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네이마르 | ① 남반구 이어 북반구 평정 나선 여정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네이마르가 파리생제르맹(PSG) 유니폼을 입었다. 이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면 축구는 네이마르가 PSG로 가기 전과 간 후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엄청난 이적료, 네이마르의 상징성 그리고 PSG를 비롯한 리그앙의 성장까지, ‘풋볼리스트’가 여러 각도에서 기사를 준비했다.
네이마르는 유소년 시절 한국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산투스 U-14팀 소속으로 유소년 대회에서 활약하던 시절이다. 까까머리에 ‘레이마르’라고 소개된 네이마르는 “브라질 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고, 스페인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꿈을 다 이뤄버린 뒤 스페인을 떠났다. 아직도 겨우 25세다.
네이마르의 선수 인생 1막은 남반구 최고 선수가 되는 과정이다. 2009년, 산투스의 10번이었던 몰리나가 성남일화(현 성남FC)로 떠났다. 이 번호를 이어받은 선수가 17세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3살 위인 산투스 동료 간수와 함께 브라질과 남미를 정복해나가기 시작했다. 2009시즌 48경기에서 14골을 넣었고, 2010시즌에는 무려 42골을 폭발시켰다. 201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캄페오나투 파울리스타(상파울루 주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 ‘남미의 챔피언스리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네이마르의 맹활약이 산투스의 창단 이래 세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네이마르는 대회 6골로 득점 3위에 올랐고, 결승전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려 우루과이 구단 페냐롤에 2-1 승리를 거두는데 일조했다.
2011년 네이마르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골에 수여하는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한다. 플라멩구와 가진 경기에서 네이마르는 총 6명을 돌파하고 골을 터뜨렸다. 정지 상태에서 발휘하는 볼 키핑, 먼 거리 동료와 정확하게 주고 받는 2대 1 패스, 속도를 붙여 달리면서도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민첩성, 달려나온 골키퍼를 피하기 위해 발 바깥쪽으로 마무리하는 유연성까지 모두 보여줬다.
네이마르는 남미에 머무르던 시절 이미 브라질의 에이스 공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2010년 대표팀에 데뷔했고, 2011년 남미 유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과 우승컵을 모두 차지했다.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고, 루이스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1년 뒤 열릴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다.
컨페더컵 당시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 이적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네이마르는 이미 남반구 최고 선수였고, 북반구를 평정한 리오넬 메시와 한 팀에 들어간다는 건 축구계 전체를 들썩거리게 할 만큼 거대한 뉴스였다. 네이마르는 2013/2014시즌 메시와 다양한 방식으로 호흡을 맞추며 과도기를 겪었다. 네이마르의 진정한 유럽 생활은 1년 뒤 루이스 수아레스가 영입돼 ‘MSN’ 트리오가 완성되고부터 시작됐다.
2014년 여름 네이마르에게 처음으로 거대한 실패가 찾아왔다. 홈에서 열린 월드컵은 네이마르의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많이 약해진 브라질을 이끌고 고군분투하는 네이마르는 제몫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8강전에서 콜롬비아의 후안 수니가와 공중볼을 다투다 허리를 맞고 척추 골절 부상을 입어 대회에서 이탈했다. 네이마르의 이탈은 공격 전술 전체가 붕괴되는 충격을 줬고, 브라질은 독일에 역사적인 1-7 대패를 당하며 축구 역사상 가장 창피한 패배 중 하나를 당했다.
2014/2015시즌 MSN 삼인방의 활약은 위대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네이마르에겐 자신의 상상력을 이해해주는 비슷한 ‘클래스’의 동료가 두 명이나 생겼다. 조금씩 정적인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던 메시, 에너지는 엄청나지만 섬세함 측면에선 MSN 중 가장 부족했던 수아레스 사이에서 네이마르는 유연한 드리블과 절묘한 마무리 슛으로 빛을 발했다. 라리가 22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0골, 코파델레이 7골을 기록하며 세 대회 우승에 모두 기여했다. 역사적인 ‘트레블’을 직접 일궈냈다. 특히 UCL에선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공동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2015/2016시즌 전반기엔 메시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에이스가 될 자격을 화려하게 증명했고, 라리가 우승을 한 번 더 차지했다. 시즌이 끝난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해 당연하다는 듯 우승을 이끌며 2년 전의 한을 어느 정도 풀었다.
2016/2017시즌, 네이마르는 개인 기록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리가 13골, UCL 4골 등 시즌 득점이 네이마르치곤 저조한 20득점에 머물렀다. 이런 기록은 바르셀로나의 전술과 팀 구성이 붕괴됐기 때문이었다. 원래 MSN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바르셀로나 전술의 핵심이었지만, 이젠 전방의 공격진에게 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빌드업 전략이 붕괴된 가운데 네이마르는 MSN 중 가장 아래까지 내려가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해야 했다. 너무 넓어진 활동반경, 장거리 질주를 해야 하는 팀 사정상 점점 페널티 지역에서 멀어졌다. 결정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었지만, 신경 쓸 플레이이 많아지며 득점 상황에서 집중력도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마르는 마지막 시즌에 엄청난 경기를 남겼다. 파리생제르맹(PSG)을 상대한 UCL 1차전에서 0-4로 대패했을 때 바르셀로나의 역전 가능성은 0%처럼 보였다. 심지어 2차전에서 실점도 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후반 43분부터 2골 1어시스트를 몰아치며 불가능한 듯 보인 뒤집기에 성공했다. UCL 역사상 처음으로 0-4 패배를 뒤집은 명경기였다. 그리고 3개월 뒤, 네이마르는 상대팀이었던 PSG로 이적하며 다시 한 번 축구계를 뒤집어 놓았다.
네이마르가 이번 이적을 통해 호날두, 메시의 시대를 끝내고 자신의 시대를 만든다면 북반구에서도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 네이마르는 이미 10대 시절 남반구 최고 선수였다. 남미와 유럽 양쪽을 모두 정복한 선수는 극히 드물다. 네이마르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네이마르는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서 77경기 52골로 브라질 역대 4위에 올라 있으며, 이변이 없는 한 1위 펠레의 77골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페인 일간지 ‘스포르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