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네이마르 | ② 네이마르 활용법과 주의사항

2017-08-05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네이마르가 파리생제르맹(PSG) 유니폼을 입었다. 이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면 축구는 네이마르가 PSG로 가기 전과 간 후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이적료, 네이마르의 상징성 그리고 PSG를 비롯한 리그앙의 성장까지, '풋볼리스트'가 여러 각도에서 기사를 준비했다.

 

네이마르는 가진 게 많은 선수다. 공을 몰고다니는 능력은 현역 선수 중 최고다. 그리 섬세한 선수는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점점 드리블보다 정적인 플레이의 비중을 높여가는 리오넬 메시에 비해 네이마르의 드리블은 단점이 없다. 한때 종잇장처럼 얇은 몸 때문에 몸싸움에 약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젠 상대가 어깨로 밀기 전에 먼저 빠져나가며 수비 밀집 지역도 과감하게 돌파해 낸다.

슛과 패스를 할 때도 브라질 선수답게 기술이 많다. 발의 모든 부위를 활용해 어느 방향으로도 공을 보낼 수 있다. 뛰어난 킥력, 평균 이상의 체력과 투지, 어린 시절부터 프로 경력을 쌓으며 단련한 전술 소화 능력, 동시에 필요할 땐 상대 수비 서너 명 사이로도 공을 집어넣고 돌파하는 해결사 기질까지 갖췄다.

네이마르의 재능을 끌어내기 위해선 몇가지 조건이 있다. 포지션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네이마르는 산투스 시절부터 브라질 연령별 대표팀, 바르셀로나에 이르기까지 늘 왼쪽과 중앙을 오가는 공격 자원으로 뛰었다. 구체적인 포지션은 스리톱의 왼쪽 윙어일수도, 투톱 중 왼쪽에 치우쳐 활약하는 섀도 스트라이커일 수도 있었지만 네이마르의 활동 영역은 늘 비슷했다. 오른발잡이 네이마르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대 수비수를 공략하고, 문전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네이마르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근처에 두 가지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하다. 네이마르에게 공간을 열어줄 ‘미끼’ 한 명, 네이마르를 이해하고 비슷한 기술 수준으로 공을 주고받을 천재 한 명이다. 바르셀로나에선 에너지 넘치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미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천재 역할을 했다. 최근 네이마르를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는 치치 브라질 감독은 미끼로 가브리엘 제주스 등을 붙여 줬다.

네이마르가 수시로 중앙을 파고들기 때문에 최전방이나 중앙 어느 쪽에도 고집스럽게 자기 자리만 지키는 선수가 있으면 동선이 겹친다. 네이마르가 공을 몰고 중앙으로 파고들려 하면, 공격수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측면이나 후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끼 역할을 하는 선수가 수비를 끌고 나가면 네이마르가 치명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네이마르는 방금 미끼가 되어 준 선수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네이마르를 너무 후방에 배치하거나 전방에 고립시켜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네이마르뿐 아니라 어떤 공격수도 이런 상황에선 힘을 쓰지 못한다. 네이마르의 경우 소속팀의 빌드업이 붕괴된 상태에서도 단독 드리블로 공격을 전개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문전에 집중할 경우 시즌 40골 이상을 넣을 수 있는 네이마르가 자꾸 득점 가능 지역을 벗어나는 건 일종의 낭비다. 지난 2016/2017시즌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가 그랬다. 네이마르가 30m 이상을 드리블해 전방에 있는 메시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공을 전달하곤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에게 맡기기엔 너무 평범한 임무다.

우나이 에메리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은 세비야를 유로파리그에서 세 번이나 우승시키며 전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PSG에서 한 시즌 동안 보여준 전술은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전술관이 다소 경직돼 있고, 너무 뛰어난 선수들을 다루는 걸 오히려 어색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에메리 감독이 네이마르를 평범한 윙어로 측면에 못박아 두면서 수비 가담까지 시키는 것이다. 혹은 네이마르 주위에 너무 투박한 선수들만 배치하는 것도 곤란하다. 네이마르와 바로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포지션인 스트라이커, 가장 가까운 중앙 미드필더, 레프트백이 모두 뛰어난 테크니션일 필요는 없지만 그중 최소한 한두 명은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보유해야 한다.

PSG 레프트백은 라빈 쿠르자와가 주로 맡는다. 공격력을 갖춘 프랑스 대표급 레프트백 쿠르자와는 세계 최고 이적료 선수와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최전방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이론상 네이마르와 좋은 조합을 기대할 수 있다. 활동량이 많고 측면으로도 자주 빠져나가는 카바니는 수아레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네이마르를 도울 수 있는 선수다.

네이마르의 후방에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앙헬 디마리아, 하비에르 파스토레를 배치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에메리 감독의 취향은 아니다. 디마리아가 네이마르의 반대쪽에서 라이트 윙어 역할을 할 거라고 예상하는 언론이 많다. 디마리아의 활동량과 미드필더적인 성향, 또다른 라이트 윙어 루카스 모우라의 측면 파괴력 모두 네이마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프랑스리그앙은 흔히 5대 빅리그에 끼긴 하지만 스페인라리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독일분데스리가, 이탈리아세리에A에 비하면 전체적인 수준이 낮다. 네이마르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그랬던 것처럼 리그의 완벽한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려운 과제를 달성하려면 네이마르와 동료들의 전술적인 조합이 중요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