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UCL FINAL | ② 유벤투스, '준우승 전문'은 거부한다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2016/2017시즌 유럽축구 일정은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풋볼리스트’가 레알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벌일 세기의 대결을 전망했다. 전술, 기세, 개인 능력, 그리고 유럽 축구의 최근 성취를 이끌어온 두 축구 강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전통까지. 어느 한 팀의 우세도 쉽게 점칠 수 없는 결승전의 변수를 알아보자.
유벤투스는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가장 많이 패배한 팀이다.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베를린에서 바르셀로나에 도전한 유벤투스는 구단 역사상 여섯 번째 준우승을 추가했다. 우승은 2회에 불과하다. 2회 우승 역시 UCL 역대 참가팀 중 열 손가락에 꼽히는 좋은 성적이긴 하지만, 준우승 중 한두 개만 우승으로 바꿨다면 팀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지금 레알마드리드 감독인 지네딘 지단은 유벤투스 선수 시절 UCL 결승전에 올라 레알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유벤투스는 3회 연속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강팀이었고, 그중 두 차례 결승전을 지단과 함께 했다. 결과는 둘 다 준우승이었다. 1997년과 1998년 결승전에서 보루시아도르트문트, 레알마드리드에 각각 패배했다. 지단은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단의 기량은 유벤투스 시절 더 뛰어났지만, 레알의 레전드로 더 널리 기억되는 것도 다 UCL 우승 때문이다.
잔루이지 부폰이 2001년 유벤투스에 합류한 뒤 15시즌 동안 UCL 결승에 두 번 올라 모두 패배하자, 차비 에르난데스까지 나서서 유벤투스의 우승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부폰이 UCL 우승 한 번만 해 봤으면 좋겠어.” 유럽 정상에 대한 갈망이 가장 강렬한 팀이 유벤투스다. 평소 실력을 뛰어넘는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현재까지 토너먼트에서 1골만 허용한 압도적 수비력이 레알을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다.
레알과 달리 유벤투스의 전술과 전략은 유동적이다. 이번 시즌에만 3-5-2, 4-2-3-1, 3-4-2-1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결승전에서는 가장 최근 도입해 성공을 거둔 3-4-2-1이 유력하다.
현지 언론은 부폰 앞을 안드레아 바르찰리, 레오나르도 보누치, 조르조 키엘리니가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알의 공격 트리오 ‘BBC’를 막을 유벤투스의 수비 ‘BBC’다. 개인 기량뿐 아니라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오랜 호흡이라는 측면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미드필드와 공격이 흔들릴 때도 늘 승리할 수 있는 건 수비진이 버텨 준 덕분이었다.
버티는데 그치지 않고 경기를 장악하려면 알렉스 산드루와 다니 아우베스의 좌우 윙백이 중요하다. 산드루는 신체적으로 전성기인 26세다. 압도적인 운동 능력으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다. 레알의 마르셀루에 비견할 만한 세계적 윙백으로 성장 중이다. 오른쪽의 아우베스는 34세 노장이지만 원숙한 기술과 지능으로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하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놀라운 활약을 했다. 아우베스의 느린 발은 스리백에 배치된 동료들이 메운다.
미랄렘 퍄니치와 자미 케디라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가 레알의 스타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견뎌내야 유벤투스의 우승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시즌 영입된 퍄니치는 해야 하는 일이 단순해진 2인 미드필더 체제에서 뛰어난 패스 연결과 기민한 팀 플레이로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오르발 프리킥은 중요한 공격 루트다. 퍄니치의 파트너로서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는 케디라는 레알에서 자유계약으로 방출된 지 2년 만에 UCL 결승전 상대로 맞붙게 된다.
공격 삼인방 중에서 파울로 디발라는 창의성, 마리오 만주키치는 헌신성을 각각 맡는다. 두 선수의 활약은 유벤투스 전술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디발라는 플레이메이커부터 득점원 역할을 오가며 공격 전반에 기여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자신 있게 공을 받아 흐름을 살려나가는 담대함과 강력한 왼발킥을 겸비했다. 만주키치는 엄청난 수비 가담으로 팀의 균형을 맞추고, 수비수들의 롱 패스를 받아 곧장 속공을 전개하는 역할까지 한다. 농구의 ‘블루 워커’ 빅맨 같은 역할이다. 팀의 정점에 선 곤살로 이과인은 결정력만 발휘하면 된다.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조롱 섞인 평가를 깰 기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