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충격적 이적 | ① 엘클라시코의 역사, 피구의 이적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적 시장은 희망과 어울린다. 어려움을 겪은 팀과 팬들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숨을 돌리길 바란다. 바라던 선수가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을 때 희망은 절정에 달한다. 선수를 얻은 이는 기뻐하지만, 선수를 내준 이는 희망이 아닌 절망을 느낀다. 팀을 상징하던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을 때 절망은 더 커진다. 팬들을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이적을 모았다.
#루이스 피구, FC바르셀로나 -> 레알마드리드
피구는 2000년 7월 24일 산티아고베르나베우 트로피 전시실에서 레알마드리드 입단식을 가졌다. 피구가 기록한 이적료 6,100만 유로는 당시 축구 이적 시장 역대 최고액 기록이었다. 피구의 전 소속팀이 레알의 영원한 라이벌 FC바르셀로나였다는 점에서, 축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엘클라시코의 배신자
바르사에서 레알로 향한 선수가 피구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5년 전 미카엘 라우드루프가 바르사에서 레알로 향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라우드루프가 이적하던 상황과 달리 피구는 바르사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었으며, 주장단의 일원으로 정신적 구심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피구의 이름을 딴 바르사 페냐가 존재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보이던 피구의 전격 이적은 바르사 팬들에게 거대한 배신감을 야기했다.
#바르사의 절대적 윙어
피구는 1995/1996시즌부터 1999/2000시즌까지 5시즌 동안 바르사에서 뛰었다. 라리가 172경기에서 30골을 넣었다. UEFA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전체 공식 경기에서 249경기를 뛰며 45골을 기록했다. 득점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올렸다. 피구는 측면에 배치되었으나 중앙과 전방 지역까지 폭 넓은 경기 영향력을 보였다. 당시 바르사의 한 동료 선수는 “우리의 경기 계획은 피구에게 공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한 크라위프의 드림팀 해체 이후 바르사를 이끈 선수다. 바르사에서 두 번의 라리가 우승과 두 번의 코파델레이 우승 및 수페르코파 에스파냐, UEFA컵위너스컵, UEFA슈퍼컵 우승 등을 이뤘다.
#왜 떠나야 했나
피구의 이적에 대해 당시 바르사 주제프 루이스 누네스 회장은 피구가 거액의 연봉을 요구해 생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구는 훗날 바르사 측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해 이적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는 것이 구단 운영에 실익이 된다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1996/1997시즌 강렬한 1년을 보낸 뒤 바르사를 떠나 인터밀란으로 향한 브라질 공격수 호나우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신빙성을 얻었다.
#캄노우에 날아든 돼지머리
2000년 10월 21일에 바르사의 홈 경기장 캄노우에서 엘클라시코가 열렸다. 피구는 캄노우 경기장에 상대팀 선수로 나선 첫 경기에서 축구 역사상 잊히기 어려운 해프닝의 주인공이 됐다. 온갖 욕설과 비난 걸개가 나온 것은 물론, 오렌지와 라이터, 심지어 자시의 휴대폰까지 던진 바르사 팬들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돼지머리가 경기장에 날아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여전히 새겨진 역사
지금도 피구의 이름을 딴 바르사 페냐의 엠블럼이 새겨진 캄노우 경기장 외벽에 엑스자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다.
#레알서 이어간 전성시대
유로2000에서 포르투갈을 4강으로 이끈 이후 레알 유니폼을 입은 피구는 그해 유럽 최고의 선수로 공인 받았다. 바르사 시절의 활약을 포함해 2000년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피구는 레알로 이적한 뒤에도 전성 시대를 이어갔다. 바르사에서와 마찬가지로 5시즌을 보냈는데, 득점 기록은 더 좋았다. 라리가 164경기에서 38골, 전체 239경기에서 57골을 넣었다. 바르사에서 7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던 피구는 레알 이적 후에도 7번 우승했다. 코파델레이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2001/2002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유럽 축구의 정점에 섰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