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토티 시대’ 로마, 새 스타 키워야

2017-07-26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AS로마는 프란체스코 토티의 은퇴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로마의 상징적 선수였던 토티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구단 운영진에 합류했다. 상징성 측면에서 토티의 후계자는 다니엘레 데로시, 알레산드로 플로렌치다. 다만 토티가 보여줬던 남다른 창조성을 계승할 선수는 없다. 로마를 매력적인 팀으로 만들었던 공격 루트가 하나 없어졌고,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해졌다.

구단을 이끌어갈 새로운 조합은 유망주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비야에서 유소년 및 영입생을 순조롭게 성장시켰던 몬치 단장이 팀을 운영한다. 사수올로에서 준수한 공격자원들을 육성한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도 기대를 모으는 인물이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즈데넥 제만 계열로 분류된다. 선수 시절 네 시즌(1997~2001) 동안 로마에서 활약한 바 있고, 당시 제만 감독을 사사하며 큰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 축구계의 괴인으로 알려진 제만 감독은 공격적인 4-3-3 시스템으로 이탈리아식 실용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사수올로 시절부터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선호하는 4-3-3 포메이션 역시 제만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스리톱 중 좌우 윙어는 측면 돌파보다 중앙 돌입을 통해 더 적극적인 득점을 노린다.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 및 공수 간격 유지를 통해 경기를 장악한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인테르밀란 감독(전 로마)은 “디프란체스코는 이탈리아 축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인물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유망주 공격수들을 많이 육성한 것도 공격적인 전술의 산물이다. 지난 시즌 사수올로 최전방에서 뛰어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헤집은 그레고이레 데프렐(12골), 2선에서 전방으로 침투하며 좋은 득점력을 보여준 로렌초 펠레그리니(6골)이 가장 최근에 만들어낸 작품이다. 두 선수 모두 디프란체스코 감독과 함께 로마 유니폼을 입었다.

로마 선수단은 4-3-3 포진에 잘 맞는 편이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 시절(2013~2016)부터 4-3-3 포진을 자주 썼다. 좋은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들을 많이 모아 뒀다. 모하메드 살라가 리버풀로 이적한 뒤에도 디에고 페로티, 스테판 엘샤라위가 주전 윙어로 활약할 수 있다. 데프렐도 로마에선 최전방이 아닌 측면으로 출장하며 새 팀에 적응해가고 있다. 최근 영입한 터키 대표 유망주 젱기스 위데르도 윙어로 분류된다. 이들 모두 정상급 선수는 아니지만 윙어를 유독 잘 활용하는 디프란체스코 감독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성장할 여지가 열려 있다.

미드필드는 라자 나잉골란, 케빈 스트로트만, 다니엘레 데로시 조합이 유지된 가운데 펠레그리니와 막심 고날롱 등이 합류해 질과 양 모두 세리에A 정상급을 유지했다. 멀티 플레이어 알레산드로 플로렌치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 모든 위치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에서 보인 경기력에서 디프란체스코 특유의 스타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로마는 2일(한국시간) 파리생제르맹과 1-1 무승부 후 페널티킥 끝에 패배했다. 26일에는 토트넘홋스퍼에 극적인 3-2 승리를 거뒀다. 결과와 달리 경기 내용은 그리 공격적이지 않았다. 특히 윙어들이 쉽게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위치까지 전진하기 힘들어 했다.

로마는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위데르, 데프렐, 펠레그리니,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와 릭 카르스도프 등 기대를 걸 만한 선수는 많지만 프란체스코 토티(은퇴), 살라, 안토니오 뤼디거(첼시)의 자리를 완전히 메웠다고 보긴 어렵다. 디프란체스코 감독의 전술과 선수 육성 능력으로 차세대 스타를 찾아내야 한다.

로마는 새 스타를 발굴해야 한다. 유소년팀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적극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소년팀 소속 공격수 마르코 투미넬로는 ICC 두 경기 모두 출장해 한 골을 기록했다. 로마 1군에 들기 위한 경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