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S] UCL FINAL | ① 레알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의 역사다

2017-06-03     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2016/2017시즌 유럽축구 일정은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풋볼리스트’가 레알마드리드와 유벤투스가 벌일 세기의 대결을 전망했다. 전술, 기세, 개인 능력, 그리고 유럽 축구의 최근 성취를 이끌어온 두 축구 강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전통까지. 어느 한 팀의 우세도 쉽게 점칠 수 없는 결승전의 변수를 알아보자.

“레알마드리드는 이 대회 결승전 경험이 가장 많은 팀입니다.” 레알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결승전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역사를 이야기했다. 레알은 챔피언스리그의 각종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11번이나 우승했다. 압도적 최다 우승 기록이다. 레알을 추격하는 팀은 AC밀란인데, 우승이 7번, 준우승이 4번이다. 레알의 우승 횟수 만큼 결승전을 경험했다. 레알은 3번의 우승을 포함해 총 14번이나 결승전에 올랐다.

레알이 이토록 많은 우승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초대 대회부터 내리 5연속 우승을 이뤘기 때문이다. 1955/1956시즌부터 1959/1960시즌까지 5회 우승을 기록한 레알은 1965/1966시즌에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고, 일곱 번째 우승은 그 보다 한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1997/1998시즌에 찾아왔다. 무려 30여 년의 공백이 있었다. 

#레알과 스페인 축구의 강세

일곱 번째 우승은 대회 명칭이 유러피언컵에서 UEFA챔피언스리그로 바뀐 이후의 첫 우승이었다. 레알이 유럽 축구의 강자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이유는 근래 거둔 호성적 덕분이기도 하다. 1998년 유럽 챔피언이 된 이후 1999/2000시즌과 2001/2002시즌에 8호, 9호 우승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3/2014시즌에 스페인에서 ‘라데시마’로 부리는 열 번째 우승에 도달했고, 당장 지난 2015/2016시즌에 11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1992/1993시즌 UEFA챔피언스리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후 2연속 우승을 이룬 팀은 없다. 역사를 쓴다면 레알이 적임자다. 

유구한 역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 레알 선수단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두 번이나 경험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특히 레알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네딘 지단 감독은 레알 소속으로 선수로 한 번, 코치로 한 번, 감독으로 한 번 빅이어를 차지했다. 게다가 지단 감독은 레알 입성 이전 유벤투스에서 선수 경력을 보내, 이번 결승전 상대팀의 문화와 전통을 잘 알고 있다. 

21세기 들어 유럽 축구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 분명하다.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성공시대는 '유로2008' 우승을 기점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 '유로2012' 우승 이후 '2014 브라질월드컵'과 '유로2016' 실패로 마무리되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선 꾸준히 강세다. 앞서 언급한대로 2000년 우승을 레알이 차지한 이후 17시즌 동안 스페인 팀이 8번이나 우승했다. 지난 세 시즌 연속 레알과 FC바르셀로나가 번갈아 우승했다. 

지단 감독은 20세기 유럽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다. 21세기에 유럽 국적 선수로 가장 인상적인 성취를 이룬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챔피언스리그에서만 103골을 넣어 대회 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단 감독은 자신의 현역 생활보다 호날두를 치켜세웠다. 축구는 결국 골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알과 유벤투스의 경기를 앞두고 공격수 포지션의 카림 벤제마와 곤살로 이과인의 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이과인은 본래 레알에 입단하며 유럽 경력을 시작했는데, 벤제마가 영입되면서 레알에서의 입지가 점차 축소된 끝에 팀을 떠났다. 두 선수 모두 마무리 기술이 출중하지만 연계 능력에선 벤제마, 최근 득점 컨디션에서는 이과인이 앞선다. 

#레알의 화력이 더 좋다

벤제마의 곁에는 그보다 더 득점에 능숙한 호날두가 있고, 이과인은 부지런한 플레이로 자신의 부담을 덜어주는 마리오 만주키치라는 파트너가 있다. 이과인의 또 다른 공격 파트너는 메시의 후계자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파올로 디발라다. 양 팀 공히 마무리에 능숙한 선수들이 많지만, 레알의 화력이 근소 우위라 볼 수 있다.

호날두와 벤제마는 결승전이 열리는 웨일스의 영웅 가레스 베일과 BBC 트리오를 구성하는데, 그의 선발 출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베일이 부상으로 들쑥날쑥한 시즌을 보낸 가운데 이스코가 레알 2선 공격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베일은 빠르다. 이스코는 더 중앙 지향적이며 예측불가능한 선수”라며 모두 경계했다. 지단 감독은 선발 카드를 숨겼다. “둘 중 누가 나올지 모른다. 두 선수가 모두 같이 뛸 수도 있다.” 레알의 강점은 2선 공격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의 왼발 하메스 로드리게스, 폭발적인 윙어 루카스 바스케스, 유망주 마르코 아센시오에 이르기까지 선발 자격이 충분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이들 뒤에서 적절히 공을 공급하는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가 강하다. 이들 배후에 카제미루가 포백 수비를 보호한다. 유럽 최고의 풀백 라인으로 꼽히는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도 정상 가동된다. 

카르바할은 2주간 휴식기간에 부상에서 회복했다. 레알은 라리가 일정을 마치고 지난 주말 휴식을 취했다. 매주 공식전을 치러온 유벤투스에 비해 경기 감각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우승의 여운과 지나긴 시즌의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리프레시’의 시간이 됐다. 

레알은 마르셀루가 주도하는 왼쪽 측면 공격과 우측면에서 카르바할이 공급하는 패스가 중요하다. 유벤투스는 알렉스 산드루와 다니 아우베스의 오버래핑시 폭발력이 좋다. 중원 장악력에서 레알이 앞서기 때문에 풀백 전진시 여유가 있는 쪽은 레알이 될 것이다. 레알의 풀백인 유벤투스에 비해 중앙 지향적 플레이에 능하다. 유벤투스의 수비가 더 단단하지만, 중원 창조성은 레알이 한 수 위다. 

레알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머리를 활용한 세트피스 전략을 비롯해, 4-4-2 대형으로 안정된 수비 블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유벤투스에 일격을 당한 FC바르셀로나와는 달리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이다. 레알은 볼 소유 싸움에서 앞서더라도 수비 불안을 야기하는 경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벤투스의 수비가 좋지만, 레알의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결국 더 좋은 공격력을 보유한 팀이 웃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공존하는 레알

재차 강조하지만 레알은 경험이 풍부한 팀이다. UEFA슈퍼컵 우승으로 2016/2017시즌을 시작했고, 시즌 도중 FIFA클럽월드컵에서도 우승했다. 두 우승 모두 연장 승부를 벌이는 접전 끝에 얻은 힘겨운 우승이었다.

코파델레이 탈락 과정에서 토너먼트 무대의 냉엄함도 겪었고, 오랜만에 이룬 라리가 우승으로 성취감도 얻었다.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레알은 2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미션에 잘 집중하고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