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스리백의 허점' 강원 흔든 유주안·조나탄, 수원 흔든 이근호

2017-06-25     한준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골문을 지킬 세 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하는 스리백 전술은 꼭 수비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 세 명이 배후를 안정적으로 지키면 풀백이 측면 공격수처럼 전진할 수 있어 구성에 따라 수적 우위를 점하기 더 쉬운 전술이다. 최근 스리백 전술이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이유다.

수원삼성과 강원FC는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기반으로 삼는 올 시즌 K리그클래식의 대표적인 팀이다. 두 팀이 만난 25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서로 3골씩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9번 자리에서 고전했던 염기훈

전반전을 주도한 팀은 수원이었다. 수원 입장에선 주장 염기훈(33)의 부상이 수원삼성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신인 공격수 유주안(19)을 선발 출전시킬 기회가 왔고, 스리백 도입 이후 겪어온 전술적 해법이 나타났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2016시즌 후반기부터 수비 안정을 위해 선택한 스리백 전술은 염기훈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뛰도록 만들었다. 측면에서 멀어지고 상대 센터백을 직접 상대하게 된 염기훈은 2017시즌 들어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염기훈은 조나탄, 산토스와 스리톱을 이룰 때 전방에서 수비 부담과 공중전에 대한 부담을 모두 짊어졌다. 조나탄은 배후 침투를 즐기고, 산토스가 2선으로 내려와 라인 사이를 이동하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그러면 길게 침투된 공을 받아서 연결하고, 상대 빌드업을 괴롭히는 궂은 일을 염기훈이 했다. 염기훈은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했으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수원은 슈퍼매치에서 FC서울에 1-2 패배를 당한 이후 광주FC전과 강원FC전에 모두 염기훈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 전술적 이유는 아니었다. 서 감독은 강원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기훈이가 슈퍼매치 전반전에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광주전도 뒤에 나간 이유다. 아직 통증이 좀 남아 있어 무리해서 나갈 경우 더 긴 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주안-조나탄 투톱이 강원 스리백을 괴롭힌 이유

염기훈이 빠지면서 잘 뛰는 투톱에 산토스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둔 수원의 3-4-1-2 포메이션은 강원을 상대로 장점이 부각되었다. 수원은 매튜 곽광선 구자룡을 스리백으로 두고 김민우와 장호익을 좌우 윙백, 최성근 김종우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뒀다. 최성근이 김민우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고, 스리백의 중앙에 서는 곽광선이 자주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을 커버했다.

수원은 중앙을 거쳐 가는 공격보다 골키퍼 신화용, 매튜나 김민우, 김종우가 수비 배후 공간으로 길게 공을 때려 놓는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강원은 스리백 수비를 내세웠으나 기본적으로 공격적으로 윙백을 운영하며 이근호 정조국 문창진으로 구성된 스리톱을 지원했다. 전체적으로 라인을 높여 공격적인 경기를 했다. 문창진이 스리톱 왼쪽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이동했다. 수원이 허리에서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강원은 중앙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며 전진했다.

수원은 강원의 공격을 차단하면 빠르게 윙백 뒷공간, 즉 스리백의 옆 공간으로 공을 때려 넣었다. 발 빠른 유주안과 조나탄이 이 지역을 저돌적으로 습격하면서 차이를 만들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김민우의 패스를 받안 유주안이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올려준 크로스 패스를 문전에서 조나탄이 밀어 넣어 앞서갔다.

수원은 전반 14분 조나탄이 우측면을 돌파하며 시도한 크로스 패스가 골키퍼 이범영을 맞고 흐르자 유주안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 또 한번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이 장면은 신화용이 전방 깊숙이 조나탄의 침투 동선을 보고 연결한 플레이였다. 강원 수비수 강지용이 육탄수비로 간신히 막았다. 

유주안과 조나탄은 투톱이지만 측면 공간을 지속적으로 공략했다. 서로 근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기 보다 침투 공간을 양분해 움직이며 강원 수비를 흔들었다. 유주안은 이날 투톱 움직임에 대해 “감독님께서도 뒷공간으로 많이 움직여서 패스를 받아라. 그러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고, 그렇게 움직이니 찬스가 생겼다. 경기 이틀 전에 선발 출전 이야기를 듣고 말로 조나탄 형과 맞춰보고 싶었다. 먼저 와서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얘기를 해줬고, 그 점이 잘 맞았다”며 준비된 플레이의 결과라고 했다.

