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리더가 지닌 능력은 그 자신이 아닌 함께 일하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마르첼로 리피 중국 국가대표팀은 지도자 경력 차이가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리피 감독은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세리에A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력 차이보다 23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결과에 더 영향을 미친 것은 두 감독이 보유한 코칭스태프가 아닐까?

 

현대축구는 세분화돼 있다. 감독이 전략과 전술 그리고 팀 동기부여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시대는 갔다. 감독은 그야말로 매니저다. 최종 결정권을 갖고 세부적인 부분은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이에게 위임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감독들이 어느 팀에 부임하든 자신이 거느린 7~8명을 코칭스태프로 대동하는 이유다. 코칭스태프가 지닌 전체적인 힘이 감독이 지닌 역량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23일 경기에서 중계 카메라가 한국과 중국 벤치를 비추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중국 벤치에는 리피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득실댔고, 한국 벤치에는 설기현,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 그리고 차두리 전력분석관만 있었다. 숫자가 문제는 아니다.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느냐가 문제다. 감독이 지닌 철학과 팀 운영방식을 알고 있는 코치와 일하면 능률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리피는 이 코칭스태프 대부분을 2012년 광저우헝다에 부임할 때부터 유지했다. 마시밀리아노 마달로니 수석코치, 나르치소 페초티 코치, 파브리치오 델 로소 코치, 미켈란젤로 람풀라 골키퍼 코치 등을 비롯해 이탈리아 국적을 지닌 8명이 리피와 함께 한다. 중국인 코치 리티에, 분석관 류즈이, 트레이너 김일도 광저우 시절부터 리피와 함께 했다. 이들은 ‘팀 리피’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손발이 잘 맞는다. 리피는 마달로니 수석코치에게 23세 이하 대표팀 일도 맡기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장수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지만, 이 기간 동안 함께 일한 코치는 아르무아 코치가 유일하다. 신태용 코치, 박건하 코치 그리고 김봉수 골키퍼코치는 대표팀을 거쳐갔고,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새로 들어왔다. 숫자를 떠나 슈틸리케호 코칭스태프는 일관성을 갖추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세분화돼 있지 않다. 설 코치와 차 분석관은 능력 있지만 경험이 없다. 결국 구상과 선택 모두 슈틸리케가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칭스태프 구성은 슈틸리케와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 공동 문제다. 협회는 코칭스태프 인원이 많지 않음에도 결원이 생기면 즉시 메우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바란다는 이유도 나왔었다. 코칭스태프 구성은 대표팀 선수선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협회가 지난해 말 최종예선에서 부진하자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분석 코치를 한 명씩 더 뽑겠다고 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대로다. 외국인 코치 영입은 없었다.

설 코치와 차 분석관은 선수단을 이끌 형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들은 선수로 맹활약했지만 리피가 구성한 팀에 맞설 전략을 내기에는 경험과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 아르무아는 피지컬 코치다. 이런 구성으로 위기를 넘을 수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계속해서 선수든 스태프든 숫자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려 했다. 대표팀은 ‘일당백’ 기치를 건 기업이 아니다. 좋은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조직이다.

 

협회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 협회는 여전히 감독 한 명만 바라본다. 세계적인 감독은 모두 팀으로 움직인다. 감독이 아니라 그가 꾸린 팀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축구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우리는 너무 큰 그림만 본다. 물론 협회가 리피와 리피가 거느린 팀을 모두 고용할 정도로 부유하진 않다. 리피를 바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예산 안에서 제대로 된 팀을 꾸리면 된다. 이런 구성은 선수단뿐 아니라 설 코치와 차 분석관에게도 좋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8일 시리아전을 준비하고, 협회는 최종예선 8차전에 앞서 코칭스태프 구성원을 늘려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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