갑자기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칸토나는 매뉴 시몬스, 상대 선수가 아닌 관중을 날아 차기로 가격한 뒤 일어나 다시 주먹으로 때렸다. 이게 아직까지 회자되는 ‘쿵푸킥’이다.

 

맨유 보안책임자였던 네드 켈리는 끔찍한 욕설이 쿵푸킥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그 남자가 통로로 내려오더니 에릭(칸토나)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라며 “내 생각에는 시몬스가 에릭 어머니를 ‘프랑스 창녀’라고 욕했던 것 같다. 그게 전환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칸토나와 함께 맨유에서 뛰었던 게리 팔리스터는 칸토나가 경기 때마다 원정 서포터 욕설이 시달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칸토나는 모든 팀 서포터들의 1번 목표였다. 몇몇 욕설은 정말 끔찍했다”라고 말했다. 칸토나가 한 폭력적인 행동은 정당화할 수 없지만,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녀석에게 발차기를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축구선수고, 전에 남자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는 사람일 뿐이다.” (칸토나, ‘포포투인터뷰에서)

 

칸토나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법원은 벌금 2만 파운드(약 3000만 원)과 함께 2주 구금형을 선고했다. 칸토나는 맨유와 프랑스 정부(소문에 따르면)까지 나선 구제 노력 때문에 구금이 아닌 사회봉사 120시간을 하는데 그쳤다. 다만 칸토나는 9개월 동안 경기에 뛸 수 없었고, 맨유는 해당 시즌 우승을 놓쳤다.

22년 뒤, 칸토나 프랑스 대표팀 후배인 파트리스 에브라가 다시 한 번 관중에게 발길질을 했다. 올랭피크드마르세유가 2017년 11월 3일 포르투갈 기마랑이스 아폰수 엔리케스 스타디움에서 '2017/2018 UEL' 비토리아SC 경기를 하기 전이었다. 몸을 풀던 에브라는 그라운드로 내려온 마르세유 팬을 왼발 하이킥으로 때리고 퇴장 당했다.

 

칸토나가 일을 벌였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경기 전부터 마르세유 팬 일부가 에브라를 조롱하는 노래를 부르며 욕설을 했다. 에브라는 처음에 그들에게 뭔가 설명을 하려 했지만 몇몇이 담장을 넘어 그라운드로 내려오자 한 남자에게 하이킥을 날렸다. 이 사건이 얼마나 예상 밖이었는지는 말리던 동료 사카이 히로키 얼굴(사진에 찍힌)을 보면 알 수 있다.

 

"에브라는 약 30분 동안 이어진 욕설과 응원가(비꼬는)의 희생자다. 그는 설명하려고 관중석으로 다가갔고, 상황이 악화됐다." (현장 취재한 '레키프' 기자)

 

다행히 큰 소동은 없었다. 마르세유 팬들은 선수와 안전 요원이 제지하자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마르세유 구단은 빠르게 공식성명을 내 “책임소재를 따지겠다”라고 했고 에브라를 일단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 에브라는 UEFA 징계를 기다려야 한다. 관중을 때렸기 때문에 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선배’ 칸토나가 이미 전례를 만들었다.

 

글= 류청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레키프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