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위기 진단, “소통 보다 전술 문제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신태용 감독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직설화법으로 대표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했다.
신 감독은 6일 오전 축구회관 2층에서 가진 취임 회견에서 “지금 대표팀이 소통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무엇이 소통이 안 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떠난 슈틸리케 감독이 외국인이라 언어 소통에 문제는 있었지만 선수들 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호 운영 과정에 있었던 내부의 잡음, 몇몇 선수들의 의견 표출 등에 대해 “선수 각자 개인이 생각하는 게 있는데, 그런 것을 스스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선수가 아니라”고 두둔했다. 신 감독은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선수의 눈높이에서 맞추면서 소통을 끌어낸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숙제로 지적된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 감독은 2016 리우올림픽과 2017 FIFA U-20 월드컵을 치르기 전 슈틸리케호의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대표팀 스태프로 일했다는 점 역시 스스로 강점이라 자부했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오시기 전에 두 경기를 해봤고, 그 후로는 코치로 선수들이 몸을 부딪히며 훈련하고 소통했다. 현 대표팀 선수들이 거의 다 막역하다. 선수 개개인 성격도 다 파악하고 있다.”
신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갖고 있는 고민과 과제가 소통 문제 해결 보다, 전술 전략 구축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나간 감독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내가 코치로 모셨던 분이기 때문에 조금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옆에서 직접 봐온 부분에서는 전술 부재가 문제이지 않나, 그런 부분이 많았다. 거기까지만 얘기하고 싶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호의 문제를 지적하기 꺼려했지만 이 발언과 더불어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을 말하면서 대표팀이 그동안 부진했던 배경으로 전술과 전략, 경기 준비의 디테일이 부족했던 점이 문제였다고 했다. 기술위원회가 신 감독을 선임하면서 또 하나 강조한 능력이 경기에 따라 다양한 전술 전력을 구사하는 능력을 갖춘 점이다.
신 감독은 8월 31일 이란전에 겨우 사흘 간의 준비 기간 밖에 없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전술과 전략만 준비하면 선수들의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2014년 9월에 감독 대행으로 두 경기를 지도해보고 느낀 점은 대표 선수들은 좋은 컨디션을 갖고 있는 선수들,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좋은 전술 전력을 주입하면 스폰지 같이 잘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허락하지 않은 시간을 강제로 뺄 수는 없다. 짧은 시간에 강하게 주입해서 원하고자 하는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서도 신 감독은 전술적 문제가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사실 토트넘에서는 훨씬 좋은 모습과 골 결정력 높은데 왜 대표팀 오면 못보여주는지 얘기가 많다. 개인적으로 손흥민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본다. 이제까지 슈틸리케 감독님이 활용하지 못한 것은 (내가) 따로 생각하는 게 있다. 이전과 다른 움직임과 활용도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지금부터 생각하고 있다."
신 감독은 그런 점에서 선수 선발 단계부터 자신의 전술 전략에 맞춘 쇄신을 예고했다. 다만 결과가 중요한 2경기라는 점에서 실험적 성격, 발굴과 육성의 의지를 담은 선발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나는 생각도 다르고, 성격도 스타일도 다르다. 내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뽑을 것이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으로 뽑는다. 당장 2경기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데 유망주를 지금 쓸 수 있는 부분 아니다. 어떤 선수를 발굴하는지 보다 두 경기에만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 내 머리 안에는 꼭 해외파라고 무조건 뽑힌다, 그런 것은 절대 없다. 당시 상황에 따라서 최고의 기량과 경기력을 가진 선수를 뽑을 것이다. 우리나라 K리그의 수준이 절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K리그 선수로도 갈 수 있다. K리그든 C리그, J리그, 중동리그를 다 망라해서 뛸 수 있는 선수라면 어느 선수를 막론하고 다 뽑아서 경기에 나갈 것이다.”
신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강조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이 선수가 팀에 필요하면 뽑을 것이다. 경기에 못 나가면 뽑지 않겠다고 슈틸리케 감독이 이야기를 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를 못 뛰더라도 신태용 축구에 맞으면 뽑을 것이다.” 신 감독은 철저하게 자신의 축구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