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독일의 스리백 실험, 뢰브가 노린 '수적우위'

2017-06-20     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엔트리 구성부터 실험적이었다. 독일은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러시아 2017’을 월드컵 리허설보다 플랜B를 찾기 위한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올해 들어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하고, 더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토니 크로스를 비롯해 토마스 뮐러, 자미 케디라, 메주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마츠 후멜스, 제롬 보아텡 기존 주력 선수를 쉬게 하며 만 24세의 율리안 드락슬러가 주장인 팀을 내세웠다.

#뢰브의 3-3-2-2, 모든 지역의 수적 우위를 추구했다

선수 만 바꾼 것이 아니다.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러시아 소치 올림피스키스타디온에서 치른 호주와 B조 1차전 경기에서 3-5-2 전술을 가동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3-3-2-2 포메이션이다. 스리백과 포백의 유기적 전환을 통해 공수 양면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 전략이다.

독일은 호주전에 베른트 레노 골키퍼를 두고 안토니오 뤼디거-슈코드란 무스타피-요슈아 킴미히를 스리백으로 뒀다. 제바스티안 루디가 스리백 앞의 조율사로 배치된 가운데 요나스 헥토어와 율리안 브란트가 윙백으로 나섰다. 후방 스리백 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네 명이 블록 형식으로 자리 잡은 공격진이다. 산드로 바그너와 라스 슈틴들이 투톱으로 서고, 그 뒤로 율리안 드락슬러와 레온 고레츠카가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었다.

독일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우축면을 타고 시원하게 달린 브란트가 문전 배후로 내준 컷백을 슈틴들이 깔끔하게 밀어 넣었다. 킴미히-고레츠카를 거친 패스가 브란트의 전진 속도에 맞춰 적절한 스루 패스로 연결되었고, 브란트의 질주에 시선이 쏠린 호주 수비는 배후에 도사리던 슈틴들을 자유롭게 내버려뒀다. 

독일은 투톱을 가동해 호주의 스리백이 측면으로 수비 범위를 넓히지 못하게 했다. 킴미히가 공격 상황에서 풀백 지역을 점하며 전진하면서 오른쪽 윙백으로 나선 브란트와 가깝게 움직여 측면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했다.

호주 역시 도전적인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으나 독일이 공을 소유하고 연결하는 모든 지역에서 열세를 겪었다. 피지컬적으로는 대등했으나 기술적으로 열세였고, 무엇보다 독일이 공을 주변으로 많은 선수를 배치해 허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독일 선수들이 축구를 더 잘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스리백으로 나선 호주는 개인 역량에서 한계를 보였다.

#드락슬러-고레츠카의 전개력, 브란트-킴미히의 활력

독일의 볼 소유를 통한 빌드업이 잘 풀린 배경에는 브란트의 활기찬 측면 공격도 있지만, 그의 동선을 향해 첫 번째 패스를 잘 풀어준 킴미히의 전진와 배급이 있었다. 더불어 드락슬러와 고레츠카가 중앙 2선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고, 패스 코스를 만들며 더블 플레이메이커로 기능해 호주의 중원을 장악했다. 두 선수는 공의 이동에 따라 중앙과 측면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독일 공격의 창조성을 높였다.

후반 3분 만에 기록한 결승골 과정도 브란트가 호주의 측면 수비 시선을 끌어두고 킴미히가 우측 전방으로 찔러준 스루 패스를 통해 나왔다. 고레츠카도 수비 시선 밖에서 배후 공간으로 빠져들어가 패스를 이어 받았고, 골키퍼와 마주한 상황에서 깔끔한 로빙 슈팅으로 득점했다. 고레츠카는 드락슬러와 더불어 2선 지역의 창조자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였고, 득점으로 가는 길에 변속 기어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직접 결승골까지 기록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술적 측면에서 두 명의 공격수,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를 두고, 측면에서도 공격시 윙과 윙백이 공존하며 수적 우위를 가져가도록한 시도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비 상황에서는 스리백을 형성하고 상대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좌우 윙백까지 물러나 5백을 구축해 중앙 지역에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없는 부분을 상쇄하려 했으나, 이 대목에선 숙제가 크게 보였다.

