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2017’ 개막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실전형 훈련으로 옥석 가리기와 조직력 높이기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아디다스컵 U-20 4개국 친선대회’ 개막을 3일 앞둔 시점에도 K리그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연습경기는 무려 120분짜리로 구성됐다. 40분씩 3쿼터로, 교체 제한 없이 모든 선수를 가동했다. 1쿼터에는 2월 춘계연맹전을 지켜보며 새로 선발한 선수들, 포르투갈 전훈에 참가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섰다. 2쿼터 시작과 함께 먼저 백승호가 투입됐고, 2쿼터 17분경 포르투갈 전훈에 주로 출전했던 기존 주력 멤버가 모두 들어갔다. 하루 전 합류한 이승우는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뛰었다.

경기는 인천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인천은 지난 주말 전북현대와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3라운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섰다. 달리 박용지 이정빈 김진야 김동석 한석종 이학민 채프먼 등이 선발로 나섰다. 1군 주전은 아니지만,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프로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나섰다. 인천유스 대건고 출신 선수들도 시간이 가면서 투입됐다. 피지컬과 조직력 측면에서 인천이 우세했다.

경기 내내 인천이 경기를 주도하는 양상이었다. 특히 청소년 대표 출신 미드필더 이정빈의 중원 전개력이 탁월했다. 인천은 1쿼터 19분에 이정빈의 패스를 받은 김진야가 선제골을 넣었고, 2쿼터 시작 1분 만에 이정빈이 직접 슈팅으로 한 골을 더 보태 앞서갔다. 인천은 2쿼터 31분에 김보섭의 헤더 득점에 이어 4쿼터 37분에 다시 투입된 이정빈의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4-0 완승을 거뒀다. 

쿼터 사이 사이에 신태용 감독의 주문이 많았다. 1쿼터를 관중석에 올라가 지켜보고 내려온 신 감독은 첫 휴식 시간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있게 플레이하라. 나 자신을 믿어라”라고 외쳤다. 하루 전 훈련때부터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던 신 감독은 훈련 상황의 미니게임에서 흡족한 결과를 얻었지만 연습 경기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아무래도 프로 선수들이고 피지컬 조건이 좋은 형들과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고 했다. 2쿼터를 마치고 점수 차가 3-0으로 벌어지자 신 감독의 휴식 시간 토크는 더 격정적으로 바뀌었다. 신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선수 사이의 소통이었다. 

“상대는 우리와 달리 매일 같이 훈련하며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피지컬 조건도 좋다. 우리는 말을 안 하면 안된다. 상대는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지만, 우리는 안 되면 말을 해서 알려줘야 한다. 더 말하고 더 적극적으로, 말로 서로를 도와라.”

신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경기해야 하는 것을 중시했다. “스코어는 신경 쓰지마.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하는 경기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거듭 선수 간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는 신 감독이 지난 포르투갈 전훈 당시부터 강조한 부분이다.

3쿼터에 들어서 신 감독은 직접 사이드 라인 앞에 버티고 서서 선수들의 위치를 소리치며 지시했다. 서로 말을 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백승호는 “새로 들어온 선수도 있고 이제 막 소집되어 서로 말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오히려 인천 선수들의 소통이 더 활발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천이 경기를 지배하는 양상이 됐다. 프로 엔트리에 드는 선수들이 아닌 유스 출신의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인천의 조직력이 더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경기는 0-4 완패로 끝났고,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 감독은 “아직 수비 조직 훈련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가 준비한 패스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보려 했다”고 했다. 연습경기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훈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다가오는 4개국 대회에 대해서도 “우리는 4개국 대회를 준비하는 팀이 아니라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팀”이라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은 이틀은 블록 훈련과 더불어 수비 조직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며 4개국 대회에서는 이날 인천과 연습경기 보다 나은 수비조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일 입국해 21일 훈련에 합류한 이승우는 “아직 시차적응이 다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연습경기였고 4개국 대회는 다를 것”이라며 팬 앞에서 하는 경기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 감독은 이날 선수들이 공격 과정에서 매듭을 짓지 못한 것과 수비 전환 상황의 위치 선정, 수비 대열 정비 상황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휴식 시간 마다 세밀하게 코칭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선수들이 경기에서 열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며 자신감 있게 준비한 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라고 했다. 지적은 따끔했지만,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도록 보듬었다. 연습경기지만 패배는 아프다. 팀을 더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아픔이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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