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1st] 잘 나가는 브라질 대표팀, 덩달아 강해지는 중국 구단들
[풋볼리스트]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브라질 선수들은 중국슈퍼리그에서 돈을, 셀레상(브라질 국가대표팀 별명)에서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치치 브라질 감독의 지도력 덕분에 중국 구단들도 간접적인 전력 상승 효과를 본다.
브라질은 오는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13일 호주를 상대로 두 차례 친선 경기를 갖는다. 두 경기 모두 호주에서 열린다. 이번 2연전을 위해 대표 선수 24명이 소집됐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마르셀루(레알마드리드), 다니 아우베스(유벤투스) 등 핵심 선수 일부가 제외됐지만 나머지 주전 선수들은 고루 이름을 올렸다.
브라질 대표팀에 꾸준히 뽑히고 있는 ‘중국파’들은 이번에도 3명이 선발됐다. 파울리뉴(광저우헝다), 헤나투 아우구스투(베이징궈안), 지우(산둥루넝)이다. 브라질 자국 리그 6명,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5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슈퍼리그 선수들은 팀내 비중도 높다. 파울리뉴와 헤나투 아우구스투는 4-1-4-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공수를 연결한다. 치치 감독이 부임한 뒤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8전 전승을 거두는 동안 아우구스투는 전 경기, 파울리뉴는 7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다. 특히 파울리뉴는 치치 감독의 황태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다. 둥가 전 감독 시절엔 소집조차 되지 않았던 파울리뉴가 선발 라인업에 합류하자 팀 전체의 균형이 순식간에 향상됐다. 파울리뉴가 우루과이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4골, 아우구스투가 3골을 넣으며 보조 득점원 역할도 훌륭히 해낸다. 센터백 지우만 후보로 밀려 있다.
슈퍼리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치치 감독은 전임 둥가 감독과 달리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둥가 감독처럼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슈퍼리그 경기까지 챙겨보면서 브라질 인력풀의 상태를 체크한다는 점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둥가 시절, 선수들의 아시아 행은 브라질 대표팀의 골칫거리였다. 특히 2015년 1월 자국리그 최강자였던 미드필더 에벨톤 히베이루와 공격수 디에구 타르델리가 각각 알아흘리(UAE)와 산둥루넝으로 떠났다. 둥가는 그해 5월 열린 코파아메리카까지 두 선수를 선발했지만 이후 대표팀에서 배제했다. 그 외에도 자국 리그 스타 굴라트(광저우헝다), 아우구스투, 하우프(베이징궈안), 지우 등이 유럽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향했다. 심지어 유럽에서 활약하던 파울리뉴, 헐크와 오스카(상하이상강), 하미레스(장쑤쑤닝) 등 현역 대표 선수들도 중국으로 가자 브라질은 전력 약화에 대한 큰 고민을 안게 됐다.
중국파를 다 버릴 수 없다면 부활시켜 활용해야 했다. 치치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중국파들의 비중을 오히려 늘렸고,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파울리뉴, 아우구스투 등은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여전히 세계 최강 대표팀에서 뛸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브라질 선수들도 슈퍼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뛴다. 현재로선 대표팀에서 밀려 있는 오스카와 헐크 등 스타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다.
중국으로 간 스타를 등한시할 수 없는 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벨기에의 악셀 비첼(톈진췐젠), 카메룬의 크리스티안 바소고그(허난젠예), 콜롬비아의 지오반니 모레노(상하이선화) 등 자기관리를 잘 하는 선수들은 여전히 각국 대표팀에서 인정받고 있다.
거꾸로 대표팀 선발이 멀어진 선수들은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멀어진 카를로스 테베스가 대표적이다. 테베스는 기네스북 수준의 연봉을 받고 상하이선화에 합류했지만, 동기부여를 잃은 듯 보인다는 비판과 함께 현재까지 단 1골에 그쳤다. 상하이선화는 16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대표팀에 뽑히는 에세키엘 라베치가 부진을 딛고 최근 부활해 허베이화샤의 슈퍼리그 3위 등극에 일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브라질은 전 세계 월드컵 예선을 통틀어 가장 먼저 본선행을 확정했다. 남은 남미 예선 네 경기를 통해 선수층 확장을 실험할 수 있다. 기회는 파울리뉴, 아우구스투, 지우를 제외한 중국파 선수들에게도 열려 있다. 중국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을 바탕으로 브라질 대표팀에 간다는,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이야기가 이젠 현실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