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 미드필더의 귀환… 이명주 복귀전 결승 AS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명주는 K리그 복귀 첫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후반 추가시간 어시스트로 선두 전북현대를 꺾었다. K리그 최강 미드필더가 돌아왔다.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이 전북현대에 2-1로 승리했다. 지난 4월 대결에서 0-1로 패했던 서울이 두 번째 대결에서 승리하며 시즌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전북은 미드필드의 핵심이었던 김보경이 J리그 가시와레이솔로 이적한 뒤 두 번째 경기였다. 윙어 로페즈가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경기를 치름에 따라 측면에서 뛰던 이재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 큰 공백은 없었다. 그러나 김보경이 테크닉과 창의성이 없다는 건 적잖은 손실이었다.
반면 서울은 황선홍 감독의 포항 시절 애제자 이명주가 반 시즌간 활약하기 위해 입단했고, 첫 경기에서 바로 선발 출장했다. 이란 출신 센터백 칼레드도 이날 입단식을 가졌다. 전북은 선수가 빠져나갔고, 서울은 선수를 영입하고 있었다.
이명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경기 초반 주도권은 전북이 갖고 있었다. 여전히 전북의 미드필더들이 더 과감했다. 전북의 중심은 로페즈였다.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탁월한 보디 밸런스, 암도적인 가속력, 스피드를 살릴 줄 아는 드리블 능력이 여전했다. 로페즈의 오른쪽 돌파와 김신욱의 적절한 미끼 역할로 서울 왼쪽 수비는 계속 고전했다.
VAR로 동점골 넣은 전북
전북에 근소한 우세를 내준 상태에서도 서울 수비는 결정적인 슛을 허용하지 않고 잘 버텼다. 전북이 더 앞에서 압박했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고 있었지만, 이명주가 가세한 서울 미드필드도 주도권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박주영이 만든 기회를 윤승원이 마무리했다. 박주영이 페널티 지역 바로 밖에서 공을 몰고 다니며 지킨 뒤 문전으로 절묘한 스루패스를 보냈고, 침투하며 받은 고요한의 슛이 수비수 이재성의 몸을 날린 블로킹에 막혔다. 박주영의 이어진 슛은 홍정남의 선방에 막혔다. 이 공을 다시 잡은 윤승원이 삼세판 끝에 공을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로 2호 골이다.
후반 3분, 이번 라운드부터 도임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전북의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승기가 문전에서 넘어지며 최철순의 크로스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서울의 골킥이 되는 듯 했지만, 잠시 후 고형진 주심이 손으로 네모를 그리며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이 바뀌었음을 선언했다. 고요한이 뒤에서 잡아당겼다는 판정이었다. 고요한에겐 경고가, 전북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김신욱이 양한빈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구석으로 강하게 차 넣었다.
서울은 양한빈의 연이은 선방으로 위기 상황을 넘겼다. 전북은 로페즈가 만든 득점 기회를 이승기와 장윤호가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이재성의 크로스를 김신욱이 완벽한 타점의 헤딩슛으로 연결했을 때 양한빈이 선방하자마자 2차 동작으로 멀리 걷어낸 건 이날 선방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였다.
신형민의 퇴장, 이명주의 어시스트… 황선홍 애제자들에게서 갈렸다
교착 상태였던 경기는 후반 40분 전북 미드필더 신형민이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며 다시 요동쳤다. 서울은 두 번 반복된 골대 불운으로 결승골을 놓쳤다. 후반 추가시간 고요한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앞서 후반 16분 윤승원의 슛이 맞고 나왔던 지점이었다. 두 번이나 골대를 맞힌 서울은 아슬아슬한 결정력 부족으로 승리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후반 추가시간, 서울의 승리는 극적으로 찾아왔다. 코너킥을 이명주가 머리로 돌려놓고 박주영이 이어받았다. 박주영이 어깨로 트래핑한 뒤 재빨리 날린 하프발리슛이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경기 종료 직전 승패가 갈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몇몇 선수가 쥐가 난 다리를 붙잡고 경기장에 드러누웠다. 여름에 4일 간격으로 열린 경기, 그것도 후반에 폭우가 쏟아진 수중전이었다. 두 팀 선수들은 막판 20여분 동안 떨어진 체력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투지 넘치는 경기에서 서울 선수들이 보상을 받았다.
서울은 박주영의 시즌 6호골, 윤승원의 시즌 2호골, 이명주의 K리그 복귀 첫 경기 어시스트를 통해 승리했다. 이명주는 지난 2014년 전반기 K리그를 떠나기 전 11경기만에 5골 9도움을 쏟아부은 바 있다. 비록 특기인 패스로 올린 어시스트는 아니지만, 첫 경기부터 활발한 플레이에 공격 포인트까지 기록하며 서울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명주 효과는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