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국가대표팀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가 교체 카드였다. 의외인 선수가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빠지는 선수를 고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시리아전에서 반복되면 곤란한 패착이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앞선 23일 6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0-1로 패배했기 때문에 조 2위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더 중요한 건 부진한 경기력이었다. 약체 시리아를 상대하는 홈 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경기력이 나빴다.

다양한 각도로 분석된 중국전 내용 중 덜 주목받았지만 중요했던 것이 남태희를 뺀 것이다. 남태희는 선발로 출장해 후반 39분까지 활약하다 신예 허용준과 교체됐다. 남태희의 포지션은 주로 왼쪽 윙어였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손흥민의 자리였다. 시리아전에서 손흥민이 복귀하는 대신 지동원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기 때문에 남태희는 이번에도 출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 국내 프로 감독은 “남태희를 뺀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상황에서 남태희가 가장 필요한 선수였는데 교체했다”며 슈틸리케 감독의 결정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남태희는 이날 한국 공격진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선수였다. 중국 문전에서 날린 결정적인 슛이 살짝 빗나갔고, 지동원의 머리에 맞춘 정확한 크로스와 홍정호의 아까운 헤딩슛을 이끌어낸 코너킥 등 킥 감각도 좋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진 중 이정협에 이어 남태희를 뺐고, 경기 후엔 한국 선수들이 긴장해서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예로 남태희를 거론했다.

남태희는 중국전 경기 막판 양상에서 두 가지 이유로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한국은 당시 조직적인 공격이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남태희는 경기 내내 드리블로 가장 자주 균열을 낸 선수였다. 가장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던 남태희가 균열을 만들어야 나머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킥 좋은 선수가 소중하다는 건 축구의 상식 중 하나다. 남태희는 전담 키커로서 이날 좋은 킥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교체 투입했기 때문에 남태희는 크로스와 세트피스 양쪽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되기 충분했다. 그러나 경기 막판 전담 키커가 빠졌고, 한국은 김신욱을 그나마 가장 잘 활용할 공격루트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중국을 무너뜨리지 못한 경기에서 남태희의 활약도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막판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 수 있는 선수였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남태희 대신 풀타임을 소화한 건 구자철, 지동원이었다. 두 선수의 득점력을 포기하지 못한 것도 일리는 있지만, 남태희가 지난 경기들에서 큰 활약이 없었던 것과 달리 중국전에서 전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의아한 교체였다. 당일 경기력이 아니라 선수의 과거 행적만 고려해 교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시리아전에서도 공격력 부진이 이어질 경우 교체 카드가 다시 한 번 중요해진다. 누굴 넣느냐만큼 중요한 건 빠지는 선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