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 1500명 다치게 한 ‘가짜 폭탄 테러’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거리 응원을 하던 축구팬 1,500여 명이 테러범으로 보이는 남자를 피해 달아나다 부상을 입었다. 7세 소년은 중태에 빠졌다. 폭탄은 없었다.
지난 4일(한국시간) 토리노가 연고지인 유벤투스는 영국 카디프에서 레알마드리드와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러 1-4로 패배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토리노의 중심 광장인 피아차 산 카를로에 약 2만 명 인파가 몰려들었다.
레알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갈 즈음, 광장 가운데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배낭을 맨 젊은 남자가 폭탄 테러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은 조금씩 엇갈린다. 뭔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폭탄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폭탄 테러로 짐작할 만한 큰 소리가 났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광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당시 영상에 사건 중심지는 보이지 않지만, 도망치는 과정에서 인파에 밀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화면에 잡혔다.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광장에 모인 인파는 공포에 휩싸이기 더욱 쉬웠다. 토리노 경찰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철문을 설치하고 검문 검색을 실시하고 있었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사건 후 조사를 받은 두 범인은 ‘테러를 가장한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총 1,527명으로 집계됐다. 근처 자판기에서 판매한 유리 음료수 병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진 사람들이 찔리거나 벤 상처를 입기 더 쉬웠다.
부상자 중 3명은 상태가 심각하다. 이름이 켈빈으로 알려진 7세 어린이는 중태에 빠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켈빈은 이후 사망할 고비를 넘겼지만, 흉부와 머리에 입은 충격으로 가사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페 마로타 유벤투스 단장과 카를로 타베키오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은 부상자들이 이송된 토리노의 레지나 마르게리타 병원을 찾아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 유튜브 동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