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W예선 감독교체 | ② 유럽: 아드보카트 선택, 구관 신임한 네덜란드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예로부터 월드컵은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결과가 미칠 파급이 그만큼 크다. 러시아로 가는 길에도 적지 않은 나라가 극약처방을 위해 감독을 교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한국 대표팀도 그 중 하나다. ‘풋볼리스트’는 ‘2018 러시아월드컵’ 대륙별 예선이 종반으로 향하는 시점에 대륙별 감독 교체 현황을 정리했다. 누가, 어떻게, 왜 감독을 바꿨는지, 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유럽은 ‘유로 2016’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인 최종 예선이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진행률이 낮다. 각 팀당 10경기 중 6차전까지 치렀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충격적으로 순위가 떨어진 팀은 없었다. 프랑스, 포르투갈, 그리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강호들은 각 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거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유지하며 역전 가능성을 살려둔 상태다. 감독을 바꿀 이유가 없다.
네덜란드만 상황이 다르다. 네덜란드는 ‘유로 2016’에 이어 또 본선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세대교체 실패였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의 세대교체도 실패한 네덜란드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임했다. 한국 감독을 거친지 벌써 11년이나 된 그 아드보카트 감독이 돌아온 것이다.
#왜 교체했나
혼란에 가득한 네덜란드는 지난 3월 다니 블린트 감독을 해고했다. ‘유로 2016’에 이어 월드컵까지 본선 진출이 무산될 위기였기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지난 3월, A조에서 4위에 그치자 블린트 감독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유럽 예선은 조 1위를 차지해야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플레이오프라도 나가려면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어떻게 교체했나
네덜란드는 블린트 감독을 자르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대신 나타난 인물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네덜란드로 돌아왔다. 네덜란드 대표팀만 세 번째, 나이는 70세다. 얼마 전 히딩크 감독이 세운 네덜란드 최고령 사령탑 부임 기록을 깼다. 자꾸 감독의 나이가 올라는 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 듯 보였다.
지난 1994년, 아드보카트 감독의 후임으로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은 적이 있었다. 두 감독은 무려 20년도 더 지난 과거에 활약했던 인물들이었다. 네덜란드가 선수뿐 아니라 감독 육성에도 실패했다는 걸 보여주는 씁쓸한 기시감이다. 새 술을 자꾸 낡은 부대에 넣는 것처럼 보였다.
#감독 교체 효과는?
부임 후 첫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아드보카트 감독은 실리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팀이 잘못한 것들을 조사하고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를 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눈 앞의 경기를 하나씩 잡아나가겠다고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승으로 약속을 지켰다. 부임 첫 경기에서 룩셈부르크를 5-0 으로 꺾었다. 그러나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룩셈부르크는 A조의 절대적인 꼴찌다. 현재까지 1무 5패에 불과한 팀이다. 블린트 감독 시절에서 당연히 꺾었던 팀이다. 지면서 시작하는 것보단 낫지만, 한 경기로 섣부른 낙관론을 제시하기엔 이르다. 한물 간 것으로 평가돼 온 베슬러이 스네이더가 선발로 복귀, 골까지 터뜨리며 활약했다.
네덜란드의 문제는 감독이라기보다 선수단이다. 세대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멤피스 더파이, 빈센트 얀센의 실패가 대표적이다. 현재 조 3위로 뛰어오른 네덜란드는 조 1위 스웨덴, 조 2위 프랑스 모두 한 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본선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지금처럼 노장에 의존하는 공격이 계속된다면 발전은 할 수 없다. 감독은 노장이라도 끌어다 쓸 수 없지만 선수는 지금 마련된 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다른 팀은
한편 G조의 알바니아는 지안니 데비아시 감독이 최근 6월 일정까지 지휘하고 사임했다. 알바니아 감독으로서 동기부여를 잃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알바니아의 순위가 3위라서 본선 진출이 가능한 듯 보이지만, 승점을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양강 체제 때문에 나머지 4팀이 들러리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감독 사임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찌감치 리빌딩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데비아시 감독은 중국 프로팀 부임설 등 다양한 소문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