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W예선 감독교체 | ① 남미: 브라질의 개혁, 아르헨티나의 모험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예로부터 월드컵은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결과가 미칠 파급이 그만큼 크다. 러시아로 가는 길에도 적지 않은 나라가 극약처방을 위해 감독을 교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한국 대표팀도 그 중 하나다. ‘풋볼리스트’는 ‘2018 러시아월드컵’ 대륙별 예선이 종반으로 향하는 시점에 대륙별 감독 교체 현황을 정리했다. 누가, 어떻게, 왜 감독을 바꿨는지, 그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세계 축구는 평준화되고 있고, 10개국만이 소속된 남미 대륙의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모든 대회 본선에 참가했고, 아르헨티나 역시 1970년 멕시코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한 이후 1974년부터 40년 간 11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아르헨티나는 1938년부텨 1954년 대회의 경우 불참했고, 예선전에서 탈락한 경우는 1970년 대회가 유일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모두 러시아로 가는 길에는 감독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예선을 치렀다.
#왜 교체했나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기대했으나 4강에서 멈췄다. 4강 진출은 2002 한일월드컵 우승 이후 거둔 최고 성적이었으나 문제는 탈락 과정이었다. 펠레 이후 최고의 스타로 불리는 네이마르를 앞세웠으나 독일에 1-7 참패를 당했다. 4강까지 오른 성과가 무색해졌다. 브라질은 2002년 다섯 번째 우승을 이끈 루이스 필리피 스콜라리 감독을 다시 불러 위기의 대표팀을 수습했으나, 우승 미션은 이루지 못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뒤를 이은 인물은 선수로 1994 미국월드컵 우승을 이끈 카를루스 둥가였다. 둥가 감독 역시 두 번째 부임이었다. 둥가 감독은 실리 축구를 앞세워 2010 남아공월드컵에 나섰다. 경기력인 꾸준했으나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탈락해 스타일과 결과를 모두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브라질은 다시 결과를 추구하며 둥가 감독을 선임했으나 예선 첫 경기에서 2015 코파아메리카 우승팀 칠레에 0-2로 완패했고, 아르헨티나와 라이벌전에서도 1-1로 비겼다.
둥가 체체에서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와 페루 등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만 승리했다. 우루과이와 2-2로 비기고, 파라과이와도 2-2로 비겨 위기론이 커졌다. 결정적으로 2016년 여름 미국에서 열린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페루와 에콰도르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을 겪으면서 둥가 체제에 대한 믿음이 끝났다. 브라질은 최약체 아이티에 7-1 대승을 거둔 것 외에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고, 페루에 0-1로 패했다. 네이마르가 ‘2016 리우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며 불참했으나 변명이 불가능한 실패였다.
아르헨티나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1986년 대회 우승, 1990년 대회 준우승 이후 최고 성과를 거뒀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본인의 의지로 아르헨티나 지휘봉을 내려놨다. 후임으로 부임한 인물은 FC바르셀로나에서 불명예 퇴진한 타타 마르티노 감독이었다.
마르티노 체제에서 아르헨티나는 2015 코파아메리카 준우승,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준우승으로 연이어 우승을 놓쳤다. 3년 연속 여름의 악몽을 겪었다. 준우승을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 남미예선에서의 성적은 실패라는 평가가 합당했다. 에콰도르와 예선 첫 경기에서 0-2로 졌고, 파라과이에 0-0 무승부, 브라질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와 칠레, 볼리비아를 연파했지만 리오넬 메시의 출전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요동쳤다.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준우승 이후 마르티노 감독이 사임했고,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클럽 상파울루를 이끌고 실리 축구로 성과를 내던 에드가르토 바우사 감독 체제로 전환했다. 바우사 감독은 대표 선수 구성을 바꾸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메시의존증은 그대로였다.
바우사 감독 체제에서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뛴 우루과이전은 1-0으로 승리했으나 베네수엘라, 페루와 2-2로 비겼고, 파라과이에 0-1 충격패를 당했다. 메시가 뛴 브라질과 두 번째 대결에는 0-3으로 완패했다. 메시가 돌아온 콜롬비아, 칠레전에 승리했지만 징계로 뛰지 못한 볼리비아전에 0-2로 패하며 지탄받았다. 예선 마지막 4경기를 남겨두고 경기력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본선행 안정권에 들지 못해 경질이 결정됐다.
#어떻게 교체했나
브라질은 코린치앙스를 이끌고 코파리베르타도레스와 FIFA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룬 치치 감독을 선임했다. 치치 감독은 브라질 내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며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들었으나 스콜라리 감독이나 둥가 감독 같은 이들에게 이름값에서 밀렸다. 코린치앙스 감독 재임 도중 전술적 공부가 필요하다며 자진 사임하고 1년간 유럽 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치치 감독은 지도자 연수 복귀 이후에도 코린치앙스에 우승컵을 안기며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 대표팀을 맡을 적임자로 꼽혔다.
아르헨티나는 마르티노 감독과 바우사 감독마저 경질한 뒤에 검증된 지도자를 위약금까지 지불하며 데려왔다. 2015 코파아메리카에서 칠레를 우승시킨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을 데려왔다. 삼파올리 감독은 아르헨티나 국적이지만 오히긴스를 비롯해 칠레 무대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칠레 대표팀에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2016/2017시즌 스페인 라리가 세비야를 맡았고, 세비야에서도 전술적 혁신을 이루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삼파올리 감독은 세비야와 2년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으나 아르헨티나축구협회의 제안에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르헨티나 출신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을 존경하고, 그의 축구철학을 계승하는 인물로 유명한 삼파올리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위해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다.
#감독 교체 효과는?
브라질의 선택은 옳았다. 치치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남미예선에서 브라질은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에콰도르전 3-0 승리를 시작으로 콜롬비아(2-1 승), 볼리비아(5-0), 베네수엘라(2-0)를 가볍게 제압했고 아르헨티나마저 3-0으로 크게 꺾었다. 페루전 2-0 승리는 손쉬웠고 우루과이도 4-1로 대파했다. 3월 A매치 기간 파라과이까지 3-0으로 제압하고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치치 감독은 리우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가브리젤 제주스를 브라질 대표팀의 원톱으로 전격 발탁했고, 네이마르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었다. 무엇보다 중국슈퍼리그에서 활동 중인 파울리뉴와 헤나투 아우구스투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한 4-1-4-1 포메이션을 적용해 강한 전방 압박과 볼 소유, 상대 지역을 지배하고 습격하는 역동적인 축구로 브라질 대표팀에 활기를 되찾아 주었다.
아르헨티나는 5월 말 삼파올리 감독 선임을 확정해 아직 남미 예선전은 치르지 않았다. 6월 A매치 기간 치른 친선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삼파올리호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친선 경기에서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시도해 1-0 승리를 거뒀고, 두 명의 수비수만 배치한 변칙 전술로 싱가포르에 6-0 대승을 거뒀다. 8월 31일 치를 우루과이와 남미 예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