#젊은 유주안의 감각과 활기

강원은 전반 26분 문창진의 코너킥을 이근호가 문전 우측에서 발리슈팅으로 마무리하며 따라잡았으나 측면 수비 허점에 발목을 잡혔다. 수원은 전반 30분 김종우의 프리킥에 이은 곽광선의 헤딩 슈팅으로 다시 앞서갔지만, 전반 45분 다시금 강원의 스리백 옆 공간을 무너트리며 골을 얻었다. 또 한번  수비지역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를 조나탄이 우측면에서 이어 받았다. 

조나탄과 유주안과 동선이 겹친 상황이었는데, 역할 분담이 잘됐다. 유주안이 영리한 판단으로 문전 중앙으로 한 발 물러섰고, 조나탄이 공을 소유했다. 이때 강원 수비 둘이 모두 조나탄에 쏠렸고, 조나탄이 유주안이 빠져나온 빈 공간으로 패스했다. 유주안이 자유롭게 골키퍼 이범영과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이날 프로 데뷔전을 치른 유주안은 전반 3분 만에 1호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에 이어 전반전 정규 시간이 끝나기 전에 데뷔골을 넣었다. 

최근 R리그 경기에 꾸준히 출전힌 유주안은 경기 내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서 감독은 “꾸준히 봐왔다. 컨디션이 올라온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다”며 유주안의 깜짝 선발 출전 이유를 밝혔다. 유주안은 18일 치른 안산그리너스와 R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고, 선발 출전으로 치른 프로 데뷔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조나탄을 방어하는 부분에 대해 경기 전에 설명을 했다. 센터백 중 한 명이 쳐져서 커버해야 했는데 너무 일자로 서서 플레이하면서 조나탄의 스피드에 당했다”고 했다. 유주안이 대신 나서면서 달라진 공격 패턴에 제대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전반 숙제 보완한 강원, 적극적 교체로 추격 성공

전반 39분 부상으로 정조국을 디에고로 교체하게 된 강원은 후반전 들어 수비 상황에서 박요한을 풀백 자리로 내리고 안지호가 레프트백 영역을 커버하는 포백으로 수비 형태를 바꿨다. 오승범과 오범석이 두 센터백 앞 지역을 커버하며 수비 블록을 촘촘하게 형성했다. 최 감독은 “후반전에 그 점을 보완해 나가면서 조나탄에게 볼이 연결되는 횟수를 줄였다”고 했다. 

두 골 차로 뒤져있던 강원은 후반 17분 라이트백 박요한을 빼고 윙어 김경중을 투입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수원은 후반 15분 유주안을 빼고 염기훈을 투입했다. 유주안이 예기치 않은 근육 경련을 겪어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 유주안은 “쥐가 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데뷔전이라 나도 모르게 경직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수원은 후반 22분 산토스를 빼고 이종성을 투입해 중앙 지역에서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했다. 수원이 템포를 늦춘 가운데 강원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강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오범석은 “전반전에 우리가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했다. 너무 내려서서 수비했다. 전반전을 마치고 선수들끼리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했고, 후반전에는 우리가 더 많이 뛰었다. 도전적으로 수비했고, 그러면서 골까지 나올 수 있었다”며 후반전 기세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강원은 후반 27분 문창진을 빼고 임찬울을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주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강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근호의 개인 능력이었다. 후반 33분 좌측면에서 임찬울의 코너킥 패스를 짧게 이어 받아 오른발 중거리슛을 골문 구석에 찔러 넣었다. 이근호는 후반 35분에도 임찬울의 패스를 받아 수비 배후로 침투했으나 마무리 슈팅이 골문 옆으로 빗나갔다.

전반전에 넣은 동점골을 포함해 이근호는 이날 경기 내내 힘과 위치선정, 돌파, 슈팅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줬다. 이근호는 시즌 내내 ‘K리그 최고’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플레이로 강원을 이끌고 있다. 강원 미드필더 오범석은 “옆에서 보면서도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 감독도 "이근호에게 뒷공간을 너무 많이 내준 것이 문제였다"고 아쉬워했다.

강원은 경기 막판 10분 간 이근호를 원톱 자리에 두고 박선주 임찬울 디에고를 배후에 배치해 동점골을 노렸다. 강원의 공세가 살아나자 수원은 후반 40분 최성근을 빼고 조원희를 투입해 중원 수비의 체력을 보강했다. 그러나 수원의 마지막 교체 카드였던 조원희는 후반 추가 시간 임찬울의 크로스 패스를 걷어내려던 헤딩 시도가 자책골로 이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후반 추가 시간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염기훈의 왼발 크로스가 조나탄의 쇄도를 그냥 지나쳤고, 경기는 3-3 무승부로 종료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