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창춘(중국)] 류청 기자= 이장수 창춘야타이 감독은 침통했고, 펠릭스 마가트 산동루넝 감독은 환호했다.

 

이 감독이 이끄는 창춘야타이는 2일 중국 창춘 개발구 경기장에서 한 ‘2017 중국 슈퍼리그(이하 CSL)’ 3라운드 산동루넝 경기에서 0-2로 졌다. 후반 14분과 36분에 파피스 시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졌다. 창춘은 개막 후 3연패에 빠졌다. 반면 마가트 산동 감독은 3연승을 이끌며 크게 환호했다. 

 

결과만큼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다. 창춘은 전반에 산동을 밀어 붙였다. 창춘 외국인 3인방 오디온 이갈로와 서볼치 후스티 그리고 마링요가 공격을 주도했다. 결정적인 기회도 있었다. 이갈로는 골키퍼까지 제치고도 옆그물을 때리기도 했다. 아쉬운 판정도 있었다. 마링요가 돌파하다 브라질 수비수 지우에게 걸려 넘어졌으나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창춘이 전반에 골을 넣지 못하자 흐름이 산동에게 넘어갔다. 산동은 그라치아노 펠레를 이용한 고공 공격으로 창춘을 흔들었다. 펠레가 떨어뜨려주고 시세가 슈팅으로 연결하는 단순한 패턴은 위력적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창춘 수비는 펠레와 시세를 버거워했다. 시세 첫 골도 혼전 중에 나왔고, 두 번째 골도 수비가 펠레를 막다 잘못 걷어낸 게 시시에 걸렸다.

시세는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다. 첫 골은 각이 없는 측면에서 백힐로 슈팅을 날려 만들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슈팅이었다. 두 번째 골은 수비수가 집중력을 잠시 잃은 것을 포착하고 뛰어 들어오며 왼발로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준비를 잘 하고도 결정력 차이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전반에 이갈로가 득점했다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연패했으니 연승도 하겠지”

“이장주! 이장주!” 패배에도 이 감독을 연호하는 이들이 있었다. 전반전에 강호 산동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결과다. 베테랑 이 감독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아직도 패배는 힘들다”라고 했다. 그는 “이기려고 준비했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라며 아쉬워했다.

“전반 45분은 이 팀에 온 뒤에 가장 좋은 경기력이었다. 전반에 기회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서 후반에 체력적으로 조금 밀렸다. 산동이 잘하는 플레이는 간단하다. 펠레가 몸으로 버티며 떨궈준 공에 주의하라고 했는데 알고도 당하고 말았다.”

 

이 감독은 되도록 빨리 아쉬움을 털길 바랐다. 구단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김혁중 분석관을 불러 좋은 장면과 실점 장면을 확인했다. “저걸 넣어줬어야 했는데…” 이 감독은 좋은 장면은 좋은 장면대로, 실점 장면은 실점 장면대로 꼼꼼하게 챙겼다. 그는 “약팀은 어쩔 수 없이 많이 질 수밖에 없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빨리 팀을 재정비해서 승리를 챙겨야 한다”라고 했다.

세 경기째 골을 넣지 못한 주전 공격수 이갈로도 질책하기보다는 감쌌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갈로는 어두운 얼굴로 버스로 직행했다. 이 감독은 “이갈로도 힘들 것이다. 골을 넣어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며 “경기 마치고 나오는데 ‘잘했다’라고 말해줬다. 이갈로가 부담감을 털어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오는 9일 치를 4라운드 경기는 홈에서 한다. 상대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랴오닝훙윈이다. 창춘은 랴오닝을 잡으면 분위기를 어느 정도 돌릴 수 있다. 랴오닝을 잡지 못하면 다음 상대가 상하이선화다. 결과적으로 창춘은 랴오닝을 무조건 잡아야 초반 흐름을 평균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 감독은 은근히 웃으며 말했다.

 

“연패했으니 연승도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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