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번 골 나와야 이긴다, 네덜란드 여전한 ‘의존증’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르연 로번이 골을 넣어야 네덜란드가 승리한다. 상관 관계는 75%다. 이번에도 로번이 골을 넣었고, 네덜란드가 승리했다.
네덜란드는 4일(한국시간) 수도 암스테르담의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A조 8차전을 갖고 불가리아를 3-1로 꺾었다. 경기 전까지 조 4위였던 네덜란드가 불가리아를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전반 7분과 후반 35분 두 골을 터뜨린 미드필더 다비 프로퍼가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등 공신’은 로번이었다. 후반 22분 로번이 한 골을 보탰다. 불가리아는 후반 24분 게오르기 코스타디노프의 한 골에 그쳤다.
로번의 골은 특유의 ‘횡드리블 후 왼발 슛’ 패턴에서 나오지 않았다. 치열한 문전 침투에서 나왔다. 로번이 자주 보여주지 않는 장면이었다. 네덜란드가 불가리아 문전에서 삼각 패스를 전개하는 걸 본 로번이 문전으로 쇄도했다. 수비수와 뒤엉켜 몸을 날린 상태에서 집중력 있게 발을 대 공을 밀어 넣었다. 주로 드리블에 이은 득점이 많은 로번으로선 희귀한 장면이었다.
네덜란드는 로번 없이 안 돌아가는 팀이다. 이번 예선에서 현재까지 4승 1무 3패를 기록 중이다. 로번은 예선 3경기에서 각각 1골씩 3골을 넣었고, 네덜란드는 이 경기들에서 모두 승리했다. 로번의 골이 아니면 승리하기 힘든 팀이 되어가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일 프랑스전에서 로번과 함께 베슬러이 스네이더를 선발로 내보내고 로빈 판페르시를 교체 카드로 썼다. 더 좋았던 시절을 억지로 소환해오려는 시도는 0-4 대패로 끝나고 말았다. 불가리아전에선 20대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33세 로번은 유일한 30대였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네덜란드엔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다. 프랑스의 A조 독재 체제가 예상만큼 심하지 않다. 선두 프랑스가 승점 17점이고, 2위 스웨덴이 승점 16점, 3위 네덜란드가 승점 13점이다. 남은 조별리그는 팀당 2경기다. 산술적으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노릴 수 있는 조 2위는 물론 월드컵 직행이 가능한 조 1위도 노릴 수 있는 상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