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되살아난 라이언킹, 이동국 멀티골 폭발

2017-06-28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반기 내내 존재감이 희미했지만, 이동국은 역시 전북현대의 상징적인 선수다. 고향팀 포항스틸러스를 찾은 이동국은 특유의 결정력을 두 차례 발휘해 일찌감치 승부를 끝내 버렸다.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7라운드에서 전북이 포항을 3-1로 꺾었다. 전북은 10승 5무 2패로 선두를 유지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포항은 8승 1무 8패로 승리와 패배 숫자가 같아졌다.

이동국은 부상으로 4월 내내 라인업에서 빠져 있었다. 부상이 없을 때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교체 투입된 적이 8번, 선발로 뛰다가 교체된 적이 2번이었다. 그 동안 단 1골을 넣었다. 전북은 투톱보다 원톱을 쓴 경기가 많았고 김신욱, 에두가 이동국보다 먼저 기회를 잡았다. 38세 이동국이 드디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줄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동국은 기회를 살렸다. 선발 출장한 이동국이 득점 감각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오른쪽에서 정혁이 올린 크로스를 낮게 올렸다. 이동국이 퍼스트 터치에 이어 툭 치며 슈팅 타이밍을 창출한 뒤 골대 구석으로 꽂아 넣었다. 공격수다운 움직임이었다.

이동국은 전반 23분 전 한 골을 추가했다. 포항 선수들 사이로 과감하게 드리블한 이동국이 손준호와 엉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동국은 강현무 골키퍼를 신경쓰지 않고 왼쪽 아래로 향하는 강슛을 날렸다.

전반전 내내 포항이 어수선했다. 포항은 빌드업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패스미스가 잦았고, 특히 수비진이 패스와 위치선정 모두 불안했다. 전북은 포항 수비를 찢을 수 있는 공격자원이 부족했지만 이동국의 결정력이 차이를 만들어냈다.

포항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효과를 보며 경기 양상을 바꿨다. 미드필더 황지수 대신 무랄랴, 윙어 이상기 대신 이광혁을 투입했다. 무랄랴를 활용해 더 효과적으로 공을 돌리며 포항이 서서히 주도권을 회복했다.

리듬을 찾아가던 포항은 후반 11분 한 골을 따라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속공을 시작한 무랄랴가 전북 선수 세 명 사이를 통과하는 환상적인 대각선 스루 패스를 했다. 문전으로 침투한 손준호가 이 공을 잡아 마무리했다.

이동국은 후반 16분 에두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장기부상 후 돌아온 로페즈도 이승기의 자리에 세 경기 째 교체 투입됐다. 에두와 로페즈의 한결 나은 키핑력으로 전북도 공격력을 회복했다.

포항은 동점을 만들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양동현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다. 무랄랴의 강력한 중거리 슛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두 팀 선수들이 모두 지쳐가던 후반 분, 에두가 경기를 사실상 끝냈다. 후반 42분 김진수의 롱패스를 잡아 김광석을 몸싸움으로 넘어뜨린 에두는 따라붙은 강상우까지 통과한 뒤 골을 터뜨렸다. 에두의 몬스터 트럭 같은 신체 능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전북은 이재성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하며 남은 시간을 흘려 보냈다.

포항은 추가시간 손준호가 몸을 날렸지만 헤딩슛이 또 골대에 맞았다. 좋은 슛은 전북과 비슷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양동현이 이날 침묵했고, 전북에선 이동국과 에두가 골을 터뜨렸다. 여기서 승패가 갈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