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했던 유럽-남미 챔피언, 성과보다 숙제 확인

2017-06-29     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과 ‘남미 챔피언’ 칠레가 격돌한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 준결승전은 대등하고 팽팽한 승부였다. 90분 안에는 포르투갈의 고공 공격이 묵직했고, 연장전에는 칠레의 기술적 공격이 날카로웠다.

포르투갈과 칠레는 포백으로 맞붙었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안드레 실바를 비대칭 투톱으로 세운 4-4-2 포메이션을 썼다. 견고한 두줄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했다. 안드레 실바가 전방 공격수로 서고, 호날두가 측면과 2선을 기점으로 전방으로 침투하며 직선 패스를 받아 공격을 전개했다.

칠레도 균형을 중시했다. 아르투로 비달을 알렉시스 산체스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의 뒤에 배치한 4-3-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좌우 풀백 장 보세주르와 마우리시오 이슬라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서는 대신 3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의 센터백 앞에서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양 팀 모두 신중한 경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문전와 중원 위험 지역에 많은 숫자를 두고 경기를 하면서 화끈한 공방전은 펼쳐지지 않았다. 선수 교체 시에도 공격 숫자를 늘리기보다 같은 위치에 대응되는 선수를 넣었다. 

포르투갈은 후반전에 안드레 실바를 빼고 루이스 나니를 투입해 호날두와 나니를 투톱으로 뒀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히카르두 콰레스마, 아드리엔 실바는 주앙 무티뉴와 자리를 바꿨다. 칠레도 바르가스 대신 마르틴 로드리게스, 파블로 에르난데스 프란시스코 실바, 이슬라 대신 호세 푸엔살리다를 넣어 전형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유로2016 우승 멤버와 2016/2017시즌 유럽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인 신진 세력을 두루 기용했다. 유로 우승 당시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향을 보였으나 조직력에는 숙제가 보였고, 공격 전개 과정의 창조성에도 숙제가 있었다. 

포르투갈의 목표는 ‘FIFA 월드컵 러시아 2018’ 우승이다. 승부차기 패배로 컨페드컵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현 경기력으로는 월드컵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포르투갈은 사실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확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 여름 코파아메리카, 2016년 여름 코파아메리카센테나리오 우승에 이어 2017년 여름 컨페드컵 결승 진출을 이룬 칠레도 마찬가지다. 승부차기 승리로 결승 진출을 이뤘으나 공식 기록은 3연속 무승부다. 칠레는 최근 5번의 A매치에서 카메룬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둔 것 외에 시원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칠레는 커트아웃에 능한 산체스-바르가스 투톱과 중원 공격 엔진 비달의 개인 능력이 출중하지만 중원의 창조성과 풀백의 역동성이 예전만 못하다. 독일-멕시코전 승자와 만날 결승전에서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내년 여름에는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칠레 역시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년 여름을 준비하기에 앞서 당장 8월 말부터 이어질 남미예선을 위해서라도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