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코너킥 공격으로 내준 실점보다 뼈아픈 것은 무력한 공격이었다. 중국 골키퍼 정청의 선방도 있었지만, 주장 기성용의 개인 능력을 활용한 두 번의 중거리 슈팅과 후반 종반 지동원과 홍정호가 시도한 헤딩 슈팅 등 네 장면이 유효슈팅의 전부였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경기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팀트웰브의 분석툴 ‘ZONE 14 PRO'의 기록을 살펴보면 중국전에 한국의 공격이 무뎠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 여섯 가지 유형의 빌드업 형태를 살폈을 때 의미를 두기 어려운 단순 연결 플레이가 39회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이 시도한 것이 롱볼 플레이(22회)와 측면 플레이(22회)다. 

득점으로 직결될 수 있는 핵심 공간 플레이는 12회에 그쳤고, 역습 플레이도 6회뿐이었다. 뒷공간 침투 플레이는 90분간 겨우 한번이다. 중앙 공간을 틀어막으려 한 중국의 계획을 흔들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이 여섯 개 유형의 빌드업 과정에서 슈팅으로 완료된 경우는 총 5번 뿐이었다. 빌드업이 위협적인 슈팅으로 완료된 비율이 5%에 불과하다. 

#한국의 빌드업, 단순하고 예측가능했다

단순 연결 플레이와 역습 플레이로 두 번, 롱볼 플레이로 한 번 공격을 완성했다. 핵심 공간 플레이와 측면 플레이, 뒷공간 침투 플레이 등 중요 공격 작업은 무위로 그쳤다. 3-2로 승리했던 중국과 1차전 홈경기와 비교하면 빌드업 전개가 단조로워지면서 공격 위협도가 떨어졌다. 긴 패스에 의한 단조로운 플레이와 예측 가능한 크로싱에 의한 측면 플레이가 주를 이뤄 중국의 수비 밸런스를 약화시키지 못했다.

중국과 1차전 당시를 살펴보면 단순 연결 플레이는 25회로 이번 중국 원정보다 적었고, 측면 플레이가 20차례 시도되어 4차례나 슈팅으로 완료됐다. 핵심 공간 플레이도 9차례나 있었고 2차례 완료됐으며, 뒷공간 침투 플레이도 6번이나 시도됐다. 발드업 완료 비율도 10%로 두 배 가량 높았다. 

당시 경기와 결정적 차이는 이청용(빌드업 12회 시도, 4회 전개, 2회 완료, 2회 득점 연결), 오재석(빌드업 10회 시도 6회 전개 1회 완료), 손흥민(빌드업 9회 시도 5회 전개 5회 완료 2회 득점연결)의 결장이다. 이들이 뒷공간 침투와 측면 플레이, 핵심 공간 플레이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냈고, 덩달아 지동원과 구자철의 빌드업 수치도 좋아졌다.

이번 중국전에서 한국의 빌드업 과정에 가장 빈번이 관여한 선수는 26회의 빌드업을 시도해 7차례 전개하고 1차례 완료한 미드필더 구자철이다. 라이트백 이용도 24차례 시도했으나 전개된 것은 한 차례에 그쳤다. 미드필더 남태희가 18차례 시도하고 4차례 전개해 2차례 완료하며 성공률은 가장 높았다. 

중국과 1차전에 측면 플레이 빈도가 높았다면, 이번 원정 경기에는 공격지역에서 더 많은 패스와 움직임이 있었다. 1차전과 비교하면 공격 지역 패스가 154회에서 204회로 많아졌으나 측면과 뒷공간, 문전 핵심 지역을 공략하지 못한 겉도는 패스에 불과했다. 그 결과 12번의 슈팅 중 유효 슈팅이 네 차례에 그쳐 슈팅 성공률 33.3%라는 저조한 수치를 남겼다. 후반전에 고공 플레이를 활용하기 위해 야심차게 투입한 김신욱은 한 차례 슈팅도 하지 못했고, 조커 카드였던 황희찬도 한 차례 ‘무효’ 슈팅을 하는 데 그쳤다.

#크로스 정확도 8.7%, 공격적 패스 실종

마침표를 찍는 정확성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후 줄곧 지적해온 크로스 정확도다. 한국은 총 23회 크로스 패스를 시도했으난 유효 크로스가 2회뿐이었다. 8.7%의 성공률이다. 좌우측에서 각각 11회와 12회가 올라왔는데 19회가 높은 크로스여서 위협이 되지 못했다. 

크로스 시도는 김진수가 7번, 이용이 6번이었다. 애초에 두 측면 공격수는 좁혀 들어와 골을 노리고, 두 풀백이 공격적으로 전진해 크로스를 배급하는 경기를 준비했는데, 두 풀백의 크로스 성공률은 0%였다. 남태희가 5번의 크로스를 시도해 40%의 성공률을 기록한 것이 유일하게 유효한 기록이었다. 지동원(3회 시도), 구자철(1회 시도), 허용준(1회 시도)의 크로스 성공률도 0%였다.

