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태완 상주상무 감독은 대구FC를 상대한 1일 경기에서 신진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이날 상주와 대구는 1-1로 비겼다. 상주의 수비진과 공격진은 평소 베스트 멤버에 가까웠다. 특이한 건 미드필드 조합이었다. 기술과 공격력을 갖춘 신진호, 김성준, 황순민이 동시에 투입됐다. 셋 중 가장 후방에 배치된 건 스타 미드필더 신진호였다. 신진호가 수비진 바로 앞에 자리 잡고, 그 앞에서 황순민과 김성준이 활동하는 역삼각형 조합이었다.

김 감독은 신진호를 앞선 경기에서 공격적인 옵션으로 활용했다. 그럴 때도 후방으로 자주 내려가 직접 공을 연결하는 신진호의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진호는 공격적인 위치에서 어시스트와 마무리를 담당할 때도 자주 후방으로 내려가서 직접 공을 받고 연결한다. FC서울에서도 그랬다. 그럴 거면 아예 진호를 뒤에 두고 경기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미드필드 최후방에 수비적인 선수가 아니라 테크니션을 배치해 팀 전체의 공격 전개를 원활하게 한다는 발상이었다. 대구가 파이브백에 가까운 수비진 위에서 역습을 하는 팀이기 때문에 상주 입장에선 촘촘한 수비를 깰 방법이 필요했다. 기술적인 미드필더를 동시에 여럿 투입하면서 신진호가 다른 선수들을 조율하는 위치에 갔다.

상주의 경기력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특히 전반전에 답답한 경기를 했다. “진호 활약상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성준이와 순민이를 전술적으로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공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있었다. 전방에 더 공격적인 선수를 배치해야 한다. 지금 우리 팀은 득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신진호는 후방에 있다가도 상대가 자신을 압박하지 않을 때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킥, 주고받는 패스, 드리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빌드업을 하며 K리그 최고 수준 미드필더의 역량을 보여줬다. 신진호가 직접 날린 슛, 주민규의 터닝슛을 이끌어 낸 패스 등은 후방에 배치돼 있다가도 ‘한 방’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다만 공격형 미드필더 신진호가 빠진 상태에서 전방 공격 작업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상주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선수 구성과 배치를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 40명이 넘는 선수들을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다. 다만 공격진은 ‘신병 트리오’인 김태환, 김호남, 주민규로 고정돼 있다. 김 감독은 다음 경기부터 공격진 조합에도 변화를 주며 4월까지 실험을 지속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감독은 대구의 스리백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8일 상대인 수원삼성도 이번 시즌 주로 스리백을 쓴다. 상주의 선수 조합이 계속 바뀌는 동안에도 신진호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을 오가며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어느 위치에서도 팀에 기술과 지능을 더한다. 김 감독은 신진호의 역량을 믿고 더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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