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공격수 저메인 데포(35, 선덜랜드)가 3년여 만에 A매치 56번째 경기를 치렀다. 40개월 만에 A매치 20호골에 도달했다. 데포는 현지시간으로 26일 치른 리투아니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F조 5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60분 간 뛰었다. 잉글랜드의 2-0 승리에 마수걸이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사임하면서 U-21 대표팀을 이끌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올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유로2016 대회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잉글랜드를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화시키며 호평 받았다.

중요한 것은 개혁 그 자체가 아니라 성적이다. 1위팀에만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무패 행진으로 순항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10월 슬로베니아와의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으나 이후 스코틀랜드(3-0 승), 리투아니아(2-0 승)를 연파하며 4승 1무(승점 13점, 2위 슬로바키아 9점)로 선두 자리를 확보한 채 반환점을 돌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번 대표팀 소집에 웨인 루니(32,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제외했다. 나이가 아니라 기량이 문제였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라힘 스털링(23, 맨체스터시티),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24, 아스널), 에릭 다이어(23, 토트넘홋스퍼), 마이클 킨(24, 번리), 존 스톤스(23, 맨체스터시티)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30대의 베테랑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덜랜드 공격수 데포는 만 35세의 나이에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서 15골을 몰아치며 선덜랜드의 잔류를 이끌었고, 올 시즌에는 28경기 만에 14골을 기록해 지난시즌보다 좋은 득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3월 A매치 데이에 주저 없이 데포를 불렀다. 2004년에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된 데포는 '2010 남아공월드컵'과 '유로2012'에 출전했던 베테랑이다.

데포는 리투아니아와 경기에서 초반부터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상대 장신 수비 숲 사이에서 절묘하게 공간을 만들고, 침투 루트를 확보하는 노련한 움직임이 뛰어났다. 전반 21분 챔벌레인이 찔러준 패스를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데포는 이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으나 1분 뒤 스털링의 좌측면 돌파에 이은 컷백을 문전에서 깔끔하게 밀어 넣어 득점했다.

데포는 이후에도 탄력적인 움직임과 시원시원한 슈팅으로 젊은 잉글랜드 공격의 마침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선에 스털링, 델레 알리, 아담 랠라나, 챔벌래인 등을 투입해 측면과 2선의 역동적 공격을 추구했다. 라이언 버트란드와 카일 워커 등 두 풀백도 적극적으로 측면 공격을 지원했다. 노련한 데포가 이 공격의 마지막 점을 찍는 과정에서 침착성을 보였다. 

데포는 후반 15분에 제이미 바디와 교체됐다. 바디는 투입 6분 뒤에 랠라나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을 넣었다. 바디 역시 올해로 만 30세에 도달한 공격수다. 2선과 중원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지만, 마무리는 리그에서 득점 기록으로 검증된 베테랑에게 맡겼다. 국가대표 경기는 결과를 내야 하는 무대다. 젊고 유망한 선수에게 경험을 줄 수도 있지만, 필승의 경기에서는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주기에 위험요소가 크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젊은 팀의 창으로 노장을 기용한 이유다. 데포는 국가대표가 ‘젊음’이 아닌 ‘골’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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