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중국 원정 패배로 시리아전 승리는 이겨야 본전이 되는 싸움이 됐다. 만약 28일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최하 4위까지 추락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3위 확보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시리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시리아가 내전 상황으로 인해 홈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시리아는 끈적한 수비로 한국 공격을 무력화했다. 당시 한국은 지동원 이청용 구자철, 이재성으로 공격을 구성했고, 후반전에 황희찬과 권창훈을 투입했으나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시리아전 무승부가 장신 공격수 김신욱 발탁의 계기가 됐다. 2015 동아시안컵 당시에도 김신욱이라는 옵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시작 이후 상대 밀집수비에 고전하는 경기가 이어지자 김신욱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후 치른 카타르,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 모두 플랜A로 상대 수비 공략에 어려움을 겪자 후반전에 김신욱을 투입해 반전을 도모했다.

문제는 이란 원정과 중국 원정에서는 김신욱 카드 조차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리아 역시 한국의 강점을 어떻게 무력화하는 지 파악이 했을 것이다. 시리아는 한국과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던 우즈베키스탄을 23일 6차전 일정에서 1-0으로 제압하며 A조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시리아는 6차전까지 2승 2무 2패로 승점 8점(4위)을 벌었고, 한국(10점, 2위)과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본선 진출권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잡은 힘은 익히 알려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다.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시리아는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모아야드, 알살리, 알미다니, 암로 제니아트 등 포백 라인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 칼레드 모바야이드와 타메르 하지 모하마드 역시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시리아는 카타르 원정에서 0-1로 졌지만 한국전 0-0 무승부, 중국 원정 1-0 승리, 싱가포르와 친선전 2-0 승리, 이란전 0-0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전 1-0 승리 등 최근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를 했다. 포백이 문전 사수에 집중해 측면에서 크로스를 쉽게 허용하지만, 마무리 슈팅은 육탄 방어로 어떻게든 막아낸다. 이는 중국 수비가 한국전 승리 당시 보였던 모습이기도 하다.

#포백과 투 볼란치가 지키고, 측면 미드필더와 투톱이 공격한다

시리아 공격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투톱의 역습으로 전개한다. 등번호 12번을 달고 뒨 파히드 유세프는 가장 경계할 선수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기술이 좋다. 잔발로 공을 소유하고, 수비 무게중심을 무너트린 뒤 반대 공간으로 치고 들어간다. 역습 상황에서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전진한다. 우즈베키스탄 수비도 유세프의 돌파에 여러 번 휘청거렸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는 알마와스 역시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문전으로 더 적극적으로 들어와 슈팅까지 연결한다.

투톱 마르디크 마르티키안과 오마르 크리빈 역시 결정력이 나쁘지 않다. 몇몇 기회를 허공으로 날리기도 했지만, 담대함을 갖췄다. 마르티키안은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다. 페널티킥 결승골을 파넨카 킥으로 시도한 크리빈은 심장이 큰 선수다. 크리빈 같은 경우 한국과 경기 당시에는 부상으로 빠진 시리아 공격의 에이스다. 만 23세의 젊은 선수로, 2016/2017시즌 후반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명문클럽 알힐랄로 이적해 6경기 만에 3골을 넣었다. 

후반전에 들어와 페널티킥을 얻은 피라스 알카티브는 52회 A매치에 출전해 26골을 넣은 시리아 축구 최고의 베테랑이다. 시리아 입장에서는 한국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나쁘지 않은 성과다. 자기 지역에서 도사리고 있다가 한 두 번의 간헐적 역습으로 골을 노릴 것이다. 시리아는 잃을 게 없는 팀이다. 내전 와중에 대회를 치르는 시리아 선수들은 정신적 측면에서 아시아 예선의 어떤 팀보다 강하다. 한국의 홈이지만, 모든 경기를 실상 원정으로 치르는 시리아에겐 특별히 다른 조건이 아니다.

시리아는 2006년 1월 11일 아시안컵 예선전 당시에도 서울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바 있다. 한국은 역새 시리아와 8번 대결해 3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대승은 없었다. 1978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컵에서 2-0으로 이긴 뒤 2골 차 이상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 해 10월 UAE 아부다비에서 치른 친선전에서 1-0으로 이겼다. 2006년 2월 시리아 원정에서 2-1로 이겼다. 최근 4번의 대결에서 1승 3무로 쉬운 경기를 한 적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전에 기성용과 손흥민을 활용해 측면과 중앙 지역을 공략할 것이다. 후반전에는 김신욱을 투입해 고공 공격 옵션을 가미할 것이다. 시리아는 한국의 패턴을 알고 있다. 그 동안 이 패턴은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아시아 무대에서, 특히 우리 안방에서 위력적이었다. 슈틸리케의 플랜이 강할지, 시리아의 역습 전략이 더 강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는 28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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