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충격적 이적 | ② 보누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적

2017-07-16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적 시장은 희망과 어울린다. 어려움을 겪은 팀과 팬들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숨을 돌리길 바란다. 바라던 선수가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을 때 희망은 절정에 달한다. 선수를 얻은 이는 기뻐하지만, 선수를 내준 이는 희망이 아닌 절망을 느낀다. 팀을 상징하던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을 때 절망은 더 커진다. 팬들을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이적을 모았다.

 

#레오나르도 보누치(유벤투스 → AC밀란, 2017년 7월)

이탈리아 대표 주전이자 유벤투스의 이탈리아세리에A 6연패 주역이었던 보누치가 AC밀란으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4,000만 유로(약 520억 원)로 알려졌다.

 

#이적이 충격적이었던 이유

눈치 빠른 유럽 언론들도 보누치의 이적 시도를 미리 보도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잔루카 디마르지오’, ‘칼초메르카토웹’ 등 이적 전문 매체가 발달한 나라다. 그러나 보누치 이적은 확정되기 겨우 하루 전에 알려졌다. 협상의 진전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 보누치가 해외 명문이 아닌 밀란을 택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보누치는 1년 전 맨체스터시티, 첼시 등 잉글랜드 명문 구단의 집중 관심을 받아 왔다.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적료와 연봉 모두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자국 내 이적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승 멤버인 보누치가 더 순위 낮은 팀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보누치는 앞선 시즌 1위를 차지한 팀에서 6위에 그친 팀으로 이적하며 모두의 예상을 깼다.

 

#그가 유벤투스에 남긴 기록

보누치는 2010년 유벤투스에 합류했고, 2011/2012시즌부터 시작된 6연속 우승의 주역이었다. 코파이탈리아 3회, 수페르코파이탈리아 3회 우승을 달성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는 두 번 결승에 올랐다. 여섯 시즌 동안 15골을 넣었는데 중요한 순간 터뜨린 득점이 많았다. 한 번도 시즌 35경기(컵 대회 포함) 아래로 출장한 적이 없었다.

#왜 이적했나

보도에 따르면, 보누치는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을 비롯한 유벤투스 선수단에 더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보누치는 이적설들을 물리치고 지난해 12월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해 2월 알레그리 감독과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팔레르모전에서 교체되며 욕설을 주고받았다. 이후 알레그리 감독은 중요한 UCL 원정 경기에서 보누치를 관중석에 앉히며 군림하려 했다. 6월 UCL 결승전 하프타임에 내분이 있었다는 추측성 보도도 있었다. 보누치는 밀란 이적이 확정된 뒤 인터뷰에서 유벤투스 구단에 작별을 고했을 뿐 동료와 알레그리 감독을 거론하지 않아 ‘내분설’을 더 키웠다. 보누치와 훈훈한 작별을 한 유일한 선수는 잔루이지 부폰이었다. 부폰은 트위터로 공개 인사를 했고, 보누치 역시 작별을 아쉬워하는 답글을 달았다.

 

#현지 반응

유벤투스 측에서는 공식 입장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반면 밀란 관계자들은 보누치를 대환영하고 있다. 빈첸조 몬텔라 가독은 “보누치가 내 팀에서 뛰는 건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벤투스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는 다니 아우베스와 보누치의 라커룸 싸움을 상세히 묘사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로 곤혹스런 일을 겪었다. 만주키치는 “난 할 말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한다”며 소문을 직접 부정했다.

 

#이적 후에는?

보누치는 이적설이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밀란 이적을 확정했다. 밀란 사무실을 찾아 사인하고 공식 사진을 찍는 과정이 생중계됐다. 다가오는 2017/2018시즌에서 밀란과 유벤투스가 맞붙으면 보누치를 향한 유벤투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AC밀란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