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인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실력차
[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K리그 클래식 선두 전북현대는 11위 인천유나이티드를 깔끔하게 압도했다. 인천은 인정할 만한 막판 집중력으로 영패를 면했지만, 패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2일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4라운드를 가진 전북이 인천을 3-1로 꺾었다.
전력은 전북이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인천 원정에 약했던 전례가 있어 예상하기 힘든 경기였다. 2016년부터 상대 전적은 1승 4무(전북 입장)에 불과했다. 약체 인천을 상대로 전북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평소만큼 날카롭지 못한 전북 공격은 인천의 집중력과 투지에 가로막히곤 했다.
이날도 전북 전력엔 약간의 누수가 있었다. 레프트백 김진수가 경고누적으로, 윙어 로페즈가 앞선 경기 퇴장으로 결장했다. 전북은 김진수의 자리에 최철순을 배치하고, 원래 최철순의 자리인 라이트백에 신인 박원재에게 첫 선발 기회를 줬다. 로페즈의 자리인 오른쪽 윙어는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교원이 반년 만에 프로 복귀 첫 경기를 가졌다. 오른쪽 라인이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북 걱정은 쓸데 없는 것이었다. 한교원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스루패스를 받아 인천 페널티 지역 안으로 들어간 다음 과감한 드리블로 곽해성을 뚫어냈다. 인천 레프트백으로 나온 곽해성은 전반전 내내 한교원에게 고전하다가 하프타임에 교체돼 나갔다. 한교원은 프로로 돌아오자마자 특유의 과감한 돌파를 여러 번 성공시키며 건재를 알렸다.
전북은 전반전 내내 인천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패스 앤드 무브’의 달인 이재성을 중심으로 전북이 점유율을 유지하는 동안 인천은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전북의 슛이 무산돼 인천이 걷어내면, 그걸 박원재나 김민재가 주워 다시 전북 공격으로 이어가기도 했다.
전반 19분 자책골로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코너킥 후 혼전 끝에 흘러나온 공을 신인 박원재가 중거리슛으로 연결했다. 이 공이 혼전 끝에 채프만의 발에 어설프게 맞고 골문으로 굴러갔고, 정산 골키퍼가 공의 궤적을 놓쳤다.
전반 39분 두 번째 골도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이승기가 코너킥을 올렸고, 조성환이 발을 쭉 뻗어 공을 문전으로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에두가 왼발로 방향만 바꿔 골을 터뜨렸다. 골대 바로 앞에서 터진 골에 정산 골키퍼는 반응할 수 없었다. 35세 조성환, 36세 에두가 합작한 골이었다.
전반전 내내 프리킥을 제외하고 한 번도 슛을 하지 못했던 인천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곽해성을 빼고 김용환을 왼쪽 윙백으로 내린 다음, 윙어로 문선민을 투입했다. 동시에 스리백 중 중앙에서 뛰던 채프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켰다. 포메이션은 전반 5-4-1에서 후반 4-1-4-1로 바뀌었다. 이 조치는 효과가 있었다. 전반전 인천의 약점은 왼쪽 수비와 미드필드 장악이었다. 왼쪽 수비 조합을 바꾸면서 한교원의 돌파를 조금 더 잘 막아낼 수 있었고, 채프먼을 미드필더로 올려 전북의 패스워크를 조금이나마 더 방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를 뒤집기엔 무리였다. 이재성과 에두를 중심으로 한 전북 패스워크는 여전히 인천 수비 사이로 파고들었다. 후반 8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인천 수비의 핸드볼이 선언됐고 에두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에두의 경기 두 번째 골이자 시즌 9호골이었다.
경기 막판 체력 부담으로 인해 혼전 양상이 전개되면서 인천은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문선민에 이어 교체 투입된 송시우가 함께 공격을 이끌어 나갔다. 문선민의 스루 패스, 박용지의 후방 침투 후 땅볼 크로스, 송시우의 마무리로 이어지는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후반 40분, 김용환이 전북 수비 사이에서 과감한 돌파 후 날린 슛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드디어 뱃고동 소리를 울린 인천은 영패를 면했지만 더 추격하는 건 무리였다. 김용환의 골은 이날 인천의 유일한 유효 슛이었다.
전북은 6개월 동안 프로 경기를 못 뛴 한교원, 신인 박원재를 투입하고도 실력 면에서 인천을 압도했다. 실력차를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 후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최철순을 제외한 수비진 전원이 쥐가 나 원하는 교체 카드를 쓸 수 없었다며 체력적 준비가 미흡했다고 했다. 그래도 이기기 힘든 인천 원정에서 승리한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오늘 같은 집중력만 발휘해준다면 계속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런 총평을 남겼다.
반면 최근 6경기에서 3무 3패에 그친 이기형 인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말만 몇 마디 반복했을 뿐이었다. “기죽지 말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자고 당부하고 싶다.”
이날 2위 수원삼성, 3위 울산현대가 맞대결에서 무승부에 그쳤다. 전북은 2위 그룹과 승점차를 7점으로 벌렸다. 인천은 하위권에 있는 9위 상주, 10위 대구, 12위 광주 모두 패배했기 때문에 여전히 11위에 머물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