크로스가 부정확한 것은 예선 내내 지속되는 문제다. 예선 6경기에서 유효 크로스가 9회 뿐이었다. 실패한 크로스가 무려 68회다. 정확도가 11.7%다. 

공격 지역의 패스 기록에도 문제점이 숨어있다. 공격 지역에서 1455회의 패스가 성공했고, 59회의 패스는 실패했다. 정확성은 71.1%다. 정혹성보다 중요한 것은 공격 지역에서 단행한 패스 내용이다. 전진 패스는 32차례 뿐이었고, 52회가 백패스였다. 슈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컷백 패스는 한번도 없었고, 리턴 패스고 6차례 뿐이었다. 횡패스(46회)가 백패스 다음으로 많았다. 

공격지역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한 공격 선수는 2선 지역에 배치된 남태희(34회, 정확도 64.7%), 구자철(28회, 정확도 82.1%), 지동원(25회, 68%)이다. 좌우 풀백 김진수(24회, 54.2%)오 이용(23회, 47.8%)도 가담했으나 성공 빈도가 낮았다. 크로스 상황과 마찬가지로 풀백의 공격 정확성이 부족한 부분은 상대에 역습을 내주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21회, 100%)과 기성용(17회 94.1%)가 공격지역에서 많은 패스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중원을 거쳐가는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문제를 보여준다. 성공률은 높았으나 과감한 패스가 그만큼 없기도 했다.

공격적 패스 기록을 보면 총 28번 시도되어 19번 성공(정확도 67.9%)했다. 포워드패스(상대 수비 라인을 건너서 연결하는 패스)가 20번, 침투패스(상대 수비 라인 뒷 공간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8번이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센터백 장현수(8회, 87.5%)와 라이트백 이용(7회, 57.1%)이었다. ‘존14’는 장현수와 이용을 통해서 수비 지역에서 많은 공격이 전진되지만 미드필드 지역과 공격 지역에서는 전진되는 공격 과정이 적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예선 전체로 보면 공격적 패스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선수는 기성용(34회, 76.5%)인데, 중국과 경기에는 기성용이 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성용은 공격지역 패스 순위에서도 한국 선수 중 1위(112회, 90.2%)다. 중국전에는 직접 두 번의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시도하며 답답함을 표출했다. 흥미로운 것은 기성용이 한국 대표팀 중 슈팅 시도도 가장 많은 선수(10회)라는 점이다. 슈팅 정확성도 40%로 1위다.

수비수 장현수의 빌드업 기여도는 최종예선 전체를 봐도 높다. 기성용이 349회 패스를 기록하고 91.1%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장현수는 323회 패스에 87.3%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수비 지역에서 많은 공격적 패스를 통해서 공격 지역으로 볼이 연결되어 공격 지역에서 많은 패스 연결과 움직임이 이루어졌으나 상대가 예측 가능한 패스 연결과 움직임, 많은 슈팅 시도에도 득점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골 결정력, 낮은 크로스 정확도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이 반복되었다. 보다 더 세밀한 연결과 약속된 플레이, 정교한 슈팅과 크로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정협 패스맵

#원톱 활용 실패, 교체카드도 무기력

전반전에 이정협, 후반전에 김신욱을 기용한 원톱 활용에 실패한 것도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에게 전방에서의 부지런한 활동력을 통한 2선 공격수와 연계 플레이, 김신욱에게 장신을 활용한 고공 플레이라는 명확한 주문을 하고 있다.

이정협이 공격 지역에서 패스를 전개한 것은 겨우 8차례였다. 그 중 전진 패스가 된 것은 두 번 뿐이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밖에서 겉돌며 연결한 패스였다. 이정협은 12번의 빌드업 과정에 관여했고 핵심 공간에서 4차례 빌드업을 시도했지만 무위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시도한 슈팅이 유일한 장면이었다. 공중볼 경합도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공중볼 경합도 실패로 돌아갔다. 김신욱의 머리로 총 10차례 공중볼이 전달되었으나 7차례나 실패했다. 이중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투입된 경우는 4번이다. 6번은 심지어 페널티 에어리어 밖을 크로스가 이어졌다. 핵심 지역 안으로 진입이 빈번하지 않았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투입된 공중볼이 연결된 것은 겨우 한 차례 뿐이었다.

김신욱 공중볼 경합 기록

황희찬, 허용준 등 후반전에 역동성을 가미하기 위한 두 젊은 피도 효과적인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후반 21분에 들어간 황희찬은 20여분간 슈팅 한번, 드리블 한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패스 연결은 3차례 뿐이었다. 후반 39분 투입된 허용준은 두 번 패스하고 한번 크로스했다. 파울로 중국 역습을 한번 차단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 파괴력을 발휘해야 하는 임무를 받았으나 이루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팀트웰브 존14프로 제공
자료제공=팀트웰브 분석툴 ‘ZONE14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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