#유기성 부족했던 스리백, 묵직함 부족했던 루디

독일 실험의 문제는 수비에서 드러났다. 공격 상황에서 엑토어나 킴미히가 측면 전방으로 전진하면서 포백 형태를 취한 독일은 수비 전환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의 루디가 커버 플레이에 미숙했고, 뤼디거 역시 측면까지 넓게 움직였다가 가운데로 좁혀 움직이는 과정에서 간격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41분 톰 로기치에 내준 동점골은 중앙 지역에서 너무 쉽게 중거리슈팅을 허용하며 발생했다. 1차 슈팅을 몸으로 막은 뒤 재차 슈팅도 커버하지 못했다.

실점 이후 곧바로 페널티킥을 얻어 앞서갔지만, 배후 불안감은 지속됐다. 수비 라인에서 중앙 지역을 맡은 무스타피,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루디의 무게감과 안정감, 리더십이 아쉬웠다. 루디는 패스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으나 호주의 강한 전방 압박 과정에서 믿고 공을 전달할 정도의 믿음을 주지 못했고, 무엇보다 골키퍼 레노와 스리백 라인이 호주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호주는 후반전 들어 전방 압박의 밀도를 더욱 높였고, 독일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볼을 잃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후반 11분 만에 토미 주리치에게 추격골을 내주면서 수비진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 커졌다. 실제로 무스타피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번째 실점 이후 어려워졌다”고 인정했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두 번째 실점 직후 스트라이커 바그너를 빼고 티모 베르너를 투입했고, 후반 18분에도 경기 중심이 독일의 전방이 아닌 호주의 전방으로 유지되자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한 브란트를 빼고 센터백 니클라스 쥘레를 투입했다. 쥘레가 우측 센터백으로 자리하고 킴미히가 오른쪽 윙백 자리로 전진했다. 쥘레가 우측면으로 넓게 벌려 움직이기는 했으나 킴미히처럼 활발하게 전진할 수 있는 성향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직된 스리백으로 운영됐다.

쥘레 투입 이후 독일은 측면의 활기가 떨어졌고, 전반 30여분까지 투톱과 투 플레이메이커, 투 윙어로 경기를 지배했던 동력이 사라졌다. 스리백이 뒤에 머물러 루디가 전진 패스에 힘을 받지 못했고, 측면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으며, 공격 지역으로 원활하게 공이 배급되지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독일이 맞이한 기회는 베르너의 개인 능력을 통해 슈팅을 시도한 것 뿐이었다. 호주가 만회를 위해 라인을 높이면서 생긴 공간을 베르너가 힘과 기지로 파고들어 골대까지 맞췄다. 

#무모함 실험? 이제 막 시작했다

후반전에는 스리톱으로 압박하고, 윙백을 높여 독일을 압박한 호주의 플레이가 더 돋보였다. 뢰브 감독은 실험적인 경기를 했으나, 승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경기 마지막까지 문전 위험 지역의 숫자를 많이 유지하며 3-2 승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결과는 3-2 신승이었다. 킴미히는 “너무 많은 실수를 범했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효율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슈틴들도 “우리 지역에서 공을 너무 많이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주장 드락슬러는 “개선해야 한다. 칠레는 더 강한 상대”라고 했다. 실험적 명단으로 나섰지마,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 모두 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며 미래를 위해 가능성을 높이던 선수들이다. 우승이라는 결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독일의 실험은 한계를 보인 장면도 있었지만, 이 선수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속단은 이르다. 대회를 치르며 완성도는 높아질 것이다. 결승까지 도달한다면 5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독일이 이 대회의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전술은 독일 대표팀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독일은 참가국 외에는 큰 흥미를 갖지 못하는 리허설 성격의 컨페드컵에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는 팀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