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충격적인 보누치 이탈, 유벤투스가 받을 타격은

2017-07-14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레오나르도 보누치는 유벤투스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지금 유벤투스는 자존심을 빼앗기기 직전이다. 보누치가 해외 명문 구단도 아닌 지난 시즌 세리에A 6위 AC밀란으로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보누치, 유벤우스, 밀란이 엮인 이적설은 그동안 잠잠하다가 만 하루 사이에 폭발적으로 퍼져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등 여러 이탈리아 매체가 ‘밀란이 보누치 영입을 시도한다’는 보도를 했고, 보누치의 대리인이 이적 작업 중이라는 걸 인정했다. 곧 유벤투스가 보누치의 몸값으로 4,500만 유로(약 583억 원)를 원한다는 보도가 따랐다. 보누치와 밀란이 이미 연봉에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구단간 협상 결과 이적료는 4,000만 유로(약 518억 원)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보누치는 유벤투스 훈련장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훈련을 했고, 팬들이 몰려들어 보누치의 이름을 외쳤다. ‘골닷컴 이탈리아’는 보누치가 유벤투스 동료들과 작별 인사 중이라고 전했다.

보누치는 유벤투스와 함께 전성기를 맞은 선수다. 2010년 유벤투스로 이적할 땐 그리 큰 기대를 받지 못했으나 2011/2012시즌 우승 당시 주전 수비수로 뛰며 평가가 급상승했다. 이때부터 세리에A 6연속 우승, 코파이탈리아 우승 3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회 등 유벤투스가 이탈리아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유로 2012’ 준우승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꼬박꼬박 활약 중이다. 지금 나이는 수비수가 가장 원숙해질 30세다. 거액의 몸값을 받고 팔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긴 하지만, 유벤투스로선 보누치를 보낼 이유가 없었다.

보누치의 이적 배경은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이 없지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과 충돌했던 전례로 볼 때 불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팔레르모전에서 교체되던 보누치가 알레그리 감독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유벤투스는 보누치에게 벌금을 매겼다. 알레그리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진 UCL 포르투전에서 보누치를 뺐다. 고압적인 리더십에 보누치가 반발했을 거란 해석이 이어졌다.

유벤투스는 여러 차례 이적설에도 보누치를 지켜 왔다. 맨체스터시티, 첼시 등 여러 팀이 보누치 영입을 공공연하게 노렸으나 모두 무산됐다. 보누치는 때론 경력상의 이유로, 때론 아들의 건강을 염려해 잔류를 택했다. 지난해 12월 5년 재계약까지 맺었다. 밀란 이적이 성사될 경우 지급될 이적료 4,000만 유로는 그동안 첼시나 맨시티가 제시한 액수에 비해 헐값이다.

유벤투스 전력에 큰 타격은 없다. 잔루이지 부폰,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 조르조 키엘레니로 이어진 'B-BBC‘ 라인 중 세 명이 여전하다. 지난 시즌 로테이션 멤버로 주전급 경기력을 보여준 메흐디 베나티아, 다니엘레 루가니도 있다. 보누치가 나간 뒤에도 센터백이 네 명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력 전술이 포백이라면 추가 영입이 없어도 된다. 한 시즌 뒤에는 아탈란타에서 임대 생활 중인 특급 유망주 마티아 칼다라도 합류한다. 유벤투스는 보누치의 이적료를 수비수 영입이 아니라 다른 포지션 보강에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보누치는 당장 대체재가 있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유망주도 노장도 아닌 전성기 나이로 유벤투스 수비를 이끌고 있는 선수였다. 부상도 적은 편이다. 보누치는 지난 세 시즌 동안 센터백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2014/2015, 2015/2016시즌에는 골키퍼 부폰보다 출장 시간이 길었다. 남은 주전 수비수 키엘리니는 33세, 바르찰리는 36세다. 두 명 모두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양쪽에서 6년 넘게 호흡을 맞춘 최종 수비진은 유벤투스의 자랑거리였다. 미드필드와 공격진이 매 시즌 급격한 리빌딩을 겪는 와중에도 유벤투스가 유럽의 강호 지위를 유지한 건 수비진이 뒤에서 버틴 덕분이었다. 보누치가 빠져 수비까지 리빌딩에 들어가게 된다면 타격이 크다.

유벤투스는 거액의 이적료나 불리한 조항에 밀려 매 이적시장마다 핵심 선수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현명한 영입으로 잘 대처하는 편이었다. 이번 여름은 유독 타격이 크다. 다니 아우베스가 자유계약으로 떠난 뒤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했고, 보누치까지 빠지면 수비진을 다시 짜야 한다. 임대 후 완전이적 방식으로 더글라스 코스타를 영입한 것이 현재까지 전력 보강의 전부다. 발빠르게 움직여 영입을 확정해 둔 파트리크 쉬크는 건강검진에서 심장에 이상 징후가 발견돼 재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