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0명’ 전북, 전역자 있어 여유만만
[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조용하게 넘어가는 이적시장이 어색하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이미 충분히 강한 선수단을 갖춰 놓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선수들이 힘을 보태기 때문이다.
2일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4라운드를 가진 전북이 인천을 3-1로 꺾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 응한 최 감독은 “이적 시장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고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건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일명 ‘매니저형’ 감독이다. 선수 영입을 비롯한 팀 운영 전반에 신경을 쓴다. 구단 운영진보다 먼저 선수 영입을 위해 뛰는 경우도 많다.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다. 최 감독은 입버릇처럼 “감독은 선수 욕심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감독으로 조성환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 여름엔 아무런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비어 있는 외국인 쿼터 하나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 전반기 K리그 클래식 최강이었던 티아고의 영입을 고려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에 걸친 복잡한 소유권 문제를 풀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고, 선수 등록 기간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전 미드필더 김보경이 일본 가시와레이솔로 빠져나가며 전력 누수만 생겼다.
그러나 최 감독은 여유가 있다.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불참했다. 선수단 규모를 다른 시즌의 35, 36명에서 30명으로 줄였지만 K리그만 소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보경이 이탈한 자리는 부상에서 복귀한 이재성이 잘 메워주고 있다. 이재성과 신형민 중심의 미드필드를 구성하고 정혁, 장윤호 등을 기용하면 김보경의 난자리는 없어진다.
여름에 실질적인 보강 선수도 생겼다. 반년 동안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교원이다. 국가유공자 가족으로서 반년 동안 공익근무를 한 한교원은 복귀전인 인천전에서 바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거라는 예상은 기우였다. 한교원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상대 윙백 곽해성을 가볍게 제쳐내더니, 오른쪽 측면에서 꾸준히 좋은 돌파와 패스워크를 보여줬다. 이날 징계로 결장한 로페즈가 돌아오면 한교원과 K리그 최강 윙어 라인을 다시 구축하게 된다.
전역하는 선수는 더 있다. 9월 13일에 이재명, 23일에 최보경이 각각 병역 의무를 마치고 전역한다. 레프트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진이 더 두터워진다. 결국 전북은 ACL을 병행하는 시즌과 비슷한 32명 규모 선수단으로 K리그 우승에 계속 도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윙어들이 막강하다는 건 K리그 어느 팀도 따라오지 못하는 전북만의 강점이다.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린 로페즈, 병역 이행 중이었던 한교원이 복귀하며 좌우 공격력이 K리그 정상으로 돌아왔다. 최전방에서는 이동국, 김신욱, 에두가 한 자리를 놓고 경합한다. 영입은 하나도 없지만, 역시 전북 걱정은 쓸 데 없는 일이었다. 전북은 이날 승리를 통해 2위 그룹과 승점차를 7점으로 벌리고 선두를 더 굳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