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미세 조정 시간’을 거쳐 만든 경기 방식은 레알마드리드뿐 아니라 포르투갈 대표팀에도 잘 어울린다. 파트너 안드레 실바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다.

26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B조 5차전에서 포르투갈이 헝가리를 3-0으로 꺾었다. 현재까지 4승 1패 중인 포르투갈은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조 2위를 지켰다. 헝가리 역시 조 3위를 지켰지만 2승 1무 2패에 그치며 포르투갈과 승점차가 벌어졌다.

포르투갈 투톱으로 출장한 호날두와 실바의 호흡이 승부를 갈랐다. 전반 32분 포르투갈의 빠른 윈터치 플레이가 전개됐다. 호날두가 왼쪽으로 열어주는 패스를 받아 레프트백 하파엘 게레이루가 땅볼 크로스를 했다. 안드레 실바가 수비수들 바깥쪽에서 달려들며 오른발을 대 선제골을 넣었다.

4분 뒤 실바의 어시스트를 호날두가 마무리했다. 두 선수의 탁월한 테크닉에서 간결한 플레이가 나왔다. 수비진에서 날린 롱 패스를 실바가 절묘하게 힘을 죽이며 받아 호날두 앞에 떨어뜨려줬다. 호날두가 발바닥으로 공을 받자마자 낮게 깔려 날아가는 왼발 강슛으로 득점했다. 골대 속에서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날아간 슛이었다.

호날두는 지난해 ‘유로 2016’ 우승 당시부터 포르투갈 대표팀 투톱의 일원으로 출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원톱처럼 골대 앞으로 돌진하며 골을 노리기도 하고,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에 균열이 생긴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략하는 역할이다. 보통 윙어로 인식돼온 것과는 다른 역할이지만 호날두는 순조롭게 적응했다.

이번 시즌 달라진 플레이 스타일은 투톱 역할에 더 잘 어울린다. 호날두는 경기 기여도가 낮은 대신 수많은 골을 몰아치는 ‘득점 기계’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이번 시즌 스페인라리가에서 22경기 19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8경기 2골로 호날두치곤 골이 적다. 대신 두 대회를 합쳐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도우미 역할은 더 위력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억지로 경합하기보다 빈 공간을 기민하게 찾아다니는 움직임의 비중이 늘었다.

포르투갈에서도 호날두는 슛을 할 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2선과 측면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공격을 주도했다. 호날두가 좌우 측면에서 공을 받으면 측면 미드필더로 나온 히카루드 콰레스마, 주앙 마리우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호날두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축구 기계’에서 조금씩 ‘축구 도사’로 변해가는 호날두의 플레이에 동료들이 잘 맞춰줬다.

특히 호날두에게 가장 성실하게 호응한 선수가 실바였다. 최전방 공격수가 본업이면서 측면 공격수도 소화할 수 있는 실바는 기본적으로 호날두와 같은 역할을 맡되, 공격의 주도권은 호날두에게 넘기고 조연 역할에 충실했다. 전반전에 나온 두 골 모두 호날두와 실바가 관여한 팀 플레이의 결과물이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유로 본선에서 호날두의 파트너를 찾지 못해 윙어 루이스 나니를 공격에 배치했다. 유로 결승전에서 갑자기 영웅이 된 에데르의 경우 원래 실력을 주전이 되기 부족한 선수다. 지난해 여름부터 1군 선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실바는 포르투갈 공격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월드컵 예선에서 호날두가 9골, 실바가 5골을 넣으며 포르투갈 공격을 이끌고 있다.

공격이 무뎌지던 후반 20분, 호날두는 프리킥으로 한 골을 추가하며 포르투갈의 승리를 굳혔다. 2분 뒤 안드레 실바가 빠지고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가 투입되며 한결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들어갔다. 포르투갈은 끝까지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두 팀은 지난해 유로 본선에서 만나 3-3 명승부를 남겼다. 그때 두 팀 모두 3골씩 넣었던 건 끝없이 공격을 몰아치는 격앙된 경기 흐름 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은 이번에 더 차분한 경기를 하면서도 그대로 3골 득점을 유지했고, 실점은 0골로 줄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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