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이대로는 단장을 할 수가 없다”고 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FC서울과 광주FC전에 결정적 페널티킥 오심을 저지른 김성호 주심-박인선 제2부심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2017시즌 개막 첫 달부터 K리그가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연맹은 20일 오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챌린지 2017’ 3라운드 전체 경기의 심판 판정 평가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몇몇 쟁점 중 후반 18분 박주영의 득점으로 이어진 페널티킥 판정이 오심이었던 것으로 최종 판정됐다. 이상호의 크로스 패스를 박동진이 등으로 막았으나 핸드볼 파울이 선언됐다. 

연맹은 페널티킥 판정을 내린 김성호 주심에게 무기한 배정정지, 핸드볼 판정 의견을 냈던 박인선 제2부심에게 영구퇴츨 징계를 줬다. 연맹 조사 결과 김성호 주심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해 박인선 제2부심에게 의견을 물었고, 교신을 통해 박인선 제2부심이 핸드볼 파울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박인선 제2부심은 이를 부인했다.

연맹은 김성호 주심보다 박인선 제2부심에게 중한 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은 심판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양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퇴출됐던 김성호 심판이 K리그로 돌아온 배경

연맹 측은 “5경기 배정 정지를 작게 보는 데 이 역시 중징계”라고 이야기했다. 5경기만 정지되어도 실제 경제적 타격이 1,000만원에 달하고, 차기 시즌 심판 배정 평가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되어 프로리그 심판직 수행이 어려워진다. 이를 감수하면서 고의적으로 오심을 저지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직업을 잃게 된 두 심판에겐 초대형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연맹은 2005년 당시 리그 퇴출 처분을 받았던 김성호 주심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소명했다.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당시 난입한 팬이 아니라 구단 관계자였다. 해당 관계자가 먼저 위해를 가하려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이 벌어졌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당시 김성호 심판이 받은 징계도 ‘영구 퇴출’은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고, 연맹은 김성호 심판과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김성호 심판의 징계를 감면한 주체는 협회다. 협회는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김성호 심판을 사면했다. 이후 김성호 심판은 주로 내셔널리그에서 주심을 보다가 2011년 연맹과 계약을 체결해 K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그 뒤로 줄곧 활동해온 것이다.

연맹은 이번에 퇴출된 박인선 제2부심에 대해서도 “박인선 심판은 국제심판이다. 심판자격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한다. 연맹에서는 K리그에서 내보낸 것이지 그 외 대회에서 심판을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이 같은 오심과 불신을 피하기 위해 비디오판정시스템 도입을 서두른 것이라고 했다. FIFA의 승인 문제로 지연된 부분이라며, 가능한 빨리 도입해 K리그 판정에 대한 불신을 지우고 싶다고 토로했다.

#기영옥 광주 단장, 사퇴불사하고 항의한 이유

연맹이 해당 경기 심판을 징계하며 오심을 인정했지만 의도성에 대한 부분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전북현대의 심판매수건 징계 당시와 마찬가지로 ‘조사권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더불어 광주가 제기한 서울전의 페널티킥 외 판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오심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광주 측은 연맹이 해당 경기 심판에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판정 회의일 뿐 우리가 제소한 것에 대한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광주는 고의성을 가진 오심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19일 연맹에 공식문서를 보냈다. 서울전에 당한 치명적 오심이 지난 시즌에도 두 차례 발생했다는 것이다. 

광주 측은 “지난해 서울과 두 경기에서도 결과에 직결된 오심이 있었다. 그때는 연맹이 먼저 연락을 해서 오심이었다고 인정하며 사과해서 넘어갔다. 그런데 올해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기영옥 단장이 징계를 감수하면서 까지 기자회견을 통해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기영옥 단장은 광주시축구협회회장이기도 하다. 금호고와 광양제철고 감독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대한축구협회 이사다. 광주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2015년 위기의 광주FC를 잘 운영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무보수 단장으로 부임했다. 광주가 열악한 재정 속에서도 두 시즌 연속 K리그클래식에 잔류할 수 있었던 숨은 힘이다. 

기 단장은 서울-광주전 사태 이후 광주 지역 축구인과 시민들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동시에 단장으로서 한 일이 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단장이 힘이 없어서 이런 설움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기 단장이 사퇴까지 각오하고 공식 항의를 진행한 것은 단장으로서 할 일을 해야겠다는 동기가 있어서다. 

광주 관계자는 “사퇴를 하겠다는 것은 이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더 이상 단장으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한 이야기다. 대표이사와 면담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기 단장이 그만두겠다고 한 것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신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자괴감에서 기인했다. 

광주는 연맹의 고의적 오심 의혹에 대한 소명, 그리고 실제로 고의성 오심이 이뤄졌다면 공식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조사권 없는 연맹, 우리도 답답하다

연맹은 광주가 보낸 공문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시 경기 판정에 대해 또 다른 공식 발표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 조영증 연맹 심판위원장을 비롯한 연맹 관계자 모두 판정 의혹에 대한 소명의 시간은 언제든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연맹의 문은 열려있다. 언제든 오시면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논란이 된 판정 부분에 대해 설명해드릴 수 있다. 남기일 감독이 와도 좋고, 시간이 안 되면 코치가 와서 들어도 좋다. 문제제기를 하신 기영옥 단장님이 직접 오셔도 설명해드릴 수 있다.”

광주는 억울한 피해자의 심정이다. 연맹도 마찬가지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판정 회의 결과 고의성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의성을 갖고 승부조작을 했다는 조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증거가 필요하다. 단순 의심만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앞서 언급했듯 조사권이 없다. 연맹은 승부조작에 대한 제보나 정황 증거가 있다면 연맹이 아닌 경찰에 고소를 하고 조사를 진행해야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광주와 연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유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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