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충격적 이적 | ③ 시즌 중 리옹 간 '보르도 왕' 구르퀴프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적 시장은 희망과 어울린다. 어려움을 겪은 팀과 팬들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숨을 돌리길 바란다. 바라던 선수가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을 때 희망은 절정에 달한다. 선수를 얻은 이는 기뻐하지만, 선수를 내준 이는 희망이 아닌 절망을 느낀다. 팀을 상징하던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을 때 절망은 더 커진다. 팬들을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이적을 모았다.
#요안 구르퀴프(지롱댕드보르도 → 올랭피크리옹, 2010년 8월)
보르도 미드필더 구르퀴프는 2010/2011시즌 개막 후 3경기만 치른 후 리옹으로 이적했다. 옵션까지 포함한 이적표는 총 2650만 유로(약 342억 원)이었다.
#이적이 충격적이었던 이유
구르퀴프는 ‘제2의 지단’ 가운데서도 가장 앞서갔었다. 10대에 당시 유럽 강호인 AC밀란으로 이적했을 정도였다. AC밀란에서 고전한 구르퀴프는 2008/2009시즌 보르도로 임대됐고, 그 시즌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구르퀴프는 37경기에 출전해 12골과 도움 8개를 기록했다. 보르도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구르퀴프를 완전 영입해 4년 계약을 맺었다. 구르퀴프는 보르도 부활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구르퀴프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팀으로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팬들은 구르퀴프가 시즌 개막 후에 보르도보다 역사와 전통이 짧은 신흥 강호 리옹으로 이적한 뒤 더 큰 실망감을 느꼈다.
#그가 보르도에 남긴 기록
구르퀴프는 2시즌 조금 넘게 보르도에서 뛰며 리그 69경기에 출전해 18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유럽대항전에서도 15경기에 나서 4골과 4도움을 올렸다. 구르퀴프는 리그앙과 리그컵 우승컵을 보르도에 남겼다. 2008/2009시즌에는 리그앙 최고 선수, 프랑스 최고 축구선수 영예도 안았다.
#왜 이적했나?
구르퀴프는 보르도에서 완벽하게 부활했고 프랑스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부활에 그치지 않고 다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길 바랐다. 보르도가 2009/2010시즌 6위에 머물며 유럽대항전에 나서지 못하자 이적을 결심했다. 그는 구단 수뇌부를 만나 UEFA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고 못박았다. 결국 자신을 갈망했던 클로드 퓌엘 리옹 감독 품에 안겼다. 이적을 마무리한 뒤 장-루이 티로 보르도 회장은 “재정을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적을 바라는 선수를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현지 반응
구르퀴프는 보르도를 넘어 프랑스에서 가장 유망한 선수였다. 구르퀴프가 이적하면서 보르도 팬들이 느낀 박탈감은 컸다. ‘쉬드우에스트’에서 한 설문조사에서 “구르퀴프 없는 보르도는 어떤 좋은 모습도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참가자가 23%에 달하기도 했다. 보르도로 구르퀴프를 이끌었던 로랑 블랑(당시 프랑스 대표팀 감독)도 “매우 놀랐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상징적인 장면
20010년 9월 19일, 구르퀴프는 리옹 유니폼을 입고 보르도 홈 구장인 스타드 샤방 델마를 처음 방문했다. 이적한지 한 달 정도 지난 후였다. 보르도 팬들은 팀을 떠난 구르퀴프가 공을 잡을 때마다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한꺼번에 들어올렸다. 경기는 보르도가 2-0으로 이겼다.
#이적 후에는?
구르퀴프는 리옹에서 5시즌 동안 뛰었으나 비상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유럽대항전에는 나설 수 있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부상에 시달리며 5시즌 동안 리그 90경기에 출전해 14골 17도움에 그쳤다. 구르퀴프가 리옹에서 얻은 우승컵은 단 하나(프랑스컵)에 불과하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구르퀴프 보르도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고향팀인 스타드렌으로 이적했다.
글= 류청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레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